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키 모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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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sky moment.

상승세를 그리던 투자 및 자산 시장이 하락세를 겪을 때 갑자기 급격한 하락을 보이는 것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다. 투자 사이클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이지만 비즈니스 사이클에서도 침체기 초반에 비슷한 급격한 경기 히락 현상이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어서 좀 더 확장되어 쓰인다.

민스키 모멘트라고 하니까 이 말을 민든 사람이 민스키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폴 맥컬리리라는 경제학자가 만든 말이다. 물론 이러한 이름이 붙은 데에는 하이만 민스키라는 경제학자의 이론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맥컬리는 한국의 IMF 외환위기를 몰고 왔던 1990년대 말의 아시아 및 러시아의 외환위기 사태를 보고 민스키가 제시했던 자본주의 투자 시장의 내재된 불안정성을 실증하는 사례라고 보아 '민스키 모멘트'라는 용어를 썼다.[1]

민스키 모멘트를 쉽게 풀면 이렇다. 투자 시장이 한창 상승세를 타고 과열되면 너도 나도 한몫 잡으려고 뛰어든다. 빚을 잔뜩 지고 주식이나 부동산을 지르는 사람들도 급속하게 늘어난다. 하지만 투자 시장의 거품은 결국 한계가 있어서 언젠가는 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빚을 잔뜩 지고 투자했던 사람들은 위기에 몰리고, 어떻게든 투자 자산을 처분하려고 한다. 하지만 떨어지는 자산을 살 사람이 많을 리 없다. 팔려는 사람은 많고 사려는 사람은 없으니 자산의 가격은 급속하게 떨어진다. 여기에 호황일 때 대출을 듬뿍 듬뿍 해줬던 금융기관은 시장이 얼어붙으면 연체율이 올라가니 채권 회수에 열을 올린다. 담보로 잡아 두었던 자산을 처분해서 채권을 일부라도 회수해야 하니까 매물은 더더욱 쏟아진다. 그러면 사려는 사람들은 더 없다. 버틸수록 더 싸게 살 가능성이 높은데 왜 사? 이제는 빚이 없거나 많지 않은 사람들도 공포에 휩싸인다. 투자 자산을 그냥 쥐고 있으면 더 떨어질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그래서 이들까지 어떻게든 자산을 빨리 팔려고 한다. 부실자산은 물론 그닥 사정이 나쁘지 않은 자산들까지 대거 매물로 쏟아지므로 투자 시장은 투매 양상을 보이면서 급속도로 시장이 붕괴된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거품의 급속한 붕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당장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주택시장의 과열, 그리고 신용등급이 낮은 부실채권을 모아서 만든 파생상품들이 판을 치면서 거품이 정점까지 치솟았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 경매가 급증하고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모기지은 채무자가 주택만 던져주면 끝이기 때문에[2] 모기지 회사들은 주택을 처분해야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데, 당연히 갑자기 매물이 급증하니 가격도 급락하고 그나마 팔리지도 않는다. 결국 패니메이, 프레디맥을 비롯한 모기지 회사들이 줄줄이 파산하고[3], 부실채권으로 만든 파생상품을 열심히 팔아먹었던 금융 회사들까지 줄파산 또는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급속도로 시장이 붕괴하고 그 여파가 미국을 넘어 글로벌로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각주

  1. "Minsky Moment Defined", investopia.com, 20 June 2019.
  2. 우리나라는 빚을 못 갚아서 집이 압류 당했을 때, 이를 경매 처분해서 금융회사가 회수한 금액이 채권액에 못 미치면 다른 재산을 압류해서 나머지 금액을 받아낼 수 있지만, 미국은 모기지 채무자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집만 압류당할 뿐, 금융회사가 다른 재산은 건드리지 못한다.
  3. 이들은 결국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통해 사실상 국유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