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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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1월 22일 (일) 10:16 판

Margarine.

프랑스어. 영어권에서도 이 단어를 쓰지만 막상 제품을 보면 margarine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기 힘들다. 아무래도 싸구려 인조 버터라는 이미지 때문인 듯한데, 빵에 발라서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제품들은 보통 spread라고 쓴다. 물론 spread로 들어가는 것은 많이 있지만 특별한 다른 말 없이 spread라고만 쓰면 마가린, 그 중에서도 빵에 발라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마거린이라고 보면 된다. 버터의 대용으로 무엇보다도 가격이 싸다는 게 최대의 강점이다. 우유에 3~4% 정도 들어 있는 지방을 뽑아내서 만드는 버터와 달리 마가린은 식용유라면 웬만한 놈으로는 다 만들 수 있기 때문.

이름이 프랑스어에서 온 말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1869년에서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나폴레옹 3세가 군인과 서민들을 위한 버터 대용품을 발명하는 사람들에게 상금을 걸었는데, 마침 지방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던 화학자 이포리트 메쥬-무리에가 마가린을 발명했다. 이 때에는 버터를 만들고 남은 저지방 우유에다가 소기름을 섞어서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름이 올레오마가린(oleomargarine)이었다. 여기서 올레오는 올리브유를 뜻하는 라틴어이고[1], 마가린은 그리스어 margarite에서 온 말이다. margarite는 광채가 나는 진주를 뜻하는데, 처음 발명된 마가린은 지금과는 달리 진주와 비슷한 광택이 났다고 한다. 이후에 올레오는 탈락되고 마가린만 쓰이고 있다.

쉽게 말하면 버터의 대용품으로 식용유를 가공해서 버터와 비슷한 질감과 맛을 내도록 만든 것. 동물성 또는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하는 방법으로 포화지방과 비슷한 특성, 즉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는 경화유를 만드는 게 기본 원리였다. 하지만 이 과정애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트랜스지방이 건강에 아주 나쁘다는 게 알려지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트랜스지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트랜스지방은 적어졌다고 해도 포화지방 덩어리이므로 안심하고 많이 먹는 건 금물. 버터와 비슷한 향미를 내기 위해서 버터를 만들고 난 저지방 우유, 생크림을 첨가하거나 인공향신료를 사용하는 제품이 많다. 기본 원료는 기름, 물, 유화제, 향료 및 식용색소를 비롯한 그밖에 식품첨가물이다. 기름에 미세한 물방울이 고르게 분산된 에멀션 상태다. 이는 물에 기름방울이 고르게 분산된 우유에멀션과는 정 반대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분 함량은 대략 15% 정도인데, 수분이 적을수록 단단하고 보존성도 더 좋으며 반대로 수분이 많으면 더 부드러워진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과다한 공포를 조장하는 일부 사람들은 '물 한 방울 안 쓰는 마가린에 유화제가 웬말이냐'고 주장하는데[2] 명백한 거짓말이다. 다만 수분이 0.5% 이하인 쇼트닝에도 유화제가 들어가는데 일반용은 안 들어가고 제빵용에는 들어간다.

흔히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동물성 기름으로도 만든다. 또한 식물성 기름이라고 해도 마가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트랜스지방이든 포화지방이든 굳기름이 되도록 변형을 가해야 하므로 동물성 기름과 비교해서 딱히 몸에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콜레스테롤만큼은 식물성 기름이 확실하게 적거나 없기 때문에 심혈관 계통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버터보다는 식물성 마가린이 낫다. 마가린 제품들도 이 점을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제과 제빵 쪽에서는 환영받는 재료다. 단순히 싸기 때문은 아니다. 물론 고급스러움이나 '천연' 마케팅을 위해서는 버터가 낫지만 마가린은 어차피 태생이 인공적인 작품인 만큼 제과 제빵에서 원하는 다양한 특성에 맞춰서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기에 좋다. 그냥 빵이니 과자라고 하지만 종류에 따라서 그 특성은 천차만별이다. 마냥 속이 부드러운 게 좋은 식빵과 바삭하고 층이 져야 하는 크루와상이나 패스트리는 특성이 크게 다르다. 이런 종류의 빵은 지방, 즉 기름의 특성을 활용해서 층을 만들어내는 건데 이 안에서도 갖가지 종류가 있다. 이런 다양한 요구에 맞추기에는 아무래도 마가린이 폭이 넓다. 버터도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 녀석은 일단 '천연'이라는 관념이 많이 박혀 있는 만큼 너무 가공을 하면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려우니...

원래는 상온에서는 단단한 형태인 게 기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비누처럼 직육면체로 만들어 기름종이에 싸서 파는 제품이 주류였고 이를 벽돌 마가린이라고 불렀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토스트에는 이 벽돌 마가린이 거의 필수. 값도 싸고 고소한 맛도 있는 데다가 철판에 대고 발라서 녹이면 되므로 다루기도 쉬웠기 때문. 그러다가 빵 문화가 점점 퍼지면서 상온에서도 빵에 발라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운 크림같은 마가린이 소프트 마가린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소프트 마가린을 만들려면 물, 저지방 우유와 같은 액체를 넣고 유화제로 기름과 물이 섞이도록 해야 한다. 크림이나 버터를 넣어서 향이나 맛이 좀 더 좋도록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밥에 비벼먹는 용도로도 많이 쓰였다. 일본에서는 버터 한 조각과 간장 몇 방울을 넣어 먹는 버터라이스가 널리 퍼졌는데. 낙농업도 크게 발달하지 못했고 버터도 비싼 한국에서는 마가린으로 대체한 셈. 간장이나 고추장을 넣어서 비비고, 여기에 날달걀이나 달걀 프라이를 넣어서 비비기도 한다. 교도소에서도 마가린과 고추장에 밥을 비벼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기 품목 중 하나였다.

각주

  1. 하지만 이 때의 마가린에는 올리브유가 들어가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는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올리브유로 만든 마가린도 등장하고 있지만.
  2. "최낙언의 진짜 첨가물 이야기 22. 유화제가 물과 기름을 섞는다고?", 식품저널 foodnews, 2015년 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