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공급 부족 사태

2018년 7월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기내식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서 항공편 지연이 속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항공기는 결국 기내식을 싣지 못하고 출발해서 승객들은 물론이고 승무원들까지도 굶긴, 초유의 기내식 대란 사건이 벌어졌다.

7월 1일에는 심지어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항공편에 비즈니스 클래스까지도 기내식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11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구간인데다가,. 모든 승객이 동등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겠지만 기업 논리라는 게 있으므로 비즈니스 클래스는 더욱 신경써서 관리해야 할 승객들인데, 이 사람들이 기내식을 못 먹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니...

원인

원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지만 기내식 공급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사달이 난 것이다. 원래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처럼 기내식 사업부를 자체 보유하고 있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회사 경영사정이 나빠지자 기내식 사업부를 루프트한자에 매각했고, LSG스카이쉐프라는 별도 회사가 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회사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5년씩 계약을 연장해 가면서 15년 동안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2018년 7월부로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과정에서 재계약이 난항에 부딪쳤다.

LSG스카이쉐프 측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16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사들일 것을 요구했으며, 이러한 조건을 루프트한자 쪽에서 거부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지속적으로 원가공개를 거부했고 신뢰관계가 무너진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투자도 LSG 쪽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1,600억 원은 공교롭게도 당시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추진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동원하려던 자금 규모와 일치한다는 문제가 있다. 즉,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동원한 셈으로,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을 모아서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묻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상법에서 정한 '자산의 유용 금지'에 반하는 위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제소를 접수 받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조사에 착수하고, 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당연히 기내식 대란에 관한 조사에 들어갔다. 게다가 언론들의 취재경쟁도 불이 붙었으므로 경영진들에 대한 취재 결과에 따라서는 여기도 대한항공 못지 않게 탈탈 털릴 가능성이 상당하다.

LSG스카이쉐프와 협상이 결렬된 아시아나항공 측은 중국의 하이난항공그룹과 협상을 통해 무려 30년 동안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LSG하고는 5년씩 재계약해 온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파격인 셈. 하이난항공그룹은 1,6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매입했으며, 아시아나항공과 합작으로 한국에 기내식 공급사인 게이트고메 코리아((Gate Gourmet Korea, GGK)를 설립하기로 합의한다. 하이난항공그룹은 스위스 회사였던 게이트고메 스위스(Gate Gourmet Switzerland GmbH)를 인수했으며, 이 회사와 아시아나항공의 합작사가 설립되는 것. LSG스카이쉐프 쪽에서 나중에 하이난항공그룹보다도 많은 2,880억 원 투자를 제의했다는 보도도 있다. 아시아나 쪽은 이걸 근거로 "LSG가 먼저 투자를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하지만 후속 보도들을 살펴보면 LSG의 제안은 상당히 파격적인데, 10년 계약을 전제로 1,000억원의 현금 직접 지원, 마진율 5% 인하, LSG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도 20에서 게이트고메와 같은 4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기내식이 얼마나 많이 남겨먹는 장사기에. 종합해 보면 오히려 GGK보다 조건이 좋다. 문제는 LSG 쪽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 투자를 제의한 것이고, 금호아시아나 쪽은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위한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금호홀딩스에 투자를 원했기 때문에 협상이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욕심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거절하고 게이트고메 쪽으로 공급선을 바꾸기로 했으니, 당장 1,600억 원을 당기자고 향후 5천억 원 이상 이득을 볼 수 있는 제안을 거절해 버린 것으로 배임죄 성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기내식 대란의 진짜 예고편은 2018년 3월에 있었던 화재 사건이다. 게이트고메 코리아(GGK)는 2018년 7월부터 기내식 공급을 하기로 하고 인천공항 근처에 공장을 짓고 있었는데 화재로 대부 시설이 대부분이 타버리면서 수십 억원의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기내식 공급 스케줄이 3개월 정도 지연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3개월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문제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LSG스카이쉐프와 3개월 연장 공급 협상을 했다. 더럽고 치사해서 안 했을 것 같지만 LSG스카이쉐프는 꽤 적극적으로 나왔다고 한다. 사실 여기 물량의 70%가 아시아나항공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들 입장에서 볼 때에도 계약 종료는 큰 타격이고, 그래도 3개월이라도 계약을 연장하면 일단 그 기간 동안 숨통은 트이면서 구조조정을 하든 다른 항공사와 협상을 하든 시간은 벌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은 GGK의 하청 형태로 공급하라고 요구를 했고, 이를 루프트한자 쪽에 거부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되었다.

