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리버 공국: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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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왕국]]으로 선포했지만 갑자기 [[공국]]으로 낮추고, 레너드 캐슬리 스스로도 지위를 왕에서 [[공작]]으로 낮추고 [[영국]] 여왕을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로는 바로 [[영국]] 반역법 때문. 이 법에 딱 걸려서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인정하지 않으면 졸지에 반역 집단으로 몰리는 꼴이 된다. 이 때문에 형식적으로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한 것으로 서술하는 곳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저런 법이 있다고 한들, 만약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쓸었다고 해서 [[영국]]이 [[호주]]를 반역자라고 선언할까? 다만 캐슬리는 호주법에 따르면 [[호주]] 연방정부가 자신의 독립 선언에 대해 2년 안에 답을 해야 한다고 해석했고, 이 시기가 지나서까지 답이 없었으므로 1972년 4월에 독립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간주했다. [[호주]] 연방정부가 일부러 답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호주]] 연방정부는 명확하게 허트리버 공국 독립을 인정한 적이 없고 허트리버 공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
처음에는 [[왕국]]으로 선포했지만 갑자기 [[공국]]으로 낮추고, 레너드 캐슬리 스스로도 지위를 왕에서 [[공작]]으로 낮추고 [[영국]] 여왕을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로는 바로 [[영국]] 반역법 때문. 이 법에 딱 걸려서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인정하지 않으면 졸지에 반역 집단으로 몰리는 꼴이 된다. 이 때문에 형식적으로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한 것으로 서술하는 곳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저런 법이 있다고 한들, 만약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쓸었다고 해서 [[영국]]이 [[호주]]를 반역자라고 선언할까? 다만 캐슬리는 호주법에 따르면 [[호주]] 연방정부가 자신의 독립 선언에 대해 2년 안에 답을 해야 한다고 해석했고, 이 시기가 지나서까지 답이 없었으므로 1972년 4월에 독립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간주했다. [[호주]] 연방정부가 일부러 답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호주]] 연방정부는 명확하게 허트리버 공국 독립을 인정한 적이 없고 허트리버 공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


==현황==
==공국의 이모저모==


공국 설립 선포 이후 호주 정부는 독립을 공식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래저래 꼬인 문제도 있고 해서 일종의 '방치' 상태로 두고 있었다. 어차피 사람도 없고 그냥 농사나 짓던 데가 나름대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관광객들도 찾는 곳이 되다 보니, [[호주]]에 위협을 줄 존재고 아니고 해서 그냥 내버려둔 듯. 다만 이곳 주민은 [[호주]] 정부가 제공하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해서가 아니다. 자칭 공국 시민들이 [[호주]] 시민임을 거부하고 세금도 안 내고 뻗팅기고 있으니 연금, 교육, 의료 지원과 같은 모든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또한 투표권도 주지 않았다. 물론 허트리버 공국은 독립을 선언한 만큼 그런 걸 원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자체 학교도 차려 놓았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세금 같은 의무는 부과하고 있어서 [[호주]] 국세청(ATO)하고는 계속 으르렁거리는 관계였다. 2017년에는 서호주 대법원에서 미납한 세금 270만 [[호주]] 달러를 내라는 판결이 떨어지기도 했다.<ref>[[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했다면 이런 재판을 할 일도 없다.</ref> 물론 레너드 1세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호주]] 시민이 아니므로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고 계속해서 뻗대고 있었다.
공국 설립 선포 이후 [[호주]] 정부는 독립을 공식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래저래 꼬인 문제도 있고 해서 일종의 '방치' 상태로 두고 있었다. 어차피 사람도 없고 그냥 농사나 짓던 데가 나름대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관광객들도 찾는 곳이 되다 보니, [[호주]]에 위협을 줄 존재고 아니고 해서 그냥 내버려둔 듯. 다만 이곳 주민은 [[호주]] 정부가 제공하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해서가 아니다. 자칭 공국 시민들이 [[호주]] 시민임을 거부하고 세금도 안 내고 뻗팅기고 있으니 연금, 교육, 의료 지원과 같은 모든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또한 투표권도 주지 않았다. 물론 허트리버 공국은 독립을 선언한 만큼 그런 걸 원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자체 학교도 차려 놓았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세금 같은 의무는 계속 부과하고 있어서 [[호주]] 국세청(ATO)하고는 계속 으르렁거리는 관계였다. 2017년에는 서호주 대법원에서 미납한 세금 270만 [[호주]] 달러를 내라는 판결이 떨어지기도 했다.<ref>[[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했다면 이런 재판을 할 일도 없다.</ref> 물론 레너드 1세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호주]] 시민이 아니므로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고 계속해서 뻗대고 있었다.


