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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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

홍차 중에서도 향을 첨가한 가향차 가운데 가장 널리 애용되는 대표 주자. 홍차베르가모트 오일을 첨가한 것이다. 차의 이름은 영국 수상을 역임했던 얼 그레이 2세(찰스 그레이) 백작[1]의 이름에서 따온 것. 전해 오는 얘기에 따르면 1803년, 그레이 백작 밑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중국인 아이를 구해줬는데 역시 중국인인 아이 아버지가 감사의 뜻으로 베르가모트 오일로 향을 낸 홍차를 백작에게 선물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레이 백작은 평생 중국에는 가본 적이 없고, 중국에서도 당시에 베르가모트 오일로 에 향을 내는 레시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무튼 선물로 받긴 뭘 받은 모양. 뇌물이었나?

트와이닝스 사의 얼그레이 찻잎.

대다수 회사들은 얼그레이를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원조 논쟁도 벌어진다. 잭슨즈 오브 피카딜리(Jacksons of Piccadilly)라는 회사는 1830년대에 자기들이 직접 그레이 백작으로부터 레시피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와이닝스도 자기들이 원조라고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 1831년 찰스 그레이 백작이 자신이 선물로 받은 차를 재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만든 것인데, 백작은 딱 한 모금 마셔 보고 완전 홀딱 반해서 자기 이름을 붙였다는 게 이 회사 주장이다.[2]

한편 찰스 그레이 백작 쪽 가문에서 설명하는 유래도 있다. 원래는 중국인이 그레이 백작을 위해서 블렌딩한 것으로, 백작의 집안이 있는 노섬버랜드(Northumberland)의 호윅홀(Howick Hall)의 물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이곳의 물에서는 라임향 비스무리한 향이 났는데 중국인 블렌더가 이걸 상쇄시킬 요량으로 베르가모트를 탔다는 것. 백작의 부인이 특히 이 차를 좋아해서 런던의 사교계에도 퍼지고, 수요가 늘자 차 판매업자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3] 트와이닝스 측에서는 그렇게 팔기 시작한 첫 번째 판매업자가 자기라는 거고, 다른 차 회사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원래 중국에는 가향차 문화가 있어서 이것저것 첨가해서 차와 조화로운 향을 내는 레시피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향으로 황제의 환심을 살 목적도 있었지만 이국적인 향으로 서양 무역상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그 중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가장 대박이 터진 게 얼그레이인 것.

아이스티를 만들어 마셔도 좋다. 베르가모트가 시트러스 계열이므로 상쾌한 향과 신맛이 있다. 은은한 단맛이 살짝 있기 때문에 설탕을 안 넣어도 맛있는 아이스티를 만들 수 있다.

영국인들은 홍차우유를 타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얼그레이는 우유를 타지 않고 마시는 것을 정통으로 친다. 레몬 한 조각을 띄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취향이야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므로 입에 맞다면 우유를 넣어서 마셔도 무방하다. 아예 얼그레이 티에 스팀 밀크바닐라 시럽을 넣어서 만드는 '런던 포그(London fog)'스모그 티도 있다. 전통적인 런던 포그 티는 우유는 넣지 않고 바닐라 시럽만 약간 넣었는데, 스팀 밀크까지 들어가는 것으로 변했다. 진짜 스모그 그래서 '런던 포그 라테'로 부르기도 한다.

트와이닝스에서는 얼그레이 레시피를 응용해서 레이디 그레이라는 가향차도 만들었다. 좀더 화사하고 맛이 마일드하므로 입문자가 즐기기에 괜찮은 가향차다.

얼그레이 케이크.

얼그레이를 응용해서 녹차우롱차베르가모트를 첨가한 차도 있다. 녹차+베르가모트로 만든 가향차는 얼그레이 그린, 또는 얼 그린이라고 부른다. 또한 특유의 향을 살려서 제과에도 활용한다. 얼그레이를 사용한 케이크, 마카롱과 같은 디저트는 우리나라의 제과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제과에 사용할 때에는 차를 물이나 우유에 진하게 내려서 사용하지만 차를 곱게 가루를 넣어 반죽에 섞는 식으로 얼그레이가 들어 있다는 것을 눈으로도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각주

  1. 아동 노동착취를 금지시키고 아동 노동을 규제하는 법률을 재정비한 중요한 업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업적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고 차 이름으로 만 기억한다. 지못미.
  2. "EARL GREY", Twinings.
  3. "What is Earl Grey Tea?", Teatu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