한국에서 풀 서비스 캐리어 항공사가 필요로 하는 기내식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대한항공 기내식센터, LSG스카이쉐프, 그리고 샤프도앤코 코리아라는 회사 셋 뿐이다.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를 통한 공급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얘기고, 따라서 선택지는 샤프도앤코 코리아 뿐이다. 문제는 이 회사가 주로 외항사나 저가항공사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회사로, 일 생산 경험이 아시아나의 주문을 소화하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보통 하루에 들어가는 기내식의 양은 대한항공이 7만식, 아시아나항공이 평소에는 2만식에서 성수기에는 최대 3만식까지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샤프도앤코 코리아는 이전까지 기내식 평균 생산량이 일 3천식 정도였다. 여름 성수기에 접어든 아시아나가 필요로 하는 하루 최대 양의 10분의 1 남짓밖에 공급해 본 경험이 없는 회사에게 아무리 3개월 한정이라지만 공급을 맡겼으니, 어쩌면 예견된 사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책 없이 맡긴 아시아나도 문제지만 뭘 믿고 샤프도앤코는 평소의 10배 물량을 제공해야 하는 계약을 체결했는가 역시도 의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샤프도앤코가 생산 자체는 하루 2만식 이상 공급이 가능하지만 이를 포장 및 운송하고 비행기에 탑재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장사 하루 이틀 하는 항공사도 아니고 기내식이 생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포장, 운송, 항공기 탑재에 이르기까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어야 되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별 대책 없이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초유의 기내식 대란을 터뜨렸다는 비난은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7월부터 3개월 동안이라면 딱 여름 성수기기 때문에 하루 최대 3만식을 공급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장처럼 샤프도앤코가 2만식 생산을 할 수 있다고 쳐도 1만식이 부족하다. 시설을 늘리든가 해야 하는데 단지 3개월 때문에 그만한 시설 투자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따라서 이 계약도 상당히 의혹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박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이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599%에 이를 정도로 부실기업 수준이고, 계속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이유를 따지고 보면 회사 자체의 경영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자금 동원에 이용했던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룹을 확장시킬 욕심으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결과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그룹이 위기에 빠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모두 다시 팔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를 비롯한 알짜배기 계열사들까지 팔아야 했다. 이후 그룹을 재건한다면서 매각했던 계열사들의 재인수를 추진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돈이 필요할 때마다 아시아나항공이 손쉽게 동원되었고 부채비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시아나 측에서는 1,600억 투자 때문에 공급사를 바꾼게 아니라고 계속 부인하지만 과정을 들여다 보면 자금이 필요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사정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추정을 쉽게 할 수 있다.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

기내식 대란이 터진 다음날,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였던 화인CS 대표가 목을 매어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그가 숨지기 얼마 전에 대화를 나눈 지인에 따르면 "안되는 일 되게 하라 한다. 내가 다 책임져야 할 것 같다. 우리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면서 울고 있다. 여자 직원들이 울고불고 난리다. 나도 28시간 넘게 일했다."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기내식의 포장을 맡은 이 업체는 원래 LSG스카이쉐프가 주 협력업체였다고 한다. 숨진 대표의 아들이 JTBC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GGK와 계약을 맺으면서 상당히 고민했다고 한다. 그동안 LSG와 손발이 잘 맞았던 반면 GGK는 새로 생기는 업체이기 때문에 또 다시 일을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고, 또 계약 조건도 LSG에 비해서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아들을 비롯한 주위에서는 그냥 LSG에 남는 게 좋겠다고 권했지만 그럴 경우 직원들을 상당 부분 내보내야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를 감수하고 직원들의 고용을 모두 유지하기 위해서 GGK로 갈아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GGK 공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차질이 생기고 샤프도앤코에서 생산하는 기내식의 포장을 떠맡게 되면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샤프도앤코 자체가 일단 시설이나 인력이 이 정도 대량생산을 감당하기 힘든 데다가, 상황이 닥치자 GGK 쪽에서 100여 명을 투입해서 생산을 지원했다지만 이 사람들도 트레이닝이 덜 됐기는 마찬가지니, 손발이 엄청나게 안 맞아서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LSG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회사 전체 인력이 다 붙어도 모자랄 판에 LSG와 샤프도앤코 일을 다 떠 맡게 되어 압박감이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기내식 대란이 터지고 아시아나 쪽은 안이하게 협력업체에게 책임 전가나 하는 듯한 태도였으니... 실제로 이 회사 직원의 노컷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전화 한 통도 없는 상황이고, "안타깝지만 우리는 샤프도앤코와 계약했기 때문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그 대표와도 모르는 사이"라는 식으로 책임지는 모습은커녕 하청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안 그래도 더운데 대중들의 분노 게이지를 올리려고 작정한 듯.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우린 하청하고만 계약했으니 나머지는 다 그네들 잘못이라고 발뺌하는 원청 갑질의 전형적인 양심불량 행태인 것.