2016년에 레너드 1세는 영국 여왕 [http://edge.alluremedia.com.au/uploads/businessinsider/2016/04/letter-from-the-queen-to-prince-leonard.jpg 엘리자베스 2세의 편지]를 받았다. 정확히는 여왕의 요청으로 버킹엄궁 선임서신담당관이 보낸 편지인데, "허트리버공국의 건국 46주년을 축하"하는 여왕의 뜻을 전달한다고 적혀 있다. 2015년에 엘리자베스 2세의 90세 생일에 레너드 1세가 보낸 축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그 편지에 관한 감사 인사도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영국]]이 허트리버공국을 인정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 역시 허트리버공국을 국가로 승인한 적도 없으며 공국이 발행한 여권이나 화폐 같은 건 절대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떤 면으로 봐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2016년에 레너드 1세는 영국 여왕 [http://edge.alluremedia.com.au/uploads/businessinsider/2016/04/letter-from-the-queen-to-prince-leonard.jpg 엘리자베스 2세의 편지]를 받았다. 정확히는 여왕의 요청으로 버킹엄궁 선임서신담당관이 보낸 편지인데, "허트리버공국의 건국 46주년을 축하"하는 여왕의 뜻을 전달한다고 적혀 있다. 2015년에 엘리자베스 2세의 90세 생일에 레너드 1세가 보낸 축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그 편지에 관한 감사 인사도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영국]]이 허트리버공국을 인정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 역시 허트리버공국을 국가로 승인한 적도 없으며 공국이 발행한 여권이나 화폐 같은 건 절대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떤 면으로 봐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공국에서는 당연히 관광객은 대환영. 상당한 수입줄일 수밖에 없다. 이 기괴한 자칭 '나라'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가 보는 사람들도 많고, 이곳을 포함시킨 단체 관광 코스도 여럿 있다. 단, 여권을 들고 가야 한다. 입국 절차는 거치게 되며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그냥 현장에서 4 달러 내고 받을 수 있었다. 그냥 입장료인 셈. 원하면 여권에 입국 스탬프도 찍어줬다.<ref>단, 여권에 이런 스탬프를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권의 사증란에는 국제적으로 인정 빋은 국가의 비자나 출입국 스탬프만 있어야 하며 그밖에 것들은 모두 낙서로 간주된다. 여권에 낙서가 있으면 입국심사 때 추가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입국 거부를 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여행지 기념 스탬프를 이무 생각 없이 여권 사증란에 찍었다가 다음 번 여행 때 입국심사대에서 낭패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ref>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숙박 시설은 없으며 1박 이상을 하고 싶으면 캠핑을 해야 했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캠핑장을 쓸 수 있었다.
공국에서는 당연히 관광객은 대환영. 다른 산업이나 무역이 불가능한 공국으로서는 상당한 수입줄일 수밖에 없다. 이 기괴한 자칭 '나라'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가 보는 사람들도 많고, 이곳을 포함시킨 단체 관광 코스도 여럿 있다. 단, 여권을 들고 가야 한다. 입국 절차는 거치게 되며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그냥 현장에서 4 달러 내고 받을 수 있었다. 그냥 입장료인 셈. 원하면 여권에 입국 스탬프도 찍어줬다.<ref>단, 여권에 이런 스탬프를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권의 사증란에는 국제적으로 인정 빋은 국가의 비자나 출입국 스탬프만 있어야 하며 그밖에 것들은 모두 낙서로 간주된다. 여권에 낙서가 있으면 입국심사 때 추가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입국 거부를 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여행지 기념 스탬프를 이무 생각 없이 여권 사증란에 찍었다가 이후 다른 여행 때 입국심사대에서 낭패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ref>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숙박 시설은 없으며 1박 이상을 하고 싶으면 캠핑을 해야 했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캠핑장을 쓸 수 있었다.


