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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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노면전차.

노면, 즉 도로 위에 부설한 궤도를 따라 운행하는 전차. 다른 얘기 없이 '전차'라고 하면 보통은 노면전차를 가리키는 거라 전차=노면전차라고 봐도 된다. 도로에 매설한 궤도가 아닌 전용으로 건설한 궤도를 사용하는 도시철도 교통은 요즈음은 경전철이라고 부르는 추세다.

영어로는 tram(영국식) 또는 streetcar, trolley(미국식)라고 한다. 요즈음은 우리나라에서도 '트램'이라는 말이 곧잘 쓰이는 편이다.

특징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노면전차 궤도.

도시철도와 달리 철도용 노반을 따로 만들고 침목과 궤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도로와 같은 노반 위에 궤도를 깔고 도로와 같이 포장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노면전차용 궤도는 도로 위로 튀어나온 게 아니라 도로에 매설해 놓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이렇게 하면 궤도 고정도 잘 되고 일반 자동차가 그 위를 지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궤도를 갈아야 할 때는 일이 커진다. 다만 궤도는 몇 년 또는 10년 넘게도 그대로 쓸 수 있으므로 장점이 더 많다. 수리가 편하게 도로에 틈을 좀 넓게 만든 다음 궤도를 놓고 완충재를 채워 메우거나 인도처럼 블록을 깔아서 해체하기 쉬운 방식을 쓰기도 한다. 분기 방식은 일반 철도와 비슷하며 전차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방식도 있고, 중앙 통제센터에서 조종하는 방식도 있다.

교차로에서는 일반 자동차와 같이 신호등을 준수해야 하며, 일부는 전차에게 우선권을 주는 신호 체계를 가지고 있다. 대체로 도로의 한가운데 부분에 궤도를 설치한다. 길 가장자리에는 자동차가 서야 할 일도 많고 교차로에서 회전하는 구간을 만들 때 커브가 커지는 문제도 있다. 드물게 길 가장자리 쪽으로 궤도를 내는 경우도 있긴 있다. 일본 삿포로의 노면전차 일부 구간이 그 예. 정류장은 궤도와 마찬가지로 길 한가운데에 만들지만 도로 폭이 넓지 않고 정류장을 만들 공간이 마땅치 않으면 않으면 그냥 사람이 길을 건너서 인도로 넘어가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그 뒤에 있는 자동차는 무조건 사람한테 양보해야 한다.

장점이라면 역시 건설비. 도로 만들 때 공간을 좀 더 확보해서 궤도를 설치하고 포장하면 되므로 철도용으로 따로 노반 만들고 침목 깔고 할 필요가 없다. 터널을 뚫어야 하는 지하철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또한 필요한 경우 자동차가 달릴 수도 있다. 레일은 보통 노면 표면과 같은 높이이고 전차 바퀴가 걸칠 틈만 만들어주면 되는데 필요한 틈의 폭은 자동차 타이어 폭보다는 훨씬 작아서 자동차가 그 위로 달려도 빠질 위험이 없다.

노면전차는 궤도를 사용하지만 도로 교통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노면전차는 다른 철도 교통과는 달리 '역'이라는 이름을 잘 쓰지 않고 버스처럼 '정류장'이라고 부르는 게 보통이다. 아예 미국에서는 노면전차를 streetcar라고 부른다. 한편 궤도가 없이 전차선만 두고 전기를 공급 받아서 운행하는 일종의 전기 버스인 무궤도전차, 또는 트롤리 버스도 있다. 궤도가 필요 없으므로 좀더 저렴하지만 반드시 지정된 경로로만 다니는 궤도 전차와는 달리 자동차아 똑같이 조향 기능이 있지만 운전사가 전차선에서 계속 전력을 공급받도록 운전해야 한다. 만약 차로를 이탈해서 전차선과 접촉이 끊어지면 바로 서 버린다.

구동 방식

거의 모든 노면전차는 전기 모터의 힘으로 차량을 움직이며, 전기는 가공전차선으로부터 공급 받는다. 일부 지하철처럼 궤도를 통해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면에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비도 눈도 다 맞는 데다가 차량이나 사람이 그 위를 지나다닐 수도 있으니 레일에 전기가 흐르면 감전 위험이 크다. 하지만 프랑스 알스톰에서 제3궤조를 설치하고 전원을 공급하는 제3궤조 집전식 기술인 APS를 개발했는데, 전차가 지나갈 때에만 그 바로 아래에 설치한 제3궤조에 전기를 공급해서 감전 위험을 막는다. 사실 감전 위험만 없다면 제3궤조 집전식은 장점이 많은데, 일단 시가지에 전차선을 설치하는 게 꽤나 부담이기도 하고 도로에 높이가 높은 트럭 같은 것들이 다니다가 전차선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최근 들어서는 아예 배터리를 내장하는 무가선전차도 등장하고 있다. 원리를 생각하면 전기버스를 궤도 버전으로 바꾼 것에 가깝다. 전차선도 필요없고 감전 위험도 없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는 반면, 배터리를 내장해야 하므로 차량의 가격이 빗사지며, 중간 중간 충전이 필요하므로 최소한 종착점에는 충전 시설을 필요로 한다.

드물게 케이블카처럼 줄이 끄는 방식도 있다. 즉 차량 위에 있는 줄이 움직이고, 차량은 이 줄에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1] 가다 서다를 하는 것.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노면전차가 이 방식을 쓰고 있으며, 그래서 미국에서는 노면전차를 trolley라고도 한다.

