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Coffee.
전 세계에 걸친 인류 최고의 비알코올성 기호 음료 중 하나. 차와 함께 세계 기호 음료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커피 인기가 훨씬 넓게 퍼져 있기는 하지만 인구 13억을 거린 거느린 중국이라는 막강한 차 소비 국가가 있고 인구 10억을 자랑하는 인도 역시 홍차를 많이 소비한다. 다만 중국의 경우 커피 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달리 차 소비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영국 역시 커피 소비량도 증가 추세로 코스타 커피(Costa Coffee)와 같은 영국 기반 대형 카페 체인점도 있다.[1]
커피나무의 씨앗을 말린 다음 이를 볶아서 물에 우려낸 음료다. 흔히 이것을 커피빈(coffee bean)이라고 하지만 커피는 콩과 식물도 아니고, 콩처럼 깍지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나무에 열리는 빨간색 열매, 즉 커피 체리다. 즉 과일과 같이 겉껍질과 과육, 그리고 씨앗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겉껍질과 과육은 제거하고 씨앗만 사용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아시아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으므로 커피의 품종은 그만큼이나 다양하고, 교배와 품종개량을 통한 새로운 품종도 개발되고 있다. 크게 나누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로 나뉜다. 아라비카가 알이 더 작은 편이고, 대체로 아라비카 계열이 고급품으로 대접 받으며 로부스타는 저렴한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용으로 주로 쓰이지만 커피 재배 및 가공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 들어 로부스타 중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커피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볶기 전인 생두는 옅은 녹색을 띠고 있고 특별한 맛이냐 향을 내지는 않는다. 볶는 과정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서 우리가 아는 향과 맛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원료도 중요하지만 볶는 과정, 즉 로스팅이 아주 중요하고 작은 차이가 굉장히 섬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똑같은 커피 원두를 가지고 만들어도 로스팅 방법에 따라서 향과 맛은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검은색에 가까운 색깔, 짙은 휘발성 향, 독특한 쓴맛, 그리고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로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기호 음료이고 건강과 관련돼서 언제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음료이기도 하다. 차의 산지가 주로 아시아 쪽에 모여 있는데 반해 커피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 걸쳐서 분포되어 있다.
커피 체리
커피 열매, 즉 커피 체리의 구조는 겉부터 속으로 들어가면서 다음과 같다.
겉껍질 → 과육(펄프) → 점액질 → 파치먼트 → 실버 스킨 → 그린 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안쪽에 있는 그린 빈이며, 그 바깥에 있는 것들은 제거해야 한다. 이 중 실버 스킨은 로스팅 과정에서 사라지므로 커피 산지에서는 파치먼트까지 제거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두'는 이 과정까지를 거진 것을 말한다.
생두 가공
커피 열매에서 과육을 제거하는 과정은 커피의 맛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 과정에서 발효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평범한 커피에서는 나오지 않는 독특한 향미까지 얻을 수 있다. 과육을 제거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내추럴, 워시드, 허니로 나뉘며 여기에 무산소 발효나 효모 발효와 같은 공정을 더하기기도 한다.
- 내추럴 프로세스 : 커피 열매를 과육째로 그대로 말려서 과육과 열매가 잘 분리되도록 한 다음 과육을 벗겨낸다. 열매를 바깥에 널어늫고 햇빛에 말리는 방식을 전통적으로 사용해 왔다. 커피 본래의 향미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고 이런저런 가공 없이 말 그대로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이므로 옛날부터 사용되던 방식이다. 그러나 건조하는 시간이 길어서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고, 결점두를 골라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힘들다는 게 흠이다.
- 워시드 프로세스 : 커피 열매를 과육 제거기로 제거해서 겉껍질을 벗겨낸 다음, 물에 담가 발효시켜서 과육과 점액질을 벗겨낸다. 물에 담가서 위로 뜨는 체리는 걷어내는 방식으로 결점두를 제거할 수 있고, 과육을 벗겨내고 건조하므로 건조시간이 빨라서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즉 커피의 소비가 크게 늘면서 개발된 방법이다. 대체로 산미와 깔끔한 맛을 특징으로 하지만 물에 담그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향미의 손실이 있기 때문에 맛의 풍부함은 내추럴보다는 떨어진다.