한편 업체의 직원이 CBS와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필요한 자재가 제대로 공급되었다면 포장 물량을 맞추는 것은 가능했다고 한다. 문제는 기내식 패키징을 위해서는 음식만이 아니라 용기, 포크와 나이프, 물수건이나 냅킨, 소스와 같은 자재들이 다 제대로 공급이 되어야 하며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는데 이런 것들이 제대로 공급이 안 되고 빠지는 게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내식 공급이 안 되면 협력업체만 윽박질렀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 쪽도 기내식 생산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포장과 배송에서 문제가 터진 것처럼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니 인터뷰 기사 제목처럼 "뭐가 와야 포장을 하죠..억울해"라는 항변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 사태가 터지면서 언론에 보도된 아시아나와 샤프도앤코의 계약서에 따르면 기내식 공급이 15분 이상 지연되면 업체에게 취급 수수료를 안 줘도 되고 30분 이상 지연되면 음식값의 절반을 공제하는 조건이 들어 있다. 보통 다른 항공사들도 공급계약을 비슷한 조건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기내식 생산과 수송 및 항공기 탑재 능력이 충분한 회사라면 몰라도 급한 상황에서 능력이 충분한 LSG를 제끼고 역량이 훨씬 딸리는 샤프도앤코하고 계약하면서 이런 조건을 걸었다는 것은 양사가 참으로 사태 인식이 안이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기내식 대란이 터지면 아시아나는 계약서 내용을 주장하면서 샤프도앤코에 지급할 돈을 깎을 것이고, 샤프도앤코는 또 이 손해를 '너네가 포장을 늦게 해서 이 사달이 났다'면서 협력업체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 쪽의 주장이나 사과문을 봐도 "샤프도앤코의 생산 능력은 되는데 포장과 운송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샤프도앤코 측도 우리가 생산 능력이 된다고 판단하고 계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둘이 합세해서 이 사태를 협력업체 책임으로 몰고 가려는 의혹이 상당하다. 이러니 문제의 협력업체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시달렸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까지 일어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비난은 더욱 폭주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그래도 대한항공은 사람은 안 죽였지 않냐."라고 비판하고, 실제로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그런데 박창진 사무장한테 하는 거 보면 저쪽은 서서히 말려죽여 가려고 드는 듯. 비상사태에서 일단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협력업체를 다독여가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협력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해명, 그리고 실제로 손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계약 조건을 보면 위기관리 능력이 낙제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한 생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회사의 직원들이 일손이 잡힐 리가 없다. 숨진 대표의 말처럼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라고' 닥달하다가 더 큰 일을 만든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샤프도앤코의 기내식 공급은 이 일로 계속 차질을 빚을 게 뻔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거의 언급도, 책임지는 모습도, 조의 표명도 안 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내식 대란과 대표의 자살 사이에 '직접 관련'은 없다는 식의 씨알도 안 먹히는 태도로 더 욕을 먹고 있다. 오히려 사과문에서는 생산 능력은 충분한데 포장이나 배송 문제로 기내식 대란이 터졌다는 식으로 협력회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더블로 욕을 먹고 있다. 실컷 욕을 들어먹은 다음에야 7월 4일 기자회견에서 박삼구 회장이 도덕적 책임을 느낀다면서 애도를 표했다지만 사과해야 할 때 제대로 사과 안 하다가 실컷 욕 먹고 진정성도 안 느껴지는 사과를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형편 없는 위기관리 능력이 다시 한번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영진의 안일한 대응

