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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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ay.

적포도 품종의 하나. 프랑스 보졸레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며, 부르고뉴 남부 일부에서도 재배된다. 보졸레 지역의 와인은 가메 100% 아니면 피노 누아르가 약간 들어간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보졸레 누보도 이 녀석으로 만든다. 부르고뉴 와인피노 누아르 100%로만 만들게 되어 있지만 딱 하나 예외가 있는데 가장 아래 등급인 부르고뉴-파스-투-그랭(Bourgogne Passe-Tout-Grains)은 가메가 주종이고 피노 누아르가 3분의 1 이상 들어 있어야 한다.

부르고뉴 본 지역 남쪽에 있는 가메라는 마을을 원조로 보고 있으며, 품종 이름도 이 마을 이름을 따서 붙였다. 이 품종의 완전한 이름은 가메 누아르 아 쥐스 블랑(Gamay Noir à Jus Blanc)이다. 뜻 그대로 풀어 보면 '흰 과즙이 나온 가메의 검은 포도' 정도가 된다.[1] 피노 누아르구애 블랑의 교잡종이다. 구애 블랑은 지금은 거의 재배하지 않고 있지만 피노 계열의 품종과 많은 교잡좀을 낳았다. 샤르도네, 알리고테, 뮈스카데와 같은 쟁쟁한 품종들이 이 둘의 교잡종이다.

1360년대부터 본의 남쪽 지역에서 재배한 기록이 나올 만큼 재배한 지는 오래 됐다. 피노 누아르보다 2주 정도 먼저 포도가 익고 재배도 좀더 쉬운 편이라 부르고뉴 지역에서는 상당히 많이 재배했다. 그러나 1395넌에 부르고뉴공국의 통치자였던 '용맹공' 필리프가 가메를 "아주 못되고 불충한 품종"이라 비난하면서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르 100%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칙령을 때려버린다. 이 칙령에는 심지어 가메를 "인류에게 해로운 품종"이라고까지 까면서 "과거에 이를 마셨던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질병에 감염되었다"고까지 했다.[2] 14세기 중반에 인류 역사 최악의 피해를 낳은 유럽 페스트 대유행[3]을 마치 가메 탓인양 몰아세우는 분위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슬금슬금 가메 재배가 늘어난 모양이다. 60년 후 용맹공의 후계자인 '선량공' 필리프가 다시 한번 쐐기를 박으면서 가메는 주류에서 왼전히 밀리지만 그래도 명맥은 유지헸다. 가메가 부르고뉴에서 밀려나서 그 남쪽 보졸레에 정착헸겠다 싶겠지만 보졸레에서 가메가 주류가 된 건 18세기로 상당한 시차가 있다.

프랑스 루아르 계곡 일대에서도 많이 재배하는데 레드 와인을 만들 때에는 카베르네 프랑, 그리고 말벡[4]과 블렌딩한다.

스위스에서도 재배되어 피노 누아르와 블렌딩한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인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캐나다의 나이애가라 반도 쪽에서 재배하고, 피노 누아르로 유명한 미국 오리건 쪽에서도 재배된다. 캐나다의 나이애가라반도 역시 주요한 신대륙 가메 산지다. 하지만 와인 생산량이 그닥 많은 편은 아니고, 호주나 다른 곳에서도 소량 재배하는 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지는 않은 품종이다.

부르고뉴의 주종인 피노 누아르와 비교하면 많이 저평가 되어 있지만 가메를 이용해서 잘 만든 와인피노 누아르 못지 않게 우아하고 나긋나긋한 산딸기체리 향미가 꽃핀다. 조상이 괜히 피노 누아르가 아니다. 보졸레 지역의 10개 크뤼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와인들이 나오고 있다. 보졸레 누보 때문에 이벤트에나 기대는 저질 와인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한번쯤 물랭-아방과 같이 제대로 만든 보졸레 와인을 마셔 볼 필요가 있다. 피노 누아르와 비슷한 특성을 상당히 가지고 있으며, 고급 피노 누아르처럼 나긋나긋하면서도 뒷심이 강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좋은 와인이다. 대체로 가벼운 느낌이고 과일향, 특히 베리 계열 향이 풍부한 와인을 만들어 낸다.

각주

  1. 적포도백포도든 과즙만 짜내면 색깔이 창백하다. 레드 와인을 만들 때에는 과즙을 짜고 껍질까지 같이 넣어서 양조해야 껍질에서 색깔이 충분히 우러나온다.
  2. "‘A very bad and disloyal variety’: The banning of Gamay", The Drinks Business, 29 July 2016.
  3. 페스트 대유행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 루아르 쪽에서는 콧(Côt)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