- 허니 프로세스 : 펄프드 내추럴이라도 한다. 겉껍질을 벗겨낸 다음 안쪽의 점액질은 남겨놓고 말린 다음, 나중에 점액질을 씻어낸다. 끈적한 점액질이 생두에 붙어 있는 모습이 꿀을 연상하게 해서 '허니'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내추럴과 워시드의 절충이라 할 수 있으며, '세미 워시드'라고도 부른다.
로스팅
생두를 볶는 과정. '배전'이라는 말도 쓰지만 이건 일본에서 들어온 용어다. 생두 상태의 커피는 향도 맛도 그리 나지 않을 뿐더러, 뜨거운 물로 우려내도 별달리 나오는 게 없다. 커피를 진짜 커피답게 만들고, 커피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여러 가지 향과 맛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바로 로스팅이다. 따라서 똑같은 커피라고 해도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향미의 품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너무 덜 볶으면 향미가 충분히 발현되지 않고 떫은 맛이 날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많이 볶으면 향미가 정점을 지나 하강하며 기분나쁜 탄내가 날 수도 있다. 최적의 지점은 커피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최적의 지점이 어디인지를 찾는 게 로스터들의 숙제다.
커피 추출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분쇄한 커피 원두 위에 물을 부어서 우러난 커피가 필터를 통과해서 중력으로 아래로 떨어지도록 하는 방식인 드립 추출 방식과 강한 압력으로 곱게 분쇄한 커피에 물을 밀어내서 빠르게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이 있다. 아예 커피를 물에 담가서 시간을 두고 우려내는 침출법도 있는데, 이른바 더치커피로도 알려져 있는 콜드 브루드 커피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밖에도 터키에서는 아예 커피를 곱게 간 다음에 물에 넣고 같이 끓여서 마신다.[2] 일본에서는 사이펀으로 커피를 뽑아내는 킷사텐도 여전히 많은 편이다. 다만 요즈음 쓰는 도구는 정확히는 사이펀과는 차이가 있다. 사이펀은 압력을 이용하는 거라면 사이펀 커피는 진공을 이용하는 거라서. 영어로는 도구를 vaccum coffee maker[3]라고 부르지만 일본의 사이펀 커피 문화가 워낙에 명성이 자자하다 보니 이제는 영어권에서도 그냥 siphon coffe maker라고도 많이 부른다.
그밖에
카페인은 각성 효과 쪽으로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간 보호에도 도움이 되는 물질이다. 약품 중에 은근히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는 게 많은데, 약물이 가져올 수 있는 간 독성을 어느 정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 반면 위산 분비를 촉진시키므로 위에는 좋지 않다.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괄약근을 일시적으로 약화시키는 효과도 있어서 역류성 식도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빼놓지 않고 주의를 주는 게 술과 커피를 자제하라는 것이다. 그나마 카페인은 간이라도 보호하지, 알코올은 위도 간도 다 공격한다.
한편 커피는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약하거나, 밤에 마시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디카페인 커피도 있다. 주의할 점은 디카페인 커피라고 해서 100% 카페인이 없는 게 아니다. 대략 97~99% 정도가 제거되므로 1~3% 정도는 남아 있다. 물론 아주 미미한 양이므로 카페인의 부작용은 확실하게 줄어들지만 아무튼 0%는 아니다. 요즈음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몇몇 체인형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데, 서양에서는 개인 카페에서도 대부분은 디카페인으로 주문 할 수 있다. 주문할 때 데카프(decaf)라고 줄여서 말하면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카페인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콜레스테롤이다. 커피에는 카페스테롤(cafesterol)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몸 안에서 대사되면서 콜레스테롤로 바뀌므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종이 필터, 세라믹 필터와 같은 미세 필터를 사용하면 카페스테롤을 완전히는 아니어도 대부분 걸러낼 수 있지만 필터가 성기거나[4] 필터를 거치지 않는 커피는 카페스테롤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걱정된다면 종이 필터로 거른 드립 커피나 콜드브루 커피를 마시는 편이 낫다. 다만 콜레스테롤은 일정 정도 수준은 우리 몸에 여러 가지로 필요한 물질이며 부족하면 체내에서 합성하기도 한다. 의사에게 콜레스테롤 수치 관리 좀 하라고 주의를 받은 게 아니라면 카페스테롤을 걱정할 일까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