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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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풀어보면 프랑스인의 모순(French paradox)이다. 프랑스인들의 식습관을 보면 콜레스테롤포화지방이 듬뿍 든 고기포화지방 덩어리인 버터에 범벅을 하는 게 많다. 이것도 모자라면 역시 포화지방이 푸짐한 치즈까지 넣는다. 포화지방 삼단콤보. 이쯤 되면 고지혈증에 심장병으로 퍽퍽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데, 희한하게도 프랑스인들의 심장발작 사망률은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낮다. 예를 들어 2004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아일랜드 벨파스트는 35~64세 성인이 섭취하는 에너지의 38%가 지방이고 프랑스 툴루즈는 36%로 큰 차이가 없지만 10만명 당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각각 280과 53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또한 비만인구 비율도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적은 편이다.

과학자나 의학자들이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하고 그 이유를 연구해 왔다. 처음으로 프렌치 패러독스의 개념이 형성된 것은 1980년대로, 프랑스의 전염병학자들이 들고 나왔다고 한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이유로는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된다. 크게 나누면 결국 포화지방이 심장혈관질환과 큰 관련이 없는 것아 이닌가, 하는 주장과 프랑스인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심장발작 위험을 줄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다. 어느 쪽이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이유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와인. 프랑스인들이 레드 와인 소비량이 높다는 것에서 착안한 주장인데.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고 심장발작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되었다. 와인업계는 이걸로 마케팅을 엄청했다. 기름진 음식에는 레드 와인을! 도 마시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다니 이 어찌 기쁘지 않으리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아서 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과 같은 항산화물질은 양이 극히 적어서 와인을 많이 마신다고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지나친 음주는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키는 건 옛날부터 잘 알려진 사실. 와인도 엄연히 이다. 그런데 중세때까지는 와인인 줄 몰랐다고 한다. 도 아닌데 마시면 기분 좋아지고 신기하네~

또한 포화지방을 많이 먹긴 하지만 단사슬 포화지방이 많기 때문에 악영향이 적다는 견해, 과일채소를 많이 먹는다는 견해를 비롯해서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연구나 가설들이 다 그렇듯이 어떤 한 가지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프렌치 패러독스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근거로 자주 사용되는 게 영국프랑스의 심장질환 사망율 비교인데 두 나라의 통계 자료 수집 방법이 달라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뿐, 이를 보정하면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두 나라 사이의 심장질환 사망자 수가 별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와인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심장질환 사망자 수가 다른 유럽인과 비슷해진다면 되려 프렌치 패러독스가 입증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 섭취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다. 즉 프렌치 패러독스의 전제 조건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