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탐산나트륨

내위키
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4년 3월 5일 (화) 16:53 판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sodium glutamate.

원래는 글루탐산일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이라고 불렀다. 우리에게 친숙한 MSG는 MonoSodium Glutamate에서 가져온 것이다.

아미노산의 일종이며 가장 널리 쓰이는 조미료 성분이다. 이 물질이 발견되고 제품화가 이루어진 이후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음식 문화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으며 건강에 관련해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수십 년간에 걸친 논란 끝에 지금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물론 뭐든 그렇지만 너무 많이 먹어서 좋을 건 없지만 반수치사량이 소금보다도 높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로 결론이 나고 있다.

1908년에 일본의 이케다 키쿠나에(池田菊苗) 교수가 다시마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전에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으로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네 가지가 있었지만 이케다 교수는 이 네 가지와 구별되는 또다른 맛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바로 제5의 맛인 감칠맛이다. 연구를 통해 물에 가장 잘 녹는 물질인 글루탐산나트륨을 발견했고, 이를 글루탐산일나트륨, 즉 MSG라고 이름을 붙이고 특허를 출원했다. 그리고 1909년에 이케다 교수로부터 MSG의 상품화를 위임 받은 스즈키 형제가 아지노모토(味の素)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조미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시마에서 추출했지만 이후에 사탕수수를 발효시켜서 MSG를 추출하는 방법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에 이 방법으로 만들고 있다. 미원은 이걸 가지고 광고에서 MSG를 발효조미료라로 드립을 쳤다가 욕만 먹었다. 지금도 미원은 발효조미료라는 콘셉트를 써먹고 있다.

사실 MSG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기 때문에 감칠맛을 내는 식재료라면 어떤 식으로든 MSG가 들어 있다. MSG를 안 넣고 천연 재료인 다시마를 사용해서 맛을 낸다는 음식점 문구가 있는데, 다시마에는 MSG가 다량 들어 있다. 맛소금도 소금+MSG이며, 굴소스를 비롯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소스들 중에도 MSG가 들어가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런 걸 사용하면서 조미료를 안 쓴다고 하면 조삼모사가 따로 없다.

아시아권에서는 특히 베트남 사람들이 MSG를 아주 좋아한다. 베트남 쌀국수 포에도 듬뿍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하고, MSG를 안 넣으면 오히려 싫어한다. 한국에서 베트남인이 경영하는 베트남음식점에서도 조미료를 넣을지 말지를 손님에게 물어보는데, 업주 말에 따르면 베트남 사람들이 MSG 안 넣은 음식을 오히려 싫어해서 그렇다고. 미원을 만드는 대상도 아예 베트남에 공장을 지어서 MSG 장사를 짭짤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아지노모토가 들어오면서 빠르게 퍼졌고, 미원(지금의 대상)에서 1965년부터 생산한 '미원'이 국산으로는 최초다. 사실 미원은 한자로 '味元'인데, 일본의 아지노모토(味の素)를 베낀 이름이다. 제일제당(지금의 CJ)에서도 '미풍'이라는 MSG 조미료를 내놓았지만 미원에게는 계속 밀렸고,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소고기맛 조미료인 다시다는 대상의 감치미를 이겼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고 MSG 유해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MSG 무첨가'를 표방한 식품들도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라면이 대표적인 예인데, 삼양식품과 농심이 경쟁적으로 MSG 무첨가를 선언하면서 다른 라면 회사들도 MSG를 빼는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은 일부 PB 상품을 제외하고는 라면에서 MSG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는데, 그렇다면 천연재료로 맛을 내는 건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결국 다른 종류의 조미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것들은 안전성 문제에서 MSG보다 더 낫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MSG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만큼 오랫동안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다른 물질들은 그 정도는 아니기 때문. 심지어 수출용 라면은 MSG를 넣는 경우도 있는데, 해당 국가에서 MSG는 안전한 물질로 인정하지만 이를 대체해서 라면에 넣는 향미증진제를 오히려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유해성 논란

MSG가 건강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이른바 '중국음식점 증후군' 논란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미국에서 중국음식을 사먹은 사람들이 증상을 호소하면서 불거진 것인데, 특히 1968년에 미국의 <뉴잉글랜드 의학지>에 "중국음식을 먹은 뒤 두 팔에 통증이 계속되고 몸에 힘이 빠지며 심장 박동이 평소보다 빨라진 것 같다."는 어떤 의사의 투고가 실리면서 관심이 확 올라갔다. 이 투고를 쓴 의사는 이러한 원인을 중국음식에 쓰인 맛술이나 MSG이라고 추측했는데, 이때문에 MSG는 건강을 해치는 공공의 적으로 찍혀버렸다.

여기에는 인종 편견도 끼어 있다. 미국에서 생산 판매하는 통조림 중에도 MSG를 첨가한 게 적지 않았고, 유럽에서도 음식점의 MSG 사용량이 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중국음식만 찍어서 MSG 타령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후에 계속된 연구를 통해서 MSG가 그러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FDA에서도 안전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지만 아시아음식을 먹고 나서 뭔가 몸에 불편함을 느끼면 이게 다 MSG 탓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나트륨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하지만 적당히 쓰면 소금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MSG를 적당히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를 25~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1]

건강 문제와는 별개로, MSG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저질 재료로 만든 음식을 MSG를 넣어서 맛을 좋게 만든다는 문제다. 대량생산되는 가공식품들이 대체로 그렇다. 그냥 먹기에는 맛이 없는, 질낮은 재료를 이것저것 섞은 다음 MSG로 맛을 보충해 주면 그럴싸한 음식이 되는 것. 다만 한편으로는 저소득층도 그럭저럭 먹을만한 음식을 값싸게 먹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질이 낮다'는 것이 맛의 문제이지 영양의 문제와는 별개라는 논리다. 하지만 인간을 배만 채우면 되는 가축으로 보는 거냐는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