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프라이
French fries. 줄여서 그냥 프라이(fries)라고도 한다. 미국에서는 모든 튀김의 가장 기본인 셈.
감자를 긴 막대 모양으로 잘라 튀긴 것으로 갖가지 감자튀김 가운데가장 인기가 높은 음식. 비슷하게 감자를 튀겼지만 길쭉한 방향으로 마치 피자 자르듯이 잘라 반달 모양으로 썰은 것은 웨지감자(potato wedges)라고 한다. 그밖에도 다양한 종류의 감자튀김이 있다.
프렌치 프라이라고 하니 프랑스 사람들이 이런 감자튀김을 많이 먹나 싶겠지만 실제로는 벨기에 쪽을 원조로 보는 설도 유력하다. 프랑스와 벨기에가 서로 원조라고 병림픽 싸움을 하긴 하는데, 어쨌거나 대략 이런 스타일의 감자튀김이 나온 것은 18세기 경이다. 벨기에 원조설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제1차세계대전 때 벨기에에 주둔했던 영국과 미국 군인들이 감자튀김을 맛보고 프렌치 프라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한다. 당시 벨기에군의 공식 언어가 프랑스어였고 영국과 미국 군인들이 감자튀감을 맛본 곳이 프랑스어권 지역이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이미 1802년에 토마스 제퍼슨이 백악관에서 "프랑스식으로 요리한 감자"란 말을 했고 그 이후 19세기 미국 쪽의 여러 문헌에 이런 식의 표현들이 나온다. 차라리 미국인들인 그냥 어쩌다 그렇게 부른 게 굳어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듯하다. 정작 유럽에 있는 영국에서는 프렌치 프라이라는 말을 안 쓰고 칩(chips)이라고 부른다. 한편 감자칩(potato chips)은 영국에서는 크리스프(crisps)라고 한다. 한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양쪽 다 칩으로 퉁치거나, 굳이 구분할 때에는 프렌치 프라이 쪽을 핫 칩(hot chips)이라고 부른다.[1]
우리에겐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의 버거세트 삼위일체로 유명하다. 반면 패스트푸드 정도로 여겨질 뿐이고 다른 데서는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편이다. 호프집에 가면 안주로 종종 나오고 돈까스 같은 경양식에 몇 점 얹어주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위상이 높아져가고 있는데, 봉구비어를 위시한 저가 맥주집에서 가장 기본적인 안주로 팔고 있어서 인기가 올라갔다. 감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치맥할 돈 없으며 감맥도 감지덕지. 이런 데서는 줄여서 감튀라고들 부른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저렴한 경양식집, 호프집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프렌치 프라이는 썰어서 한번 찐 다음 냉동시킨 것을 쓴다. 보통 감자튀김용으로 가장 좋다는 미국 아이다호 감자를 수입해서 쓰며, 이미 익은 상태이므로 속까지 잘 익도록 오래 튀길 필요가 없다. 겉만 바삭해지고 해동될 정도면 충분하다.
반면 서양에서는 레스토랑에 가도 종종 볼 수 있을만큼 친숙하다. 스테이크에 몇 점 정도가 아니라 한움큼 수북이 딸려 나오는 게 보통. 영국을 대표하는 정크푸드 요리인 피시 앤드 칩스 역시 '칩스'라는 말처럼 프렌치 프라이(칩스)가 왕창 딸려 나온다. 아무튼 서양 사람들은 정말 정말 많이 먹는다.
막대기 모양으로 썬 다음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굽는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잘 구우면 겉이 알록달록한 갈색을 띠면서도 맛있는 감자구이가 된다. 당연히 기름기가 적어서 담백하고 칼로리도 낮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자를 길게 채썰어 요리한 게 종종 반찬으로 나온다. 하지만 튀김은 아니고 볶음이다. 프렌치 프라이 같은 굵기로 썰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얇게 채썰어서 볶아낸다. 은근히 인기 좋은 반찬 중 하나.
- ↑ 이쪽 동네 발음으로는 '홋 칩'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