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모터스포츠)
Grid.
모터스포츠에서 결승 레이스의 출발 위치를 배열한 것. 일종의 격자 형태가 되므로 이런 이름을 쓴다.
사람이 뛰는 육상 경기라면 보통 출발선 앞에 나란히 죽 서거나, 많은 선수가 출발하는 경우에는 몇 줄로 나눠서 세운다. 하지만 모터스포츠, 특히 네 바퀴 달린 차량이 달리는 레이스라면 워낙에 차량의 폭이 크므로 결승선 앞에 나란히 세울 수 있는 차량의 수가 두 대, 많아야 세 대다. 빡빡하게 세우면 세 대까지 세울 수도 있겠지만 차간 간격이 너무 좁아서 사고 위험이 높다. 그래서 보통 자동차인 경우에는 두 줄, 바이크라면 세 줄에서 네 줄로 길게 늘어서게 된다. 내구 레이스와 같은 장기전이 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앞에서 출발할수록 훨씬 유리하다. 사람이야 몇 줄로 서봐야 몇 미터 정도지만 모터스포츠는 20대가 2열로 선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앞과 가장 뒤의 거리 차이가 100 미터가 넘어간다. F1 모나코 그랑프리와 같이 도로 폭이 좁은 곳에서는 앞지르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리드 위치가 절대적이며, 따라서 예선에서 피튀기는 전쟁이 벌어진다. 모나코는 결승보다 예선이 더 재미있다!
그리드 배열은 보통 예선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다. 타임 트라이얼 또는 스프린트 레이스 방식으로 예선을 치러서 기록 순서대로 그리드를 배열하고 페널티와 같은 요소들을 적용해서 배열 순서를 조정한다. 이 때 예선 1등이 그리드에서 가장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데, 이를 폴 포지션이라고 한다.
그리드 배열은 한 줄에 두 대 씩 놓는다고 했을 때 1위와 2위가 가장 앞줄, 3위와 4위가 그 다음 줄... 과 같은 순서로 배열하는데, 같은 줄의 두 대를 나란히 놓기도 하고, 같은 줄의 선두가 좀 더 앞으로 나오도록 배열하기도 한다. 이런 방식의 배열은 결과적으로 그리드가 지그재그 모양이 되는데 이를 스태거드(staggered) 그리드라고 한다. 스태거드 그리드일 때 어느 쪽 그리드가 앞으로 나오는가는 트랙의 레이아웃에 따라 결정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 번째 코너의 방향이다. 보통은 1코너를 바깥에서 들어갈 수 있는 쪽을 우선으로 주는데, 모터레이싱에서 코너를 공략하는 기본 전략인 아웃-인-아웃을 위해서는 바깥쪽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는 게 좋다. 만약 좌우 그리드가 똑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다면 안쪽에서 시작한 차량이 첫 코너에서 바깥쪽 차량을 블로킹을 할 수도 있지만 바깥쪽 그리드가 앞으로 나와 있다면 블로킹이 어려워지고, 안쪽 차량은 브레이크를 깊게 밟을 수밖에 없으므로 불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