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스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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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다른 부채로 바꾸는 것. 예를 들서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회사가 은행과 거래를 통해서 약간 금리가 높은 고정금리로 바꾼 것. 만약 부채스와프 이후 시장금리가 오른다면 회사가 이익을 보고 반대로 시장금리가 내린다면 은행이 이득을 볼 것이다. 한국 정부가 2015년에 시행한 안심전환대출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적인 부채스와프인 셈이다.

원래 부채스와프를 할 경우 부채의 원금 자체에는 영향이 없고 금리나 변동/고정금리 여부, 만기 연장과 같이 부채의 조건만 변화가 있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깡패 같은 부채스와프도 있다. 이를테면 어떤 나라에서 국채 갚을 돈이 없으니 못 갚겠다고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그러니까 국가부도를 선언해 버렸다고 치자. 그렇다고 아예 상환 의무를 쌩깔 수는 없다. 나라가 힘들어서 디폴트 선언을 했지만 나라를 재건하려면 돈을 꾸어와야 한다.그런데 배째라는 나라의 국채를 앞으로 누가 사나?

결국 채권을 가진 투자자들을 상대로 채무 재조정에 대한 협상을 하는데 이 때 자주 쓰는 스킬이 부채스와프이다. 쉽게 말해서 새 채권 줄게 헌 채권 다오. 예를 들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가진 투자자가 있다면 그 채권을 새로운 5년 만기 채권으로 바꿔주겠다, 고 제안히는 것이다. 사실 말이 제안이지 그냥 통보 혹은 협박이다. 그나마 만기 연장이면 다행인데 여기에 원금까지 후려친다. 예를 들어서 헌 채권 1달러를 새 채권 50 센트로 쳐주겠다는 식이다. 이런 경우라면 무려 50%를 손해보지만 그거라도 건져야지, 원금 다 달라고 했다가 진짜 나라가 쑥대밭이 돼서 한 푼도 못 건지면... 하는 생각에 울며 겨자먹기로 부채스와프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실, 디폴트 선언을 하기 전에 해당 회사채국채는 이미 똥값이 되어 시장에서 팔리고 있을 것이다. 아주아주 잘 굴러가고 있던 회사나 국가가 어느 날 갑자기 부도를 내겠는가. 상당수 투자자들은 고위험 고수익에 베팅한다는 생각으로 헐값에 채권을 매입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당수 투자자들은 1 달러를 50 센트로 바꾸는 부채스와프에도 불구하고 50%보다는 훨씬 적은 손해를 본다.

투자자가 이런 깡패 같은 부채스와프을 못 받겠다면 결국 소송으로 가게 된다. 채권을 발행한 국가 또는 회사의 소재 국가에서 소송을 거는 게 아니라 채권이 판매된 국가에 소송을 걸면 된다. 소송에서 이기면 그 나라 또는 그 나라의 효력이 미치는 국가 영토에 있는 채무회사 또는 국가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 기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국채인 경우 아무리 외국에 있다고 해도 국가 소유의 자산을 압류하고 처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페이퍼 컴퍼니를 비롯해서 다양한 수법으로 해외 자산을 분산시킬 테니 이걸 찾아내고 소유권을 규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그 정도로 사정이 나쁘다면 자산이 별 게 없을 수도 있고. 보통은 끝까지 소송으로 가기보다는 합의를 통해서 일부라도 건지는 쪽을 선택한다. 하지만 재수 없으면 헤지펀드와 같은 독종들을 만날 때도 있다.

국제적으로는 90% 이상의 동의를 구하면 나머지에게는 부채스와프을 강제 적용할 수 있는데 이런 조건을 붙여서 발행한 채권에 한정한다. 아르헨티나는 이 조건을 빠뜨리고 국채를 발행했다가 2002년 디폴트 선언 이후 10년 이상을 엘리엇매니지먼트에게 탈탈 털리고 있다.

비슷하게 보이는 용어로 신용부도스와프(CDS)라는 것이 있으나 개념은 전혀 다르다. 대출과 관련된 용어긴 하지만 CDS는 대출 위험 헤지를 위한 것으로 시작하긴 했는데 투기상품이 되어 버린 — 월스트리트가 다 그따위지 뭐 파생상품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