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 brewed coffee.
우리나라와 일본을 중심으로는 더치커피(Dutch coffee)로 알려져 있는 커피 추출 방식.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서는 더치커피보다는 콜드 브루(cold brew)를 쓰는 비중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한편 워터 드립(water drip)이라는 말도 쓰인다.
더치커피(Dutch coffee)는 해석하자면 네덜란드식 커피인데 사실은 콩글리시. 정확히 말하면 쟁글리시다. 올바른 이름은 콜드 브루드 커피다. 네덜란드 사람한테 더치커피 얘기를 하면 어리둥절해 하다가 나중에는 신기해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장삿속에 밝은 네덜란드 사람들이라 누군가 발빠르게 네덜란드 도메인으로 더치커피 기구를 파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럴싸하게 더치 커피의 역사도 나와 있는데 정작 네덜란드를 비롯한 영어권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본 쪽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창작물 역사라는 거.
뜨거운 물로 짧은시간에 우려내는 보통의 드립커피 또는 에스프레소와는 달리 차가운 물에 오랜 시간 동안 우려낸 커피를 뜻한다. 뜨거운 물로 우려낼 때에는 몇 분 안 걸리거나 에스프레소 추출은 2~30초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비해 콜드 브루 방식으로는 10시간 이상 걸린다. 네덜란드가 아니라 남미 쪽이 원조라는 설이 유력한데, 오래 전부터 이런 식으로 커피를 추출했던 듯. 남미에서 차가운 물에 커피를 우려내서 마시는 것에 착안한 토드 심슨이 1964년부터 콜드 브루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마시는 도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 한국에도 2000년대 말부터 일본을 타고 상륙해서 일부 커피 전문점에서 팔기 시작했고, 이후 대형 체인점들이 뛰어들다가 나중에는 스타벅스까지 합류했다. 또한 제품화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이제는 편의점에도 다양한 콜드 브루드 커피들이 병이나 캔에 담겨 있다. 몇몇 커피 전문점에서는 용량이 큰 제품을 팔고 있는데, 물을 타서 농도를 맞춰 마시도록 되어 있다.
한술 더 떠서 콜드 브루드 커피에다가 질소를 쏘아서 마치 흑맥주를 연상하게 하는 거품 헤드를 만드는 니트로 커피까지 등장했다. 질소를 사용해서 마이크로 폼을 만드는 기술의 원조는 기네스인데, 이걸 커피에다가 이식한 것. 커피를 따를 때에도 마치 생맥주 탭과 같은 기계를 설치해 놓고 생맥주 따르듯이 잔에 따라낸다. 말 안 하면 영락없는 흑맥주다. 스타벅스도 일부 매장이 니트로 커피를 팔고 있는데 생맥주처럼 큼직한 탭까지 설치해 놓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들은 '뭐야? 스타벅스도 맥주를 팔아?' 하고 놀라기도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커피 위에 한 방울씩 물이 똑똑 떨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커피를 우려내는 곳이 많다. 일단 이렇게 추출해 내는 모습이 시각 효과가 크다. 크고 아름다운 더치 커피 브루어를 보면 와. 이런 건 전문 커피점에서나 해야겠다, 혹은 나도 저거 사야지,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냥 쇼에 불과하다. 프렌치 프레스에 커피 넣고 물 넣고 한나절 놔뒀다가 커피만 따라내면 된다. 얄팍한 상술에 속아서 비싼 기구 사지 말자. 물론 인테리어 효과는 좋으니까 그런 이유로 사겠다면 말릴 이유는 없다. 이쪽 시장이 발전하면서부터는 천천히 드립시키는 짐출식과 찬물에 커피를 담가서 우려내는 침전식 두 가지 방식을 각각 콜드 브루와 더치커피라는 이름으로 나눠 부르기도 하는데, 서양에서는 일단 더치커피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냥 침출식과 침전식으로 구분하면 될 일.
차가운 상태로 그냥 마시거나 설탕만 조금 넣고 마신다. 차갑게라도 우유를 넣는 경우는 별로 없는 듯. 커피를 물로 우려내는 것으로 끝이니 카페 아메리카노 또는 드립커피와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추출 방식이 완전히 다르므로 향미는 전혀 다르다. 일단 설탕이 없어도 산미가 적고 뒷맛에서 단맛이 솔솔 나온다. 설탕과는 전혀 다른 은은한 여운 정도로 느껴지는 단맛이다. 어쨌거나. 온도에 따라서 커피에서 우러나오는 성분이 달라지는 거야 당연한 이야기므로 뜨거운 물로 우려내는 커피와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차가운 물로 우려낼 경우 카페인이 적게 우러나오는 편이기 때문에 보통 드립 커피보다는 카페인 함량이 적다고들 하는데, 오래 우려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는 편. 하지만 산(acid)의 함량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높은 온도에서만 우러나오는 산이 장시간이라고 해도 찬물로는 전혀 거의 추출되지 않기 때문.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린 게 카페인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량의 산 역시도 위에 나쁜데, 콜드 브루 커피는 위 부담이 확실히 덜하다. 한편으로는 위생 문제도 제기되는데 찬물로 장시간 우려내기 때문에 잡균이 끼어들 우려가 높다는 것. 실제로 커피 체인점에서 판매되는 콜드 브루 커피를 검사해본 결과 여러 곳에서 대장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위생 문제가 제기되자 몇몇 전문점에서는 아예 자외선 살균 공간에서 워터 드립을 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제기되는 문제는 산패인데,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기름 성분도 추출되며 우려내는 시간이 긴 콜드 브루드 커피는 이 기름이 산패한 상태에서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필터를 쓰지 않고 우려내는 침전식이 더 많은 산패 위험이 있다는 주장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둘 다 기름의 양에는 별 차이가 없어서 산패 문제도 다를 게 없다는 반박도 있다.
자동화 머신도 나와 있다. 단순히 커피 위에 물을 떨어뜨리는 정도를 넘어서 패널을 통해 점적량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세팅만 잡아 놓으면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만들 수 있어서 다양한 종류의 싱글 오리진 콜드 브루드 커피를 만들기에 적합한 머신이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더치커피 열풍. 비웃는다든가 하는 게 아닌 흥미롭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더치커피라는 말은 이 말을 쓰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유명 커피 산지 인도네시아 사이의 무역 거래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각주
- ↑ "The Toddy story", Toddy Cold Brew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