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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6일 (토) 23:17 판
말 그래도 과실(果實)로 만드는 술. 과일주라고도 하고 과실주라고 하지만 주세법에 쓰여 있는 이름은 '과실주'다.
술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술이다. 술은 효모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혐기성 발효를 이용하는데, 곡물은 당분이 녹말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효모가 바로 소화할 수 없으므로 당화효소를 사용해서 녹말을 당분으로 바꿔줘야 한다. 그러나 과일은 애초부터 녹말이 아닌 당분을 품고 있기 때문에 효모만 붙으면 알코올 발효가 일어난다. 따라서 사람이 손을 안 대도 과일에 공기를 타고 떠돌던 효모가 붙으면 자연스럽게 알코올이 만들어진다. 일부 영장류 동물도 땅을 파고 농익은 과일을 던져 놓아 자연 발효된 술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사람도 이렇게 자연발효된 것을 먹고 취하며서 술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경험을 반복하면서 술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1] 따라서 인류의 역사보다도 과실주의 역사는 더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맥아와 같은 당화효소를 필요로 하는 곡물주에 비해 자연 발효만으로도 술을 만드는 게 가능하고[2], 과즙을 이용하므로 물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되거나 소량만 넣으면 되는데 반해 곡물주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물이 귀했던 시절에는 더더욱 과실주가 만들기 쉬웠다. 추가로 과일이 뿌리로 물을 빨아올려서 필터링 작용을 하므로 과즙은 안전한 물이라고 할 수 있다.[3] 그러나 농경사회가 정착되면서 과일에 비해 곡물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지하수를 판다든가 하는 식으로 예전보다 좋은 물을 구하기도 쉬워지면서, 혹은 그냥 먹기에 물이 안 좋으면 증류를 해서 깨끗하고 독한 술을 만드는 방법도 발전하면서 곡물주가 빠르게 발달했다.
과실주의 대표주자라면 무엇보다도 포도로 만드는 와인. 사실 영어 wine은 발효시켜 만든 포도주를 뜻하기도 하지만 과실주를 아우르는 말로도 쓰인다.[4] 아무튼 특히 기독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가톨릭이나 정교회에서는 성찬예식에 사용하는 포도주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서양권에서는 그밖에도 사과로 만드는 기포가 있는 술인 사이더 역시 인기 있는 과실주다. 우리나라는 과실주가 그닥 발달한 편은 아니다. 복분자주, 매실주와 같은 과실주가 있긴 하지만 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편이다. 이웃 중국과 일본도 곡물주 위주로 술 문화가 발달해 왔고 상대적으로 과실주는 비중이 많이 낮은 편이다.
각주
- ↑ 다만 효모가 알코올을 만든다는 사실은 19세기 말 루이 파스퇴르가 밝혀냈기 때문에 지금처럼 효모를 배양해서 술을 만드는 기술은 인류의 술 역사와 비교하면 아주아주 최근의 일이다. 이전에는 자연 발효에 의존하거나 앞서 만든 술을 종자로 사용했다.
- ↑ 단, 과일의 당도가 부족할 경우에는 술이 잘 안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물엿이나 설탕을 넣어서 당도를 맞추기도 한다.
- ↑ 그렇다고 수분 섭취를 위해 술을 마시면 에탄올의 탈수 작용 때문에 더 안 좋다. 술을 마실 때 따로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 ↑ 우리나라의 막걸리나 일본의 니혼슈를 영어로는 rice wine이라고 하는데, wine의 원래 뜻을 생각하면 과일이 아닌 곡물로 만든 이들 술은 wine이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beer가 넓은 뜻으로는 곡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술을 아우르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양에서는 과실주에서 포도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압도적이니까 wine=포도주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곡물주 중에서는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에 크다 보니 beer=맥주가 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