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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법== | ==수법== |
2020년 8월 27일 (목) 09:45 기준 최신판
Double Irish arrangement.
직역하면 두 개의 아일랜드라는 뜻이 되는데 조세회피수법의 하나이며 애플에서 개발한 수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애플은 IT만 혁신한 게 아니라 조세회피도 혁신했다! 아일랜드의 법제도가 가진 특징을 이용해서 아일랜드에 자회사 두 개를 세우고 세금을 회피하는 수법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른바 BEPS 중에 가장 유명한 수법. 구글이나 애플, 그밖에 글로벌 기업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해외직구를 하다 보면 엉뚱하게 아일랜드에서 카드 결제가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이기도 하다.
수법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세우고 이전가격과 같은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들이 특히 미국의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유행하자 미국에서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첫 번째 방법은 이전가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 즉 역내 법인과 역외 법인 간 거래가 정상 가격 이상이면 정상 가격까지만 비용으로 인정하고 이를 넘는 비용은 조세회피로 보아 과세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물품 거래가 아닌 특허 로열티와 같은 수법을 쓸 때에는 잘 안 통한다. 그래서 나온 또 한 가지 방법은 서브파트 F(Subpart F)다. 미국법인이 소유한 해외법인에서 이익이 발생했다면 그 돈이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 있는 한은 이중과세 방지 때문에 미국에서 과세할 수 없다. 이를 이용한 조세회피가 늘자 미국 정부는 '서브파트 F'라는 예외를 만들었다.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이익 중에 실질적 영업이나 생산 활동에 근거하지 않는 소득, 즉 실체가 없는 소득이거나 이익 이전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이익에 대해서는 역외에 있는 소득이라고 해도 본사 소득에 합산해서 과세를 한다. 이때문에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이익을 곧바로 조세회피처로 보내게 되면 서브파트 F에 걸려서 과세 대상이 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고안된 수법이 더블 아이리시인데, 아일랜드의 세법은 법인이 자국에 있어도 실제 경영이 역외에서 이루어진다면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미국에 있는 모기업 A를 예로 들어 보자. 먼저 모기업 A는 아일랜드에 자회사 B를 세운다. 회사 자체는 아일랜드에 있지만 실제 경영 활동은 조세회피처로 널리 알려진 케이먼군도와 같은 곳에서 한다. 이렇게 되면 B는 아일랜드에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으며 실제 경영이 이루어지는 곳도 조세회피처라서 세금이 없거나 쥐꼬리만하다. 그렇다고 이 자회사 B에다가 모회사 A의 이익을 바로 이전하거나, A의 특허를 이전 받아서 얻은 수익을 바로 B가 경영되고 있는 조세회피처로 보내면 서브파트 F에 걸려서 세금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아일랜드에 또다른 자회사 C를 세운다. 이 C 회사는 B 회사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C 회사는 B 회사와는 달리 실제 경영 활동이 아일랜드에서 이루어지고 세금도 아일랜드에서 낸다. 모기업 A는 자신이 가진 지적재산권을 자회사 B에 넘기고, B는 이걸 다시 C에 라이선스를 준다. 그러면 C가 벌어들이는 지적재산권 로열티 수익은 약간의 라이선스 수수료만 남기고 다시 B가 가져간다. 다국적기업인 모기업 A는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하는데, 이렇게 미국 바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즉 역외 수입이 주로 더블 아이리시의 대상이 된다.
자, 그 결과는? 일단 자회사 C는 약간의 수수료만 남기고 B에게 로열티 수익을 넘겼다. 그러면 C는 수수료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는데, 아일랜드는 미국에 비해 법인세나 지적재산권 관련 세율이 반도 안 된다. 게다가 대부분 수익은 실제 경영이 아일랜드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B로 넘어갔으므로 이 부분은 아일랜드에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경영은 조세회피처에서 이루어지므로 결과적으로 내는 세금이 거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A의 특허를 이용한 로열티 수익은 실제로는 아일랜드에서 경영활동을 하고 세금도 아일랜드에서 내는 C 회사가 벌어들이기 때문에 서브파트 F를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자회사 B와 C 사이에서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이 거래는 아일랜드에 있는 두 회사끼리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기다가 미국 법률을 적용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더치 샌드위치
여기에 아일랜드에서 내야 할 세금까지 아끼기 위해서 추가로 동원되는 수법이 더치 샌드위치(Dtuch sandwich)다. 더블 아이리시에 추가해서 네덜란드에 또 하나의 자회사 X를 세운 다음, 지적재산권의 라이선스를 B에서 바로 C로 넘기는 게 아니라 B → X → C로 넘긴다. 로열티 수익은 반대로 C → X → B로 들어간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일랜드 세법에서는 EU에서 나온 원천 수익에 과세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이 네덜란드로 한번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에 아일랜드 당국으로서는 정확한 수익 구조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을 뿐더러 네덜란드는 1970년대부터 조세회피처 논란으로 들들 볶여 올 정도로 아일랜드보다 더더욱 세법이 헐렁하기 때문에 세금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를 끼고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쥐꼬리조차도 안 되는 세금만 내는 수법을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Dutch sandwich arrangement)라고 한다. 두 개의 아일랜드 자회사 사이에 네덜란드 자회사를 마치 샌드위치처럼 끼워넣은 꼴이기 때문. 네덜란드가 더 싸면 아일랜드에 회사를 만들지 말고 그냥 네덜란드에 만들면 되는 거 아냐?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네덜란드는 실제 경영이 어디서 이루어지느냐에 관계 없이 자국에 적을 두고 있는 법인은 그냥 과세한다.
구글은 2009년에 총 수익이 55억 유로였지만 이런 식으로 로열티 수입을 주고 받으면서 이른바 '경상비용'을 무려 54억 6천7백 유로로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영업 이익을 달랑 4천5백 유로로 만들었다. 54억 6천7백 유로는 거의 다 구글이 버뮤다제도에 만든 페이퍼 컴퍼니에 로열티 명목으로 지불한 것이다.
종말?
애플을 필두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이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하자 유럽연합을 필두로 국제적인 압박도 점점 고조되는 추세다. 아일랜드로서는 조세수입이 생기는지라 이러한 압박에도 미적미적거리는 분위기였지만 EU 회원국으로서는 EU는 물론 국제적으로 날로 압박이 강해지고 국제 여론도 좋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법률이 개정되어 2015년부터는 더 이상 이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미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두고 이 방법을 쓰고 있는 회사들은 2020년까지 적용이 유예된다.
특히 2019년 들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이 정보통신 기업들에게 이른바 '구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는 보복 관세를 운운하고 있지만 특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OECD 차원에서 구글세의 틀을 만들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 측은 정보통신 기업들에게 국한해서, 반면 미국 측은 제조업까지 확장시키자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서는 정보통신 기업만 대상이 되면 자기들이 가장 피를 보기 때문에 제조업까지 끼워 넣어서 유럽과 아시아의 제조업 강국들까지 끌어들이자는 셈법이다. 만약 이와 같이 과세의 기준이 잡히면 우리나라의 수출 대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