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햄)
SPAM.
미국 호멜사에서 만든 햄의 상표. 깡통에 들어있어서 상온에서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돼지고기와 소금, 물, 수분 보전을 위한 감자전분, 설탕으로 만든다. 분홍색은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 덕택이다. 통조림이니까 굳이 소르빈산칼륨 같은 방부제는 필요 없다.
스팸(SPAM)이란 이름의 기원에 관해서 호멜 측은 '회사 중역 가운데서도 일부만이 알고 있다'는 해명이라기보다는 되도 않는 신비주의 마케팅 드립을 하고 있으나 널리 알려진 것은 SPiced hAm 아니면 Shoulders of Pork And Ham이다. 1937년에 러음 나왔는데 제2차세계대전 때 확 떴다. 특히 독일군에게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으면서 버티던 영국인들은 미국을 통해서 배급되던 스팸이 유일한 고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값도 싼데다가 통조림이나 마찬가지니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었으니 미국에서 영국으로 배로 실어날라도 상할 염려가 없었다. 영국에 도착한 다음에도 그때 상황으로 보면 수송하고 배급하는데 시간 꽤나 걸렸을 테니 이래저래 원조물자로 줄 수 있는 고기로 스팸만한 게 없었다. 그때 영국인들은 질리도록 날마다 스팸을 먹으면서 이렇게 말했을 거다. "그래도 날마다 영국요리 먹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이런 종류의 미제 수입식품이 대체로 그렇듯, 우리나라애서는 미군부대로부터 흘러나온 물건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70년대까지만 해도 스팸 먹을 수 있는 집이면 돈좀 있거나 빽좀 쓰는 집안이었다. 스팸이라면 진절머리를 내는 영국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어육 소시지도 자주 먹기 쉽지 않았던 70년대나 80년대 초에 도시락 반찬으로 스팸을 싸 왔다면... 오오.
지금은 제일제당 라이선스로 한국 생산되고 있다. 스테디샐러 명절 선물이기도 하고, 스팸 소비량이 미국 다음이다. 7, 80년대도 아니고 OECD 회원국 씩이나 되면서 싸구려 햄을 명절 선물로 주고받나 싶어서 괴이하게 보는 외국의 시선도 있다. 특히 스팸이라면 신물나게 먹었던 영국은 더더욱 괴이했던 듯. BBC에서 이를 다뤘다.[1] 그만큼 스팸이라는 녀석이 우리에겐 단순히 가격을 넘은 독특한 존재감이 있는 것. 우리나라에는 스팸 클래식과 짠맛을 줄인 스팸 마일드 두 가지가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에는 종류가 엄청 많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면서 이름을 알린 만큼 당연히 미군에서 나온 육가공품으로 끓은 부대찌개에는 스팸... 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덴마크산 깡통행인 튤립햄을 많이 쓴다. 튤립햄이 대용량이라 아무래도 값이 싸니 식당에서는 이쪽이 환영이다. 그보다 더 싸구려를 쓰는 데도 많을 거다.
하와이에서 굉장히 인기기 좋다. 하와이 한정으로 맥도날드에 스팸 버거가 있을 정도.
2015년 기준으로 미국 호멜 사에서 만들고 있는 스팸의 종류는,
- 스팸 클래식
- 스팸 라이트
- 스팸 25% 저염
- 스팸 터키(칠면조)
- 스팸 블랙 페퍼
- 스팸 할라피뇨
- 스팸 테리야키
- 스팸 초리조
- 스팸 갈릭
- 스팸 포르투갈 소시지
- 스팸 토키노
- 스팸 핫 & 스파이스
- 스팸 베이컨
- 스팸 히코리 스모크
- 스팸 치즈
이게 스팸인지 스팸 광고인지 정신이 혼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