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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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8월 7일 (화) 22:04 판
프렌치 프라이. 프랑스 아비뇽의 레알 시장의 한 상점에서 만든 것.

French fries. 줄여서 그냥 프라이(fries)라고도 한다. 미국에서는 모든 튀김의 가장 기본인 셈. '프렌치'가 쓰는 언어인 프랑스어에서도 그냥 튀김을 뜻하는 la frite라고 하면 감자튀김을 뜻하며[1] 감자라는 말을 붙일 때는 la pomme frite[2]나 la patate frite로 부른다.[3]

감자를 긴 막대 모양으로 잘라 튀긴 것으로 갖가지 감자튀김 가운데가장 인기가 높은 음식. 비슷하게 감자를 튀겼지만 길쭉한 방향으로 마치 피자 자르듯이 잘라 반달 모양으로 썰은 것은 웨지감자(potato wedges)라고 한다. 그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감자튀김이 있다.

누가 원조?

프렌치 프라이라고 하니 프랑스 사람들이 이런 감자튀김을 많이 먹나 싶겠지만 실제로는 벨기에 쪽을 원조로 보는 설도 유력하다. 프랑스벨기에가 서로 원조라고 싸움을 하긴 하는데, 어쨌거나 대략 이런 스타일의 감자튀김이 나온 것은 18세기 경으로 보고 있다. 일단 남미 원산인 감자가 유럽에 소개된 게 18세기라... 게다가 초창기에는 땅속에서 열리는 감자를 악마의 열매 취급해서 아무도 안 먹으려고 해서 프랑스독일에서는 왕이 나서서 별짓 다해야 했다.

벨기에 원조설

벨기에 원조설을 뒷받침하는 자세한 이야기에 따르면 프랑스어권 지역인 나뮈르(Namur)가 원조라고 하는데, 이 지역 사람들은 뫼르강에서 잡은 생선을 튀겨먹었는데 1680년[4] 겨울에 강이 얼어서 생선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그 대신 감자를 튀겨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것.[5] 그렇다면 왜 벨지안 프라이가 아닌 프렌치 프라이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제1차세계대전벨기에에 주둔했던 미국 군인들이 감자튀김을 맛보고 프렌치 프라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벨기에군의 공식 언어가 프랑스어[6]였고 미국 군인들이 감자튀김을 맛본 곳이 프랑스어권 지역이었다는 얘기다. 즉, 프렌치라는 말은 '프랑스식'이라는 뜻도 있지만 '프랑스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후자의 뜻으로 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른 거 아니냐는 견해다.

프랑스 원조설

한편 프랑스 원조설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18세기 후반에 파리의 저 유명한 퐁뇌프[7]에서 노점상들이 팔던 감자튀김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그 때는 폼 드 퐁뇌프(pomme pont-neuf), 즉 '퐁뇌프의 감자'라고 불렀다고.

그래서?

프랑스벨기에가 치열하게 싸우다 보니, 차라리 프랑스 벨기에 둘 다 원조가 아니라 미국인들인 그냥 어쩌다 그렇게 부른 게 굳어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견해도 있다. 사실 위의 두 가지 주장 모두가, 감자를 튀겨서 먹었다는 정도의 기록은 있지만 우리가 아는 프렌치 프라이처럼 길쭉한 막대 모양으로 튀긴 건지에 관해서는 명확하지가 않다. 감자튀김이라면 프렌치 프라이 말고도 웨지 감자감자칩 같은 것들도 있으니.

유럽에 있는 영국에서는 프렌치 프라이라는 말을 안 쓰고 칩(chips)이라고 부른다. 한편 감자칩(potato chips)은 영국에서는 크리스프(crisps)라고 한다. 한편 호주뉴질랜드에서는 양쪽 다 칩으로 퉁치거나, 굳이 구분할 때에는 프렌치 프라이 쪽을 핫 칩(hot chips)이라고 부른다.[8]

약방의 감초 프렌치 프라이

우리에겐 햄버거콜라,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의 버거세트 삼위일체로 유명하다. 반면 패스트푸드 정도로 여겨질 뿐이고 다른 데서는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편이다. 호프집에 가면 안주로 종종 나오고 돈까스 같은 경양식에 몇 점 얹어주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위상이 높아져가고 있는데, 봉구비어를 위시한 저가 맥주집에서 가장 기본적인 안주로 팔고 있어서 인기가 올라갔다. 감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치맥할 돈 없으며 감맥도 감지덕지. 이런 데서는 줄여서 감튀라고들 부른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저렴한 경양식집, 호프집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프렌치 프라이는 썰어서 한번 찐 다음 냉동시킨 것을 쓴다.[9] 보통 감자튀김용으로 가장 좋다는 미국 아이다호 감자를 수입해서 쓰며, 이미 익은 상태이므로 속까지 잘 익도록 오래 튀길 필요가 없다. 겉만 바삭해지고 해동될 정도면 충분하다.

반면 서양에서는 레스토랑에 가도 종종 볼 수 있을만큼 친숙하다. 스테이크에 몇 점 정도가 아니라 한움큼 수북이 딸려 나오는 게 보통. 영국을 대표하는 정크푸드 요리인 피시 앤드 칩스 역시 '칩스'라는 말처럼 프렌치 프라이(칩스)가 왕창 딸려 나온다. 아무튼 서양 사람들은 정말 정말 많이 먹는다.

막대기 모양으로 썬 다음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는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잘 구우면 겉이 알록달록한 갈색을 띠면서도 맛있는 감자구이가 된다. 당연히 기름기가 적어서 담백하고 칼로리도 낮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자를 길게 채썰어 요리한 게 종종 반찬으로 나온다. 하지만 튀김은 아니고 볶음이다. 프렌치 프라이 같은 굵기로 썰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얇게 채썰어서 볶아낸다. 은근히 인기 좋은 반찬 중 하나.

각주

  1. 보통은 복수인 les frites로 쓴다.
  2. 사실 이렇게만 쓰면 엄밀히는 '사과튀김'이다. 프랑스어로 la pomme은 사과이고, 감자는 la pomme de terre(땅의 사과)다. 하지만 이걸 다 쓰면 길어지기도 하고, 사과를 튀기지는 않을 테니까...
  3. 원래는 고구마를 뜻하는 말이지만 감자를 구어로 patate라고도 한다.
  4. 그런데 이 견해에는 문제가 좀 있는 게, 일단 유럽 지역에 감자가 소개된 건 1735년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1680년 원조설은 맞지가 않는다. 수백년 전 일이니까 연도야 착각할 수 있겠지만... 쓸데없이 너무 자세해서 신빙성이 떨어져버린 사례.
  5. "Can Belgium Claim Ownership of the French Fry", BBC, 31 July 2018.
  6. 벨기에는 크게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으로 나뉘며, 두 사이에 지역감정은 어마어마해서 행정구역은 물론 정당도 언어권에 따라 갈려 있고 이들의 반목으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1년 넘게 무정부 상태가 된 적도 있다. 독일어권도 있지만 앞의 둘에 비하면 훨씬 비중이 적다.
  7. 우리나라에서는 <퐁뇌프의 다리>라는 영화 때문에 '퐁뇌프의 다리'라고 많이 부르지만, 사실 '퐁뇌프'는 pont-neuf로 뇌프의 다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퐁뇌프의 다리'라고 하면 '뇌프의 다리의 다리'가 되어 버린다.
  8. 이쪽 동네 발음으로는 '홋 칩'에 가깝다.
  9. 싸구려 패스트푸드점만이 아니라 쉐이크쉑버거 같은 비싼 데도 다를 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