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오비
오비맥주에서 만든 필스너 맥주였다가 이제는 맥주 라인업이 될 기세다. 한국의 대량생산 맥주로는 처음으로 필스너를 표방하고 나온, 나름대로 기념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통 프리미엄 독일 황실 맥주"라는 손발이 마른오징어처럼 오그라드는 모토를 밀고 있는데 독일에서 그냥 무시해 줬음 한다. 독일 황제가 중죄인에게 사약으로 하사했을지도.
처음 나올 때는 라벨에 OB가 크게 박혀 있었는데 2015년 6월에 디자인을 바꾸면서 OB는 확 줄이고 Permier는 확 키웠다. OB 이미지가 별로 안 좋다는 거 자기들도 아는 건지. 이름도 '더 프리미어 오비'에서 '더'를 빼버렸다.
제품
오비맥주 측은 독일 전통 스타일의 맥주로 라인업을 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프리미어 오비 필스너
필스너는 라거의 일종이긴 하지만 보통 미국이나 호주 쪽의 캐스케이드 호프를 위주로 사용한 기존의 한국 맥주와는 달리 체코나 독일 쪽의 노블 호프를 써서 자몽을 연상하게 하는 쌉싸름한 과일향과 몰트향이 잘 조화된 맥주다. 이 맥주는 괜찮게 필스너 분위기를 내고 있다. 전작이었던 오비골든라거가 처음에는 괜찮았다가 다운그레이드 만행을 저질러서 욕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 그런데 노블 호프 안 쓰고 캐스케이드 호프를 쓰면 일단 필스너란 말을 쓰기가 남사스러워지니, 오비맥주도 그 생각은 안 할 것 같다. 오비맥주에서는 독일 황실양조장인 바이엔슈태판 효모와 100% 독일산 노블홉을 썼다고 자렁하고 있는데, 호가든을 가져다가 오가든을 만든 다운그레이드 솜씨를 본다면 뭐... '귤이 회수를 넘어가면 탱자가 된다더라'는 옛 성현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올 몰트 맥주에다가 필스너 맥주지만 가격은 기존의 맥주와 같은 가격대. 이보다 비싼 프리미엄급인 클라우드보다 낫다는 사람도 많다. 물론 그 반대인 사람도 있고... 원조 올 몰트 비어를 자처하는 하이트 맥스가 자극받았는지 2015년 상반기에 올 뉴(all new)를 표방하고 디자인도 맛도 바꾸었다.
한국의 대량생산 맥주로는 처음으로 필스너를 시도했고,, 그럭저럭 괜찮은 성과를 내긴 했지만 체코의 필스너나 일본의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같은 필스너보다는 아무래도 못 미치긴 한다. 한국 맥주가 다 그렇다 싶지만 몰트의 농도가 모자라게 느껴진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필스너가 가진 노블 호프의 쌉사름한 산뜻함과 몰트의 중량감 사이 밸런스가 좀 안 맞고 가볍게 들뜬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최소한 말오줌은 아니다. 다운그레이드만 하지 마라.
한국식품연구소가 2015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대량생산되는 맥주 중 맥아, 호프, 물만 쓴 올 몰트 맥주 세 가지(클라우드, 프리미어 오비, 하이트 맥스)를 분석한 결과 프리미어 오비가 12.16%로 맥즙 함량이 제일 높은 것으로 나왔다. 발효한 맥주 원액에 물을 타지 않은 오리지널 그래비티 맥주라고 광고하는 클라우드(11.69%)보다도 맥즙 함량이 많은 것으로 나온 게 의외라는 분위기다. 하이트 맥스는 10.71%[1]
프리미어 오비 바이젠
2015년 6월에는 바이젠까지 내놓았다. Special Brew Master Selection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실제로 독일의 브루마스터인 스테판 뮐러를 모셔다가 개발했다고 한다. 대량생산 맥주 브랜드가 바이젠을 만든 것은 국내 최초다. 필스너로 재미 붙이더니 이제 밀맥주까지 나왔다. 아주 독일 콘셉트로 밀어붙이려는 기세다. 회사 측에서는 앞으로도 독일의 전통 맥주 스타일을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 보자. 까짓거 내친 김에 흑맥주도 만들자. 슈바르츠비어 어때?
맛은? 바이젠스럽게 잘 만들었다. 바이젠 특유의 시큼한 듯한 콕콕 찌르는 산미, 그 뒤로 스르륵 올라오는 단맛이 꽤 잘 살아 있다. 다만 독일의 바이젠과 비교하면 좋은 말로는 가볍고 나쁜 말로는 묽은 느낌이 있는데, 회사 측에서는 우리나라 입맛에 맞춰서 물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긴 밀맥주에 익숙치 않은 우리나라 입맛에는 톡 쏘는 시큼한 맛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거 맥주 쉰 거 아냐? 할지도. 우리나라의 밀맥주 취향이 호가든처럼 달달하고 향이 좋은 벨기에 스타일 쪽이라 바이젠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