반대로 허트리버공국에서 발급하는 여권도 있었지만 이걸 인정해주는 국가는 당연히 없었다. 공국으로 가려면 직접 차를 몰고 가거나 관광 상품을 이용한 단체 관광버스로 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철도]]나 공항 같은 건 없었다.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호주]] 정부는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걸 딱히 막거나 하고 있지도 않았다. [[호주]]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어디서도 인정받는 국가도 아니고, [[호주]]에 위협이 되는 존재도 아니고, 화제성 때문에 관광객들은 오니까 어느 정도는 방치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국 안에 국제공항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여길 가려면 결국 [[호주]]를 거쳐 가야 하니 [[호주]] 정부로서는 관광 수입에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허트리버공국에서 발급하는 여권도 있었지만 이걸 인정해주는 국가는 당연히 없었다. 공국으로 가려면 직접 차를 몰고 가거나 관광 상품을 이용한 단체 관광버스로 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철도]]나 공항 같은 건 없었다.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호주]] 정부는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걸 딱히 막거나 하고 있지도 않았다. [[호주]]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어디서도 인정받는 국가도 아니고, [[호주]]에 위협이 되는 존재도 아니고, 화제성 때문에 관광객들은 오니까 어느 정도는 방치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국 안에 국제공항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여길 가려면 결국 [[호주]]를 거쳐 가야 하니 [[호주]] 정부로서는 관광 수입에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자체 통화인 허트리버 달러도 있었다. [[호주 달러]]와 1대 1 가치로 묶여 있다. 하지만 공국에 여행을 가기 위해서 환전을 할 필요는 없다. 공국에 따르면 [[호주]] 뿐만이 아니라 주요 국가의 현금은 모두 받지만 <del>원화도 설마? 걔들한테 한국이 '주요 국가'인가가 문제지.</del> [[신용카드]]는 안 받으니까 공국에 오려면 현금을 챙겨 오라고 권고했다.
자체 통화인 허트리버 달러도 있었다. [[호주 달러]]와 1대 1 가치로 묶여 있다. 하지만 공국에 여행을 가기 위해서 환전을 할 필요는 없다. 공국에 따르면 [[호주]] 뿐만이 아니라 주요 국가의 현금은 모두 받지만 [[신용카드]]는 안 받으니까 공국에 오려면 현금을 챙겨 오라고 권고했다.


2017년 대공 레너드 1세가 45년 동안 유지해 오던 군주직에서 퇴위할 것을 선언했다. 그의 자리는 막내아들인 그레이엄 왕자에게 양위했다.
2017년 대공 레너드 1세가 45년 동안 유지해 오던 군주직에서 퇴위할 것을 선언했다. 그의 자리는 막내아들인 그레이엄 왕자에게 양위했다.

2022년 12월 3일 (토) 10:27 판

Principality of Hutt River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있었던 마이크로네이션. 영국시랜드 공국이 있다면 호주에는 허트리버 공국이 있다! '영토'의 크기는 대략 홍콩하고 비슷하다고 공국 공식 웹사이트가 밝히고 있다. 호주 정부에서는 국가로 공식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줄곧 보여왔고, 물론 어느 나라도 정식으로 허트리버 공국을 국가로 인정하거나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도 않았다.

