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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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MK colour model.svg

컬러 인쇄에 쓰이는 기본 색상. 잉크의 3원색이라고도 한다. CYMK는 각각 C(Cyan, 청록색), Y(Yellow, 노란색), M(Magenta, 자홍색), K(Key, 검은색)을 뜻한다.

미술시간에 배운 물감의 3원색은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이다. 이 세 가지를 적당하게 섞으면 어떤 색깔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세 색깔을 모두 섞으면 검은색도 만들어낼 수 있다.[1] 그런데 인쇄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색깔은 검은색이다. 대부분의 글자는 검은색으로 인쇄하기 때문이다. 검은색 잉크가 다른 색깔의 잉크보다는 값이 싸다. 그러니 세 가지 색깔의 물감을 섞어서 검은색을 만드는 것은 너무 낭비가 심하고 차라리 검은색을 따로 두는 게 훨씬 낫다. 또한 막상 3원색을 섞어서 검은색을 찍어보려고 하면 완전 시커멓게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인쇄에서는 물감이 완전히 섞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CYMK에서 검은색을 뜻하는 글자가 B(Black)이 아니라 K(Key)인 이유는 인쇄에서 검은색이 가장 중요하고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K를 Black의 끝 글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B는 많은 사람들이 Blue(파란색)로 알고 있으므로 K로 쓴 것이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검은색은 그렇고, 나머지 색은 왜 물감의 3원색이 아닌 다른 색을 쓰는지가 궁금해지는데, 이 색은 사실 하얀색에서 빛의 3원색에 해당하는 빨강, 파랑, 녹색을 빼서 나온 색깔이다. 즉 하얀색 - 빨간색(R) = 청록색(C), 하얀색 - 녹색(G) = 자홍색(M), 하얀색 - 파란색(B) = 노란색(Y), 이런 원리다. RGB 모델과 확실한 대응관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물감의 3원색보다 색표현을 위해서는 CYM이 더욱 정확하다. 학교에서는 자홍색이라든지 청록색이라든지 하는 애매한 색깔보다는 빨간색, 파란색이 더 알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가르치는 것일 뿐, 사실은 정확한 3원색이 아니다.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의 범위는 CYMK가 RGB보다 좁은데 이는 컬러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인쇄 자체의 한계에서 온다. 이론적으로는 RGB로 표현되는 색깔은 CYMK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빛을 직접 뿜어내는 RGB와는 달리 CYMK는 들어오는 빛을 어떤 건 흡수하고 어떤 건 반사해서 색을 표현해야 하는데 흡수가 100% 되는 것도 아니고 반사도 100% 되는 건 아니다 보니 실제로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의 범위가 줄어든다. 게다가 빛이 100% 하얀색이 아닐 수도 있고 종이가 100% 하얀색이 아닐 수도 있고, 원색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잉크가 정확한 그 색이 아니라 오차가 있을 수도 있고, RGB에 비해 색 표현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변수가 너무 많다.[2]

또한 컬러 인쇄는 물감을 직접 섞어서 색을 표현하지 않는다. 수만 가지 색깔을 일일이 물감을 섞어가며서 찍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쇄할 때에는 컬러를 CYMK로 분리한 다음 각 색깔로 한 번씩, 총 네 번을 종이에 아주 촘촘하게 점을 찍듯이 찍는다. 그래서 컬러 인쇄를 흔히 4도 인쇄라고도 한다. 촘촘하게 점을 찍듯이 인쇄하는 것을 망점 인쇄라고 하는데, 이들 색깔의 잉크가 직접 섞여서 새로운 색깔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아주 촘촘하게 찍한 각 색깔의 점끼리 빛의 간섭을 일으켜서 우리 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색깔들로 보이는 것이다. CYMK 각각의 점 크기를 얼마나 크게 하느냐, 또한 망점의 각도를 어떻게 주느냐로 색깔을 조절한다. 이런 방식이다 보니 CYM만으로는 검은색이 잘 표현이 안 돼서[3] 검은색 물감을 따로 써야 한다.

