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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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과일의 일종.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가 원산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원산지는 중국이다. 원래는 차이니즈 구스베리(Chinese Gooseberry)라고 불렀다. 중국어로는 미허우타오(猕猴桃)라고 하는데, 미허우(猕猴)는 짧은꼬리원숭이를, 타오(桃)는 복숭아를 뜻한다. 이 원숭이가 키위를 좋아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기록으로는 12세기 송나라 때부터 나올 정도로 역사가 오래 됐지만 상업적인 농업 작물로는 키위 하면 떠오르는 나라인 뉴질랜드가 원조다. 중국이 원산지였던 키위가 뉴질랜드까지 건너온 것은 1904년으로, 중국의 미션스쿨을 방문했던 왕가누이 여학교(Wanganui Girls' College)의 교장인 이사벨 프레이저가 중국에서 키위 씨를 가지고 와서 왕가누이에 살던 동부인 알렉산더 앨리슨에게 주어 심은 게 시초였다고 한다.[1] 알렉산더 앨리슨은 희한한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는데, 아무튼 이렇게 해서 뉴질랜드에 키위가 재배되기 시작했고, 1920년대에 가면 묘목업자들이 관심을 가져서 여러 묘목장으로 분양되면서 재배가 빠르게 늘었다. 향미가 구스베리라는 과일과 비슷해서 차이니즈 구스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는 작은 멜론이라는 뜻의 멜로넷(melonette)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

그런데 뉴질랜드가 1950년대에 미국에 차이니즈 구스베리, 혹은 멜로넷을 수출하려고 했지만 난항을 겪었는데, 일단 멜론과 베리에 붙은 관세가 높았던 데다가 1950년대에 냉전 시대로 접어들고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이 직접 맞붙는 지경이 되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었다. 그러니 '차이니즈'라는 이름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러자 1959년에 오클랜드에 있는 과일 포장 회사인 터너 & 그로워즈(Turner & Growers)가 동글동글한 모양이나 갈색 껍질 색이 키위와 비슷한 데에 착안해서 '키위프루트(kiwifruit)라는 이름을 들고 나왔고, 오늘날 키위프루트, 혹은 줄여서 키위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2]

1970년대부터 우리에게도 친숙한 제스프리(Zespri) 브랜드를 앞세워서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2012년부터는 그냥 뉴질랜드에서 나는 모든 키위에 제스프리 상표를 붙여서 수출한다. 그런 만큼 뉴질랜드가 가장 많이 생산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2위다. 1위는 역시 키위의 원조답게 중국이 양쯔강 상류 지역과 쓰촨 지방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위는 뉴질랜드, 3위가이탈리아다. 이것도 원래는 이탈리아가 2위였는데 이탈리아는 정체 상태인 반면 뉴질랜드는 계속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2010년에 처음으로 뉴질랜드가 이탈리아를 추월했고 이후에는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2010년대 후반부터는 뉴질랜드가 앞서 나가는 추세다.[3] 이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좀 의외일 듯. 4, 5위권에는 이란이 포진하고 있다.[4]

강력한 단백질 분해효소인 액티니딘(actinidin)이 풍부해서 고기를 재울 때 넣으면 고기를 부드럽게 해 주는 작용을 한다. 너무 많이 넣으면 지나치게 부드러워져서 흐물흐물해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 점을 이용해서 고기 먹을 때 키위를 후식으로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효소의 작용이 워낙 강력해서 키위로 디저트를 만들 때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단백질을 분해해서 우유를 굳게 하는 작용이 있다. 여러 가지 과일맛 우유가 많은데 키위우유 보기가 힘든 게 그 때문. 키위와 우유가 들어 있는 유제품이 있긴 하지만 요구르트와 같이 물성이 반쯤 굳는 것, 혹은 먹기 전에 흔들거나 섞어서 먹는 제품들에 주로 쓰인다.[5] 만들어서 바로 먹는 키위 스무디나 걸쭉한 쉐이크 같은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액티니딘이 단백질을 분해 응고시켜서 층이 분리된다. 생크림 위에 키위를 놓으면 역시 생크림의 단백질을 분해시켜버린다. 또한 젤라틴이 굳는 것을 방해하는 작용도 있기 때문에 디저트에는 여러 모로 키위를 쓰는 게 까다롭다.[2]

사실 뉴질랜드에서 키위라고 하면 과일이 아니라 새를 먼저 생각한다. 과일 키위는 중국이 원산지이고 20세기 초에 와서야 뉴질랜드에 유입되었지만 키위새는 정말로 뉴질랜드 특산이다. 영어권, 특히 뉴질랜드호주 쪽에서는 kiwi라고 하면 새를 뜻하고 과일은 kiwifruit라고 부른다.[6] 그냥 '키위'라고 하면 과일을 먼저 떠올리고 새를 얘기할 때에는 '키위새'라고 하는 것과는 정 반대인 셈이다. 날지 못하는 새이며, 크고 아름다운 알로도 유명하다. 알 자체의 절대적인 크기는 물론 타조알이 제일 크지만 다 자란 성체의 몸집 대비 알 크기는 키위가 암컷 대비 20%로 알을 낳는 생물 중에서 가장 크다. 이 어마어마한 알을 몸 속에 품고 있다가 낳아야 하다 보니 알을 낳다 죽는 암컷도 적지 않아서 개체 수가 잘 늘어나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질랜드인을 부르는 별명이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보통 어느 나라 사람을 동물과 연결시키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어느 정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고 당사자는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뉴질랜드인들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를 키위라고 지칭하기도 하고[7] 전혀 불쾌해 하지 않는다. 뉴질랜드에 관련된 로고나 브랜드에도 키위가 적극적으로 사용될 정도다.

각주

  1. "Story: Kiwifruit, Page 2. Early history, names and varieties", Te Ara - Encyclopaedia of New Zealand.
  2. 2.0 2.1 Rachel Tan, "7 Things To Know About Kiwi", Michelin Guide, 20 June 2019.
  3. "Fresh Kiwifruit", Trige.
  4. 이란은 중동 국가여서 더운 사막 기후라는 이미지만 있지만 실제로 땅덩이가 아주 크고 남북으로 길게 걸쳐 있다 보니 북부 지역은 위도로 보면 북한과 비슷하다. 1972년에는 이란에 눈폭풍이 덮쳐서 4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적도 있다. 아예 마을 전 주민이 동사한 일까지 있을 정도로 피해가 막대했다.
  5. 굳이 키위우유를 만들겠다면 진짜 키위가 아니라 우유에 합성키위향을 넣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일본 우츠노미야 지역에서 인기가 있는 레몬우유도 비슷한 것으로, 레몬 역시 산의 작용으로 우유를 굳게 하는 성질이 있다 보니 합성레몬향을 쓴다.
  6. 과일도 줄여서 kiwi라도고 부르지만 그냥 kiwi라고 하면 일단 새를 먼저 떠올린다.
  7. '뉴질랜드인'을 뜻하는 정식 영어 이름은 뉴질랜더(New Zealander)지만 길기도 하고 해서 '키위'라는 말을 많이 쓰고, 언론에서까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