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술
말 그대로 해장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것. 술 때문에 머리 아프고 속이 쓰릴 때, 술 한두 잔을 걸치면 머리나 속이 풀린다... 는 게 해장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주로 해장국과 함께 해장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해장국집에 가 보면 은근히 해장국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주로 해장술. 이러다가 어제보다 더 취하는 게 가장 큰 문제긴 하다.
우리나라에서만 이런 미친 짓을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서양에서도 해장술을 마시는 나라들이 은근히 있다. 영어에도 hair of the dog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 이 말의 기원은, 스코틀랜드 쪽에서 사람들이 개에게 물려 상처를 입었을 때 그 개의 털을 상처 부위에 올려 놓으면 빨리 낫는다고 믿었던 것에서 기원한다. 즉 술 때문에 탈이 나면 탈을 나게 만든 원인인 그 술을 조금 마심으로써 나을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동종요법? 서양에서 인기 있는 칵테일 중 하나인 블러디메리(토마토쥬스+보드카)도 사실 미국과 영국 쪽은 해장술로 많이 마신다.
일본에도 해장술을 뜻하는 무카에자케(むかえざけ, 迎え酒)라는 말이 있다.
술로 해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단지 심리적인 것일 뿐, 해장에는 도움이 안 되고 몸만 더 버릴 뿐이다... 인 줄 알았는데, 과학적으로 아주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라 한다. 보통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대부분이 에탄올이고 메탄올은 아주 조금 들어 있는데, 숙취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메탄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이다. 그런데 우리 몸은 에탄올을 먼저 분해한 다음에 메탄올을 분해한다. 사실 숙취가 제일 심할 때 우리 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거의 0에 가깝다고 한다. 즉 알코올 자체가 숙취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분해되면서 나오는 물질들이 숙취의 주범인 것. 그런데 해장술을 하면 다시 에탄올이 들어오므로 우리 몸은 메탄올 대사를 중단하고 다시 에탄올 쪽으로 집중하게 된다. 즉, 숙취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는 것. 이렇게 메탄올 대사가 지연되다 보면 분해되는 게 아니라 그냥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비율이 높아지므로, 결론적으로 해장술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1]
그렇다고 해장술을 즐기지는 말자. 숙취는 조금 완화시킬 수 있지만 우리 간은 추가 보너스로 들어오는 알코올 때문에 죽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