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카케 스파게티
あんかけスパゲッティ
일본식 파스타 요리의 일종으로 나고야 쪽에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나고야메시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요리 중 하나다. 안카케(あんかけ)란 '녹말로 걸쭉하게 만든 소스'를 얹은 것을 뜻한다. 이 대목에서 벌써 뭔가 심상치 않다.
만드는 방법을 잘 봤다면 짐작이 가겠지만, 가격이 별로 안 비싸다. 1천엔 안쪽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즉 나고야의 대표적인 정크푸드. 한국에 라볶이가 있다면 나고야에는 안카케스파게티가 있다.
역사
처음 등장한 것은 1961년으로 나고야의 <소~레(そ~れ)>라는 곳에서 일하던 야마오카 히로시(山岡博)가 고안한 것이라고. 야마오카는 나중에 스파게티 하우스 요코이(スパゲッティハウス ヨコイ)를 차려서 독립해 나간다. 안카케스파게티란 이름은 그보다 한참 뒤인 1980년대에 등장했다. 이런 스타일의 스파게티를 만들던 음식점 카라메테이(からめ亭)의 사장이 녹말로 걸쭉하게 국물을 만드는 우동인 안카케우동을 보고 텔레비전에서 자기네 요리를 '안카케스파게티'라고 부른 게 굳어졌다고 한다.
만드는 방법
보통의 이탈리아 파스타는 주문을 받으면 면을 삶고 소스를 조리한 다음 둘을 섞어서 낸다. 반면 안카케스파게티는 굵은 스파게티(정확히는 베르미첼리에 가깝다)를 미리 듬뿍 삶아 놓은 다음 주문이 들어오면 기름에 볶아 낸다. 뭐야 학생식당용이냐. 당연히 알 덴테 그딴 거 없다. 이는 킷사텐풍 나폴리탄스파게티와 비슷한 면 조리법이다. 사실 안카카스파게티란 게 나폴리탄 + 녹말에 가깝다. 먹어보면 식감이 뭔가 불어터진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나름대로의 식감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이탈리아 사람이 보면 분통이 불어터질 일이다. 면과 소스를 섞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보통 접시에 소스를 담고 나서 그 위에 면을 올리고 토핑을 얹는 식으로 낸다. 먹는 사람이 알아서 잘 섞어서 먹어야 한다. 미리 홀라당 다 섞어도 되고 그때 그때 적셔 먹어도 되고 먹는 건 자기 마음이다.
그릇에 담아서 온 모양을 보면 꼭 옛날 토마토 케첩 탕수육 소스를 끼얹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탕수육 정도로까지 걸쭉하지는 않고, 단맛도 세지 않다. 소스에 쓰이는 재료는 보통 캐러멜라이즈된 양파. 여러 가지 채소, 고기 및 토마토이고 씹히는 것 없이 곱게 갈아서 페이스트 상태로 만든다. 여기에 녹말을 넣고 며칠 숙성시키는 과정을 가친다. 다행이다 아카미소는 안 들어가네. 토마토 케첩보다 단맛이나 신맛이 적은, 꽤 다른 맛이 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좀 잘 한다는 음식점 얘기고, 그냥 케첩에다가 물녹말 풀어서 걸쭉하게 만들면 된다. 향신료, 특히 후추를 많이 써서 매운맛이 있는 편이다. 스파게티라고는 하지만 이탈리아스러운 맛과는 정말 거리가 멀고 뭔가 불량식품 같은 느낌이 든다. 근데 불량식품이 맛은 괜찮거든. 나폴리탄 스파게티의 한 종류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더욱 불량식품스럽다.
안카케스파게티 전문점에 가 보면 메뉴에 적힌 것은 두 자릿수인데 거의 다 토핑 차이다. 접시에 소스 담고 면 얹고, 그 위에 토핑을 올리는 거니 메뉴에 음식 수 늘리는 건 일도 아니다. '봉골레'라는 것도 있는데, 원래 봉골레 파스타는 조개에 올리브유와 화이트 와인을 넣어서 담백한 소스를 만들지만 안카케스파케티는 그런 거 없다. 어떤 이름을 달고 있든 무조건 걸쭉한 빨간 소스가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