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육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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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이 딸려 나오는 백반. 이렇게 말하면 별거 아닌데 부산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돼지국밥집에서 파는 음식의 하나로 국밥에서 고기를 빼는 대신[1] 돼지수육을 따로 내는 것. 고기가 담긴 접시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아래에 고체연료로 불을 피우기도 한다. 줄여서 '수백'이라고도 부른다.[2] 고기는 함께 나오는 간장이나 새우젓에 찍어 먹거나 쌈장에 찍어서 을 싸먹거나 알아서 하면 된다.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소주 한잔 걸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실제로 한두 명이 조촐하게 한잔 하고 싶을 때에는 이만큼 가성비가 좋은 것도 드물다.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삼겹살항정살,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을 적당히 섞어서 준다. 돼지국밥은 주로 다릿살을 넣어 주는 것과 비교하면 좀 더 부위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비계가 적은 다릿살 쪽을 선호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퍽퍽한 게 싫을 수도 있으니 단골이라면 취향에 따라 어떤 쪽을 좀 더 많이 달라고 할 수도 있으며, 아예 그렇게 주문할 수 있다고 써붙여 놓은 가게들도 있다.

부산 대연동 <쌍둥이돼지국밥>의 수육백반. 대체로 여기를 원조로 친다.

부산 대연동 쌍둥이돼지국밥이 수육백반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메뉴에 수육백반이 안 올라 있는 부산 지역 돼지국밥집이 드물 정도다. 돼지국밥집 메뉴라는 게 단촐한 편이라서 돼지국밥 아니면 수육백반, 그리고 안줏감으로 그냥 수육 정도가 있다. 그런데 수육백반 2인분이면 고기나 국물이나 푸짐해서 둘이 소주 몇 병은 비울 수 있다. 국물 좀 더 달라면 대부분은 더 준다. 고기의 양을 따져보면 돼지국밥보다는 수백이 더 많고 고기도 더 부드럽고 좋다. 물론 돼지국밥보다는 2~3천원 가량 비싸지만[3] 수육의 양을 보면 돈값 이상 푸짐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비싼 돼지 수육을 주문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돼지국밥이 부산 경남권 바깥으로는 별로 없는 것처럼 부산식 수육백반도 이 권역 바깥으로는 보기 어려우며, 그게 뭔지 아는 사람도 드물다.

각주

  1. 가게에 따라서는 국물에도 고기가 조금이나마 들어 있는 곳도 있다.
  2. 전국 규모의 돼지국밥 체인인 돈수백의 이름이 바로 여기서 따온 것이다. 물론 메뉴에 수육백반도 올라가 있다.
  3. 돼지국밥 시세가 평균 6천원일 때는 수육백반이 8천원 정도였지만 2023년 기준으로 돼지국밥이 7~9천원 선까지 올라가면서 수육백반은 만원을 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