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졸레 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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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jolais nouveau.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나오는 레드 와인으로, 해마다 11월 세째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 풀린다. '누보(nouveau)'는 '새로운'을 뜻한다.

보졸레 와인인 만큼 가메 품종으로 만든다. 추수 후에 양조와 숙성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보통의 와인포도를 짜서 과즙을 낸 다음에 효모를 투척해서 양조를 하지만 보졸레 누보는 포도를 통째로 양조통에 넣어버린다. 밑바닥에 있는 포도는 위에 쌓인 포도의 무게 때문에 짓눌려서 과즙이 나오겠지만 대부분의 과즙은 아직 포도 안에 들어 있는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그냥 효모를 뿌려서 양조를 한다. 효모는 혐기성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만들기 때문에 양조통을 밀폐시키고 이산화탄소를 가득 채워서 효모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 놓으면 효모포도 과육 속에 들어 있는 당분을 빨아먹고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이런 발효법을 카보닉 매서레이션(carbonic maceration, 탄산가스침융법)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발효를 마치고 액을 짜내면 색깔은 발그레하고, 과일향이 많은 대신 타닌은 적은 와인이 나온다. 보통의 양조법으로 막 만들어낸 와인은 껍질에서 스며나온 온갖 타닌들 때문에 너무 거칠어서 바로 마시기 힘들고 어느 정도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카보닉 매서레이션으로 만든 것은 짓이겨서 양조하지 않았으므로 껍질에서 타닌이 별로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다. 잠깐만 숙성하고 바로 마셔도 그러저럭 괜찮다. 짙은 색깔의 색소가 많이 빠져나오지 않아서 색깔도 발그레하다. 오크통 숙성 같은 것은 당연히 생략.

한때는 보졸레 누보 거품이 엄청나게 들끓어서 우리나라에서는 보졸레 누보가 시장에 풀리는 날이면 호텔이고 술집이고 갖가지 행사를 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보졸레 누보 탕에 몸을 담그기까지 했으나 이제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보졸레 누보 거품은 많이 꺼진 상태다. 거품 경제도 꺼진 판에 제깟 거품이 무슨 수로 버티겠다고. 특히나 조르쥬 뒤뵈프를 비롯한 유명 메이커들이 규정을 위반하고 샵탈리제이션을 시전했다가 걸려서 개망신을 당하는 바람에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와인샵이나 편의점에서 보졸레 누보가 나올 때 행사 이벤트를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정말 관심은 시들해진 상태다.

사실 와인 자체만으로 보면 속성으로 만든 것이니만큼 별게 없다. 절대로 가메로 만든 와인 자체가 꽝인 것은 아니다. 루이 자도를 비롯해서 규모가 큰 부르고뉴 와인 메이커들 중 일부는 보졸레에서도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물랭-아방을 비롯해서 잘 만든 보졸레 와인은 "헉, 보졸레가 이런 와인도 만들어?" 싶을 정도로 우아하고 화사한 향미를 자랑한다. 아무 말 안 해주고 시음 시켜보면 부르고뉴 와인과 헷갈릴 정도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는 길어야 두 달 안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전 세계로 실어 날라야 하니, 속성으로 만든 게 제대로 시간을 두고 만든 것과 같을 리가 없다. 양조 방법 때문에 타닌을 비롯해서 와인을 오래 가게 하는 데 필요한 물질이 부족하므로 보존성도 좋지 않아서 몇 달이면 맛이 가버린다.

그렇기는 해도 아주 마실 가치가 없는 와인이라고 보기는 또 그렇다. 상업적으로 너무 과장되긴 했어도 그 이전부터 보졸레 사람들은 빨리 양조해서 빨리 마시는 와인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한 해 농사가 잘 된 것을 축하했다. 그냥 올 한해도 다 갔구나... 씨발 또 1년 늙어가네. 하는 아쉬움 반, 올해도 수고했구나... 하는 위로 반으로 한 병쯤은 즐겨볼 만한 와인이다. 하지만 해 넘어가면 설령 싸게 팔아도 건드리지 말자. 앞서 말했지만 빨리 맛이 간다.

보졸레 누보가 보졸레 와인의 인지도를 크게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보졸레 와인을 싸구려로 여기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졸레 와인은 윗 동네 부르고뉴의 어마어마한 위상에 눌려서 그렇지 좋은 놈은 그냥저냥한 부르고뉴 와인 뺨칠 정도로 좋다. 품종이 다르긴 하지만 이쪽도 기본은 다른 품종 안 넣고 가메 품종 100%이고 가메피노 누와르와 향미가 상당히 비슷한지라,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즐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