나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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ならし(奈良市)。

일본 나라현의 도시. 이름에서 알 수 있겠지만 나라현의 현청 소재지이기도 하며, 오사카, 교토, 고베와 함께 킨키지역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앞의 세 도시보다 존재감은 약하긴 하지만 교토 이전에 일본의 수도 구실을 했고, 그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기 때문에 일본의 수많은 국보급 유물들이 있는 곳이며 그만큼 오래된 분위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시이기도 하다. 일본 안에서는 수학여행지로 많이 찾는 곳인데, 우리나라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가 수학여행지로 인기가 많았던 것과 비슷하다. 국립나라박물관이 있으며 당연히 나라 시대의 유물들이 주요 전시품이다.

사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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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의 아이콘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사슴. 나라에 도시가 형성된 710년경에 당시의 권력자가 이바라키[1]의 카고시마신궁으로부터 나라의 카스가야마로 신을 옮겨 모셨는데, 이 때 신이 사슴에 타고 왔다고 하여 나라에서는 사슴을 신성시하는 문화가 내려왔다. 심지어 15세기 말 무로마치 막부시대에는 실수로라도 사슴을 죽이면 사형에 처할 정도. 그래서 지금도 1,200여 마리의 사슴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면서 나라공원 일대를 서식지로 삼고 휘젓고 다니고 있다. 비록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지만 야생이나 마찬가지다.

오랜 역사를 가진 장소이니만큼 여러 가지 유적과 유물이 즐비하지만 나라에 온 관광객들이 꼭 찾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나라공원인데, 사실 공원 자체로는 별로 볼 게 없지만 여기에 서식하는 사슴들이 볼거리다. 공원은 물론이고 주위 상점, 공원 옆의 사찰인 토다이지, 길건너편 국립나라박물관 일대의 공원까지 넓게 퍼져서 서식하고 있다. 처음 보면 이 많은 사슴들이 그냥 자유롭게 풀려 있는 모습이 정말로 신기하다. 이 일대의 도로는 자동차들이 느리게 다니는데 언제 사슴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일대 도로에는 사슴 주의 표지판도 엄청 많다. 돌아다니는 사슴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으며,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온순한 편이다. 특히 상점가나 사찰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놈들은 사람들의 손길에 꽤나 익숙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 아이템을 사는 순간 온순해 보이는 녀석들이 돌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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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슴센베(鹿せんべい).

사슴센베는 상인연합회[2]에서 공동으로 만들어 파는 형태이기 때문에 어느 상점에서 사나 제품이나 포장 단위가 같고 2023년 기준으로 가격도 200엔으로 똑같다. 이 녀석을 사서 드는 순간부터 슬슬 사슴들이 눈치를 채고 모여들기 시작한다. 슬슬 덤벼들기 시작하는데, 센베를 안 주고 줄 듯 안 줄 듯 약올리는 재미도 꽤 있다. 그러나 약을 올리면 점점 사슴이 사나워진다. 들이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옷을 물고 잡아당기는 놈도 있다. 심지어는 옷이나 가방을 물어뜯거나 들이받는 놈도 있다. 물론 뜀박질 잘 하면 사슴들을 우루루 몰고 다니며 도망다닐 수도 있다. 종종 멋모르고 애들이 장난 치다가 사슴들이 우우 달려들고 옷끄댕이 잡아 끄는 통에 비명지르고 울고 하는 아비규환이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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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베를 줄 때도 조심해야 하는데, 아깝다고 쪼개서 주면 사슴이 덥석 물어서 물릴 가능성도 있다. 물론 솜씨 좋은 사람들은 전혀 그런 걱정 없이 잘만 주지만... 어쨌거나 땅에 놓지 않고 사슴에게 직접 센베를 줄 때에는 끄트머리를 잡고 주는 게 안전하며 사슴이 센베를 물었다면 빨리 손을 떼야 한다. 만에 하나, 상처가 생길 정도로 물렸다면 이 놈들도 야생동물이므로 파상풍이나 광견병 가능성이 없지 않으므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종종 사고가 일어나는지 곳곳에 사슴에 관한 경고문을 붙여 놓을 정도다. 영 한글이 어설프다. 뿔로 들이받히거나 하면 정말로 다칠 수 있으므 아이와 함께 왔다면 될 수 있으면 아이에게 센베를 쥐어주고 직접 사슴에게 먹이지 않는 게 좋다.

신기하게도 이를 팔고 있는 상인에게는 껄떡거리지 않는다. 괜히 넘봤다가는 곧바로 응징에 들어가기 때문에... 몇 번 당하고 나면 사슴들은 상인들 옆으로는 안 간다. 어차피 호구들이 지 돈 털어서 센베를 사다 줄 것이기 때문에 센베 사기를 얌전히 기다렸다가 계산이 끝나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가끔은 센베를 얻어먹으면 고개를 까딱이면서 인사를 하는 사슴도 볼 수 있다. 사람에게 배운 것인지 다른 사슴에게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 큰 사슴의 머리를 보면 녹용뿔이 자국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뿔로 들이받아서 사람이 다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인데, 예전에는 톱으로 잘라냈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있다 보니 지금은 약품을 발라서 뿔이 자라지 못하도록 처리하고 있다. 다만 일부는 크고 아름다운 뿔이 그대로 나 있는 사슴들도 있다.

덕후의 나라 답게 이런 사슴 먹이주기 장인도 있다.

당연하지만 사슴들이 우루루 사는 서식지 주변은 사슴 똥도 많고 하니 미끄러우므로 주의하자. 아예 똥을 안 밟고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마르지 않은 똥은 특히 주의하자. 미끄럽기도 하지만 신발에 똥이 묻어서 깨끗하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슴이 우글우글한 곳인 만큼 똥냄새도 장난이 아니다.

교통

이쪽으로 여행을 간다면 아마도 오사카 쪽에 숙소를 잡고 교토나라 같은 인근 도시를 도는 일정을 잡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사카에서 갈 때에는 JR 또는 킨테츠를 타면 되는데 JR 나라역은 위치가 외진 곳이라 주요 관광지에 대한 접근성은 킨테츠가 확실히 좋다. 코후쿠지나 국립나라박물관 정도는 걸어가도 될 거리다. JR로 왔다면 나라역 동쪽 출구로 나와 2번 승강장에서 시내 순환버스를 타자.

츄오 신칸센이 나라를 거쳐갈 예정이다. 교토에서 치열하게 유치작전을 벌였지만 결국 나라 관통 루트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나라에도 역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나고야에서 접근성이 엄청나게 개선될 전망.

각주

  1. 칸토지방의 이바라키시가 아닌, 오사카부에 속한 도시다.
  2. 포장을 잘 보면 '나라사슴애호회(奈良の鹿愛好会)'라고 쓰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