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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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과정에서 나온 가축의 피. 특히 이를 식용으로 쓸 때 '선지'라고 한다. 선지피라고도 하지만 '선지' 자체에 '피'라는 뜻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선지피는 겹말이다. 다만 가축의 피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막 쏟아져 나오는 피를 뜻하는 말로는 '선지피'가 쓰이며 사전에도 이 뜻으로 '선지피'가 올라 있다. 즉, 선지는 가축의 피로 막 쏟아져 나온 액체 상태의 피 또는 이를 굳힌 것을 모두 뜻하지만 선지피는 식어서 굳은 것을 가리키는 말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영양으로 보면 고단백 저칼로리다. 소 선지 기준으로 열량이 100g에 27 kCal이고 단백질은 4g인데 비해 지방탄수화물은 각각 0.5g니까 단백질이 다른 둘을 합친 것보다 4배나 많다.[1] 헤모글로빈 때문에 당연히 철분도 풍부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건 액체가 아닌 젤리 같은 흐물흐물한 고체 상태인데, 피는 공기 중에 노출되면 혈소판 작용으로 굳는 효과도 있고, 액체보다는 고체가 보관이나 유통이 편하기도 하다. 피를 먹는다는 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나 문화, 종교도 많고 그런 제약이 없다고 해도 피 특유의 냄새라든가 검붉은 색깔,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엇갈리는 식재료다.

우리나라는 주로 소의 피를 선지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특히 해장국 재료로 애용하는데 선지를 넣어서 만드는 선짓국해장국의 대표 주자 중 하나. 요리에 쓸 때에는 한 번 삶아서 쓰는데, 이 삶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잘못 삶으면 퍽퍽하고 스펀지 같은 질긴 느낌이 많이 나고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모습인데 반해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잘 삶은 선지는 구멍도 거의 없고 식감도 부드럽다.

돼지 선지는 국물에는 잘 쓰이지 않지만 순대의 주요 재료 중 하나다. 순대 성분표를 보면 '돈혈'이라고 쓰여 있는 게 바로 돼지 선지. 순대의 거무죽죽한 색깔을 내는 게 바로 돼지 선지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유럽소시지 재료로 돼지 선지를 널리 쓰는 편이다. 이른바 '블러드 소시지'라고 부르는 것들이 피를 넣어서 만드는 소시지.[2] 서양 문화가 동양에 비해 피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유럽은 재료에서 선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도 높은 음식들이 한둘이 아닌데,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블랙 푸딩과 프랑스의 부댕 누아르. 돼지 선지를 주로 쓰며 소 선지를 섞기도 한다.

선지도 식재료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이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특히 쓰촨요리에서 여러 가지 요리의 식재료로 쓴다.

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