거의 허울 뿐이겠지만 내각도 두고 있었다. 군주(Sovereign)를 정점으로 수상(Prime Minister)이 경제개발 및 우정 장관을 겸직하고 있으며, 외무부, 재무부, 교육부, 문화부 장관이 있었다. 심지어 자체 통화인 허트리버 공국 달러도 있었다. 환율호주 달러와 1:1 가치로 연동되어 있다.

구글 맵스에서도 검색이 되는 몇 안 되는 마이크로네이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국가가 아니라 관광명소로 검색된다.

2020년 8월, 결국 공국 해체를 선언했다. 호주 국세 당국과의 계속된 분쟁 속에서 미납 세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 관광객이 뚝 끊긴 게 가장 결정적인 문제였다.

배경

허트리버 공국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1970년 초 레너드 캐슬리와 서호주 지방정부 사이의 충돌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슬리는 4천 헥타르에 이르는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수확철이 다가올 때 서호주 정부에서 난데 없이 각 농장에게 제한된 양의 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생산 쿼터를 내질러버린다. 밀 생산이 과잉이 되다 보니 가격 폭락으로 고민이었던 서호주 정부가 쿼터제를 발동한 것. 문제는 그 쿼터가 수확철이 다 돼서야 나왔으니 이미 길러놓은 밀을 대체 어쩌라고? 캐슬리에게 허용된 쿼터는 겨우 99 헥타르에 해당하는 양이니까 전체 생산량의 겨우 2.5%에 불과했다. 나머지 97.5%는 나보고 다 처먹으라고? 캐슬리는 서호주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정부의 대답은 '쿼터를 바꿀 생각이 없다'였다.

변호사 출신이었던 캐슬리와 동료들은 이렇게 되면 법을 최대한 파들어 보자, 하고 열공을 한 끝에 분리 독립을 해 버리자! 하고 결론을 냈고, 1970년 4월 21일 캐슬리는 스스로를 레너드 1세(Leonard I) 공으로 선언하고 호주로부터 독립한다고 선언했다. 웬 또라이짓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호주영연방 소속이기 때문에 영국 법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고 있었고 이 허점을 파고든 것. 서호주 지방정부는 영연방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호주 총독은 "그러면 헌법 위반인데?" 해 버렸다.

처음에는 왕국으로 선포했지만 갑자기 공국으로 낮추고, 레너드 캐슬리 스스로도 지위를 왕에서 공작으로 낮추고 영국 여왕을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로는 바로 영국 반역법 때문. 이 법에 딱 걸려서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인정하지 않으면 졸지에 반역 집단으로 몰리는 꼴이 된다. 이 때문에 형식적으로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한 것으로 서술하는 곳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저런 법이 있다고 한들, 만약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쓸었다고 해서 영국호주를 반역자라고 선언할까? 다만 캐슬리는 호주법에 따르면 호주 연방정부가 자신의 독립 선언에 대해 2년 안에 답을 해야 한다고 해석했고, 이 시기가 지나서까지 답이 없었으므로 1972년 4월에 독립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간주했다. 호주 연방정부가 일부러 답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호주 연방정부는 명확하게 허트리버 공국 독립을 인정한 적이 없고 허트리버 공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

공국의 이모저모

공국 설립 선포 이후 호주 정부는 독립을 공식 인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래저래 꼬인 문제도 있고 해서 일종의 '방치' 상태로 두고 있었다. 어차피 사람도 없고 그냥 농사나 짓던 데가 나름대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관광객들도 찾는 곳이 되다 보니, 호주에 위협을 줄 존재고 아니고 해서 그냥 내버려둔 듯. 다만 이곳 주민은 호주 정부가 제공하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해서가 아니다. 자칭 공국 시민들이 호주 시민임을 거부하고 세금도 안 내고 뻗팅기고 있으니 연금, 교육, 의료 지원과 같은 모든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또한 투표권도 주지 않았다. 물론 허트리버 공국은 독립을 선언한 만큼 그런 걸 원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자체 학교도 차려 놓았다. 그러나 호주 정부가 세금 같은 의무는 계속 부과하고 있어서 호주 국세청(ATO)하고는 계속 으르렁거리는 관계였다. 2017년에는 서호주 대법원에서 미납한 세금 270만 호주 달러를 내라는 판결이 떨어지기도 했다.[1] 물론 레너드 1세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호주 시민이 아니므로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고 계속해서 뻗대고 있었다.

