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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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전물을 거르지 않아 맑지 않고 뿌연 모습을 한 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술은 기본적으로 곡물이나 과일을 사용하는데 당분 혹은 당화된 전분이 빠져나간 재료들은 찌꺼기로 남는다. 이런 찌꺼기는 무겁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놓아두면 바닥에 가라앉는다. 침전물이 다시 뜨지 않도록 술만 따라내면 맑은 술을 얻을 수 있지만 탁주는 침전물을 거르지 않거나 체에 걸러 건더기 정도만 빼내고 그냥 마신다. 따라서 걸러낸 술에 비해 색깔이 뿌옇고 걸쭉하다. 알코올 도수가 웬만큼 높지 않으면 침전물은 부패하기 쉬우므로 보존성이 떨어진다. 다만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밀폐하고 완전히 멸균처리를 하면 장기 보존도 가능하다. 캔막걸리 같은 게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 좁은 의미로는 막걸리를 뜻하지만 막걸리 말고도 침전물을 거르지 않아 뿌연 술은 동서양에 걸쳐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일본의 니혼슈 중에도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니고리자케가 있고, 중국에도 농주가 있었다. 수호지에 보면 천자가 양산박을 사면하려고[1] 사신에게 좋은 술을 들려서 보내는데, 중간에 술은 다 처먹고 단지에 싸구려 농주를 넣어서 가는 바람에 양산박 두령들이 빡치는 대목이 있다.

서양의 맥주와인도 옛날에는 탁하고 죽에 가까울 정도로 걸쭉한 상태로 마셨다. 스파클링 와인은 병 안에서 효모의 2차 발효로 탄산가스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병 안에 효모 찌꺼기가 남아 있었고, 뵈브클리코가 탄산가스 손실을 최소화 하면서 병 안의 효모를 제거하는 샹파뉴 방식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그냥 뿌연 상태로 마셨다. 홈브루잉으로 맥주를 만들 경우에도 양조 후 병입을 할 때 설탕을 넣어서 병 안에서 2차 발효로 탄산가스를 만들기 때문에 병에 효모 찌꺼기가 남는다. 병을 며칠 잘 놔두어 가라앉힌 다음에 맑은 부분만 따라서 마셔야 하는데, 결국 막판에는 효모 찌꺼기가 딸려 나와서 맥주가 탁해진다.

침전물을 걸러내도 술의 원래 특성 때문에 뿌옇게 보이는 술도 있는데 이런 건 탁주로 보지 않는다. 밀맥주는 밀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 때문에 침전물을 가라앉혀도 뿌옇게 보인다. 맑은 술을 만들려면 필터로 걸러내야 한다. 레드 와인이나 흑맥주처럼 색깔이 짙어서 맑지 않아 보이는 것도 있는데 실제로는 밀을 사용한 흑맥주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맑은 술이다.

각주

  1. 이를 초안(招安)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