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구이
이름처럼 물고기를 불에 구워 익히는 음식.
사람이 불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음식을 불에 익혀 먹는 방법을 터득했을 때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요리다. 농경사회 전 수렵과 채집으로 인류가 먹고살았을 때 강가 또는 바닷가에서는 물고기가 주요한 식량원이었으므로 가장 간단한 조리방법인 구이로 먹었을 것은 당연한 얘기.
굽는 방법은 다양하다. 먼 옛날처럼 불에 가까이 두어서 굽는 방법도 지금도 쓰이고 있다. 석쇠 위에 생선을 올려 놓고 타지 않도록 뒤집어 가면서 굽기도 하는데, 연탄불이나 숯불에 구울 때에 이런 방식을 주로 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지듯이 굽기도 한다. 이렇게 구울 때는 그냥 굽기보다는 밀가루나 녹말을 묻혀서 굽는 경우가 많다. 오븐으로 굽는 방법은 동서양에 걸쳐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은 한 마리를 통째로 굽는 쪽을 선호한다. 꽁치 정도까지는 아예 배도 안 가르거나 내장만 뺀 상태로[1] 물고기의 원래 상태를 유지한 채 뒤집어가면서 굽는다. 고등어 정도 크기라면 반으로 가르되 왼전히 자르지는 않고 펼친 모양으로 굽는다. 큰 생선은 뼈를 발라내고 부위별로 잘라서 쓴다.
보통은 특별히 소스를 바르지 않고 소금 정도만 쳐서 굽거나, 미리 소금에 절여 놓은 것을 굽는다. 고갈비와 같은 양념구이도 없진 않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단, 장어와 같은 몇몇 생선은 양념을 발라서 굽는 방법이 주를 이룬다.[2] 그냥 먹거나 심심하다 싶으면 간장에 찍어먹기도 하며, 회처럼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먹기도 한다. 고기구이나 회처럼 쌈을 싸먹는 경우는 드물다.
기사식당 혹은 사무실 밀집지역이나 시장통의 백반집 가운데는 생선구이를 주력으로 하는 식당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거나 씨알이 좀 되는 생선을 배를 갈라 펼쳐 통으로 내서 볼륨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게 이런 식당들의 전략. 백반집 상차림에는 고기 아니면 생선 요리가 메인급으로 하나쯤은 딸려 나오는 게 보통이다.
꽁치구이는 횟집 기본안주로도 흔히 볼 수 있다.
고기구이와 함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라고 할 수 있지만 고기구이에 비해 인기는 약하다. 고기는 불로 익혀 먹는 방법이 기본이고 육회나 스테이크 타르타르 같이 날로 먹는 음식은 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나 일본은 생선을 날것 그대로, 즉 회로 먹는 방법도 발달해서 주류에 속한다. 결합조직이 강해서 잘 구우면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씹는 맛도 있는 고기에 비해 생선은 결합조직이 약해서 구우면 부드러운 느낌은 사라지고 단단한, 푸석한 느낌이 될 수도 있는 식감으로 변하는데, 그 때문에 회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비싼 생선일수록 회로 먹어야 제맛이라는 인식도 날리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생선구이를 메인 요리로는 잘 여기지 않고 밥반찬이나 횟집 쓰끼다시 정도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더해, 통째로 굽는 생선은 잔가시를 빼가면서 먹는 게 여긴 귀찮은 게 아니다. 특히 잔가시가 얇고 많은 청어 같은 생선은 그야말로 귀찮음 오브 귀찮음.
그러나 회 문화가 발달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현대에 들어 일식이 퍼지기 전까지는 글을 제외힌 수산물은 익혀먹는 게 당연했으므로 굽거나 튀기거나 하는 게 주류다. 아시아 쪽은 웬만한 크기는 통으로 굽거나 튀기지만 서양은 뼈를 바르고 잘라서 필레 형태로 가공한 다음 익혀 먹는 게 주류다. 큼직한 연어 같은 생선은 길이 방향에 직각으로 빼채 잘라서 스테이크처럼 구워 먹기도 한다. 구운 다음 소스를 듬뿍 사용하는 요리가 많은 것도 우리와 차이가 있다. 작은 생선은 통째로 굽기도 하지만 덜 흔한 편. 포크와 나이프는 젓가락에 비해 잔가시 골라내기가 더 힘들다. 뼈를 들어낼 때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쓰는 게 기본이지만 곤란할 때에는 서양 사람들도 손을 사용하며 이 때문에 뼈 손질을 안 한 생선요리나 손으로 잡아야 살을 발라낼 수 있는 게, 가재 같은 요리를 낼 때는 손가락을 씻을 수 있는 핑거볼도 딸려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