2016년에 레너드 1세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편지를 받았다. 정확히는 여왕의 요청으로 버킹엄궁 선임서신담당관이 보낸 편지인데, "허트리버공국의 건국 46주년을 축하"하는 여왕의 뜻을 전달한다고 적혀 있다. 2015년에 엘리자베스 2세의 90세 생일에 레너드 1세가 보낸 축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그 편지에 관한 감사 인사도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영국이 허트리버공국을 인정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 역시 허트리버공국을 국가로 승인한 적도 없으며 공국이 발행한 여권이나 화폐 같은 건 절대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떤 면으로 봐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공국에서는 당연히 관광객은 대환영. 다른 산업이나 무역이 불가능한 공국으로서는 상당한 수입줄일 수밖에 없다. 이 기괴한 자칭 '나라'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가 보는 사람들도 많고, 이곳을 포함시킨 단체 관광 코스도 여럿 있다. 단, 여권을 들고 가야 한다. 입국 절차는 거치게 되며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그냥 현장에서 4 달러 내고 받을 수 있었다. 그냥 입장료인 셈. 원하면 여권에 입국 스탬프도 찍어줬다.[2] 정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숙박 시설은 없으며 1박 이상을 하고 싶으면 캠핑을 해야 했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캠핑장을 쓸 수 있었다.

반대로 허트리버공국에서 발급하는 여권도 있었지만 이걸 인정해주는 국가는 당연히 없었다. 공국으로 가려면 직접 차를 몰고 가거나 관광 상품을 이용한 단체 관광버스로 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철도나 공항 같은 건 없었다.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호주 정부는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걸 딱히 막거나 하고 있지도 않았다. 호주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어디서도 인정받는 국가도 아니고, 호주에 위협이 되는 존재도 아니고, 화제성 때문에 관광객들은 오니까 어느 정도는 방치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국 안에 국제공항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여길 가려면 결국 호주를 거쳐 가야 하니 호주 정부로서는 관광 수입에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자체 통화인 허트리버 달러도 있었다. 호주 달러와 1대 1 가치로 묶여 있다. 하지만 공국에 여행을 가기 위해서 환전을 할 필요는 없다. 공국에 따르면 호주 뿐만이 아니라 주요 국가의 현금은 모두 받지만 신용카드는 안 받으니까 공국에 오려면 현금을 챙겨 오라고 권고했다.

2017년 대공 레너드 1세가 45년 동안 유지해 오던 군주직에서 퇴위할 것을 선언했다. 그의 자리는 막내아들인 그레이엄 왕자에게 양위했다.

2020년 8월 공식적으로 공국의 해산을 선언했다. 영지는 매각해서 미납 세금을 납부하는 데 쓴다고 한다.

외부 링크

허트리버 공국 공식 홈페이지[3]

각주

  1.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했다면 이런 재판을 할 일도 없다.
  2. 단, 여권에 이런 스탬프를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권의 사증란에는 국제적으로 인정 빋은 국가의 비자나 출입국 스탬프만 있어야 하며 그밖에 것들은 모두 낙서로 간주된다. 여권에 낙서가 있으면 입국심사 때 추가 조사를 받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입국 거부를 당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여행지 기념 스탬프를 이무 생각 없이 여권 사증란에 찍었다가 이후 다른 여행 때 입국심사대에서 낭패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3. 도메인 끝이 .com이다. 국가로 인정 받으면 자체 도메인을 가질 수 있는데 '정부' 도메인이 .com을 쓰고 있으니 국가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