따라서 컬러 인쇄를 할 때에는 분판이 필수다. 요즘은 전자출판의 시대니, 인디자인이나 쿼크익스프레스 같은 프로그램으로 책이나 유인물 작업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마지막 단계에서는 분판된 PDF로 만들어서 인쇄소에 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컬러 사진을 넣었다면 분판 단계에서 이 사진이 CYMK 4개 기본 색깔로 색분해가된다. 따라서 각각 CYMK에 해당되는 네 개의 PDF가 만들어지고, 인쇄소에서는 각각의 PDF를 가지고 오프셋인쇄기에 걸 원판을 만든 다음, 종이에 차례대로 찍어낸다. 즉, CYMK 색깔을 각각 한 번씩, 총 네 번 같은 종이에 찍어야 한 장의 컬러 인쇄물이 만들어진다.

다만, 인쇄에서도 잉크를 섞거나 특정 색깔로 나온 잉크를 써서 별색인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별색인쇄는 4도 인쇄처럼 최대한 많은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닌, 제한된 색깔을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쓴다. 예를 들어 어떤 인쇄물에서 검은색까지 합쳐서 3개 색깔만 쓸 계획이라면 4도 인쇄가 오히려 낭비인 데다가 색깔 표현도 오차가 난다. 이럴 때는 잉크를 섞어서 표현하고자 하는 색깔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별색인쇄가 더 효과가 좋을 수 있다.

모니터 화면은 빛의 3원색인 RGB 컬러 모델을 쓴다. RGB는 섞으면 점점 밝아져서 결국 흰색이 되는 가산혼합 방식이고, CYMK는 섞으면 점점 어두워져서 결국 검은색이 되는 감산혼합 방식이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화면에 보이는 사진을 그냥 인쇄하면 화면보다 어둡게 나온다. 이 때문에 컬러 인쇄를 할 때에는 본격적으로 찍기 전에 컬러 교정을 본다. 시험 삼아서 한 장 뽑아본 다음에 색감이 원하던 대로 나왔는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정하면 좋을지를 확인하고 반영한다. 노련한 출판 디자이너나 인쇄 기술자는 이러한 차이를 잘 알고 잘 보정함으로써 높은 품질의 컬러 인쇄 결과를 뽑아낸다. 소프트웨어로도 둘 사이를 어느 정도 보정할 수 있다. 포토샵과 같은 전문 디자인 프로그램은 이미지를 RGB 모드로 할지 CYMK 모드로 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인쇄용으로 쓸 때에는 당연히 CYMK 모드로 해 줘야 한다. CYMK 모드라고 해도 모니터가 색을 표현하는 방식은 RGB이기 때문에 모니터로 보는 색감과 인쇄 결과물 사이에 차이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많이 보정해 주기 때문에 RGB 모드로 작업했을 때에 비해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

디지털 데이터로 색 정보를 저장할 때에는 % 단위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밝은 빨강은 C 2%, Y 90%, M 93%, K 0%로 합성된다. RGB처럼 8비트, 16비트와 같은 디지털에 맞는 데이터 용량을 쓰지 않고 %를 쓰는 건 인쇄기가 그렇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색 요소당 8비트씩 총 24비트를 쓰는 RGB가 약 1677만 색을 표현할 수 있는데 비해 CYMK는 1014 = 약 1억 400만 색을 표현할 수 있다.[4] 하지만 인쇄의 한계 때문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색깔은 16,000색을 좀 넘는 수준이다.[5] 어느 쪽 컬러 모델이든 저장 용량과 처리 속도만 받쳐준다면 색깔의 수는 얼마든지 늘릴 수가 있지만 실제 색을 표현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자 신호로 색 요소의 단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RGB 모델에 비해 CYMK가 많이 밀릴 수밖에 없다.

각주

  1. 빛의 3원색은 반대로 세 색깔을 같은 비율로 섞으면 흰색이 된다.
  2. 물론 RGB도 광원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고, RGB 모델을 사용하는 TV, 모니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역시도 하드웨어에 따른 색감 차이가 존재하지만 인쇄 매체만큼 편차가 크지는 않으며, 화면은 색 조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정도 할 수 있다.
  3. 실제 색깔을 섞어 보면 거무죽죽한 갈색 정도로 보인다.
  4. 각 색깔별로 0~100%까지이므로 100단계가 아닌 101단계다.
  5. "CMYK COLOR PROCESS", O’Neil Pr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