단점

단점으로는 먼저 공간 문제가 있다. 기존에 도로가 있는 곳에 전차를 놓으려면 복선이라면 차로 두 개를 전차용으로 써야 하는데 그만큼 자동차 수용 능력이 줄어들어 교통체증이 심해진다. 그에 비하면 수송능력은 승용차보다는 좋을지 몰라도 버스보다 낫다고 하긴 힘들다. 전차가 없을 때는 일반 자동차도 다닐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잘못하면 자동차와 전차가 뒤엉켜서 더 복잡해질 수도 있으며 전차는 제동거리가 자동차보다 훨씬 길어서 자칫 자동차가 급정거라도 하면 뒤애 오던 전차가 들이받을 위험도 크다. 개다가 대도시라면 도로 놓을 데도 모자라는 판에 전차 놓을 곳을 마련하는 것도 노답. 지하철을 뚫는 이유도 결국 지상공간이 없기 때문인 이유도 크다. 하지만 일부러 도로를 줄이는 효과를 노리고 노면전차를 건설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도로를 넓혀도 결국은 차가 더 늘어나서 그 도로를 다 뒤덮는지라, 역발상으로 도로를 줄이고 대중교통을 늘임으로써 자가용 끌고 도심으로 들어오려는 동기를 뚝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교통 문제를 푸는 차원에서 노면전차를 들여놓기도 한다.

속도가 느린 것도 단점으로 대다수 전차는 최고 속도가 40km/h를 넘지 못한다. 전차 자체야 얼마든지 더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궤도와 신호다. 철도용으로 제대로 노반과 침목을 깔고 레일을 설치한 철도에 비해서는 속도를 내기도 적합하지 않고, 좁은 도로 공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협궤도 많다. 게다가 도로 교통과 어울려 달리므로 중전철이나 경전철에 비해 교차로에서 신호도 많이 걸려서 가다 서다도 많으니 속도를 낼 만한 데도 별로 없고, 다른 자동차에 비해서 너무 빨리 달리는 것도 위험성이 있다. 특히나 궤도가 깔린 도로를 자동차와 공용으로 쓰는 경우에는 더더욱 속도 내기가 힘들다. 이런 이유로 한 편에 차량을 많이 연결할 수도 없다. 일반 지하철처럼 8량 10량씩 연결했다가는 도로 한 블럭을 다 잡아먹어버릴 수도 있으니... 주로 1~2량, 많아야 3량 정도 연결하고, 차량의 크기도 일반 중전철보다는 상당히 작다. 그래서 빠르고 대량으로 사람들을 수송하기 위한 기능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대도시보다는 주로 중소도시의 대중교통에 잘 맞는다. 중소도시는 부지도 그나마 넉넉한 편이고 지방정부의 재정도 그리 넉넉하지 않으므로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노면전차가 아직도 꽤 인기가 있다. 나름대로 도시의 명물로 자리잡아서 관광 상품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홍콩의 노면전차는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도심 대중교통 수단이기도 하지만 거의 유일한 2층 전차로 홍콩의 명물 구실을 톡톡이 하고 있다.

홍콩의 2층 노면전차

대도시에는 여러모로 단점이 많지만 의외로 유럽 쪽은 대도시에도 전차가 유용한 교통수단으로 쓰이는 곳이 적지 않다. 소수 구간만 남겨 놓았거나 샌프란시스코처럼 관광용에 가까운 경우도 있고 중전철이나 버스의 보조 수단, 드물게는 대도시 대중 교통의 중추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도시가 호주 멜버른으로, 이곳은 특히 도심 구간에서는 버스나 지하철보다도 더욱 촘촘한 교통망을 구성하고 있으며 상당히 떨어진 도시 외곽 근교로도 많이 뻗어 있다. 그러나 느린 건 다른 데나 마찬가지다. 교외까지 가려면 세월아 네월아.[2] 그런데 도심은 어차피 자동차도 거북이 운행이고, 버스는 도심에서 매연이나 온실가스 뿜는 게 문제라 전차를 도시의 도심 교통수단으로 은근히 잘 쓰는 곳들이 적지 않다. 도시철도보다는 처리 능력이 떨어지지만 자가용보다는 확실히 낫고, 교차로 신호는 걸리지만 그밖에 교통체증에는 별 영향을 안 받는지라 밀리는 시간대에는 빠르긴 하다.

도로 교통 체계가 꽤 복잡해지는 것도 단점이다. 전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제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배려가 필요하며, 도로 가운데에 정류장을 만들 수 없다면 승객들은 도로를 건너서 타고 내려아 한다. 이 때문에 전차를 감안한 도로 규칙들도 만들어야 하고 전차 우선으로 신호 체계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도로 가운데를 궤도가 차지할 경우 우측통행이라면 좌회전, 좌측통행이라면 우회전하려는 차량들이 가운데 차선을 쓸 수 없기 때문에 크게 회전해야 한다. 호주 멜버른훅턴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차 궤도가 있는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려는 차량들은 직진 신호가 나오면 직진해서 교차로를 건너다가 왼쪽 가장자리에 대기한다. 오른쪽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면 빠르게 우회전한다. 호주는 교차로가 대부분 비보호 좌회전인데 전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 멜버른에서 운전 경험이 없으면 훅턴이 뭔지 모르고 평소대로 우회전하다가 교통법규 위반으로 걸리기도 하고 안다고 해도 처음에는 무지하게 헷갈린다. 역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사고 말고는 딱히 사고날 일이 별로 없는 도시철도에 비해 자동차나 무단횡단자와 충돌 사고가 일어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각주

  1. 차량 위에 큰 클립을 설치하고 이 클립이 줄을 집었다 놓았다 하는 식이라고 보면 된다.
  2. 외곽이라고 해도 시속 36 km가 제한 속도이고 도심에서는 더 느리기 때문에 도심에서 창밖을 보다 보면 조깅하는 사람이 더 빠른 모습도 종종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