사태가 터진 것 자체가 커다란 삽질이지만 그 이후에 경영진의 안일한, 혹은 정신 나간 듯한 대응에도 비난이 그치지 않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모토로 내건 아시아나항공이지만 이 사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물론 그 이후 대응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 기내식 사태가 터진 첫날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승객들에게 지연 원인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첫날은 공급사가 바뀐 첫날이라 차질이 가장 심했고 폭우까지 겹치는 바람에 혼란이 극심했는데, 그 때문에 항공편이 무더기로 몇 시간씩 지연됐지만 승객들은 영문도 모르고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던 것. 아시아나 측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처럼 말했지만 노컷뉴스에서 취재한 내부자 증언에 따르면 이미 사태가 터지기 전에 회사 측에서는 무더기 지연이나 일부 항공편에 기내식이 안 실릴 것을 예상했고, 승무원 브리핑 때 이러한 사실을 고지했다. 그런데 이 때, 지연 원인에 대해서 승객에게 이야기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한다. 또한 기내식이 실리지 않고 출발해야 하는 항공편의 경우,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미리 식사를 해결하고 탑승하라는 안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혼란을 키울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사태 초기에 문제를 적극 알려서 승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취소 환불사태가 벌어질까봐 쉬쉬하기에 급급했다는 게 이들 내부자들의 증언.

•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이틀 째에도 변변한 사과문 하나 없이 웹사이트의 짤막한 공지 정도로 때우고 있다가 7월 3일에야 김수천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하지만 이 사과문을 봐도 문제는 불가항력적인 화재 사고가 원인이고, 자기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기내식 공급 업체의 잘못으로 문제가 터진 것처럼 읽히는 내용이라 오히려 비난 여론을 더 부채질한 꼴이 되었다. 더 정확히는 기내식 공급 능력은 확보했지만 포장과 배송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는데, 들여다 보면 기내식 공급 계약은 샤프도앤코와 했고 샤프도앤코는 다시 기내식 포장을 협력업체에 하청을 줬다. 즉 아시아나의 사과문에 따르면 재하청 탓이라는 것. 게다가 7월 2일에 샤프도앤코 코리아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까지 터진 다음 날 나온 성명인데도 여기에 대한 사과나 조의 표명은 하나도 없는 태도 역시 비난을 사고 있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조에서 성명을 내고 숨진 협력업체 대표에게 조의를 표했다. 노조에서는 "이번 사태로 불편을 겪은 손님 여러분께 무책임한 경영진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무능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7월 4일에 사장 명의로 다시 한번 임직원들에게 사과 글이 올라왔고 여기서는 협력업체 대표에 대한 애도 표시가 있었지만 이미 때가 너무 늦은 뒷북이기도 했고, 기내식 대란에 관련해서는 여전히 샤프도앤코와 하청업체 책임이라는 식의 태도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

• 7월 1일에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이 칭다오 세브란스병원 착공식에 연세대 총동문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물론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는데 기내식 대란 첫날로 가장 많은 항공편 지연이나 노밀 출발이 일어난 날이다. 그런데 박삼구 회장 일행이 탄 비행기는 기내식이 정상을 넘어서 아예 핫 밀로 다 실리고 지연 없이 출발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내식 공급 문제가 시작된 게 오전 10시경부터고, 그 전에 출발한 항공편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전 10시 이후 항공편부터 문제가 본격 시작되었다고 해도 문제가 터질 것이라는 상황 판단은 그보다 한참 전에 가능했을 것이다. 정말 일 터질 때까지 몰랐다면 그야말로 동네 구멍가게 수준도 안 되는 업무 능력인 거고... 그리고 박 회장의 항공편은 오전 9시 5분 출발이었으므로 별 차이도 안 난다. 수많은 손님들은 비행기 늦어져서 일정 망치고 기내식이 없어서 쫄쫄 굶는 판에 자기 먹을 것만 챙겼다고 비난을 받고 있다. 밥이 넘어가냐? 게다가 7월 3일에는 박 회장의 며느리와 손자가 파리로 출국했는데 이 비행기도 지연 없이 정상 출발해서 역시 또 논란이 되고 있다.

• 사태가 심각해지자 박삼구 회장이 7월 3일에 일정을 앞당겨서 귀국했는데, JTBC 보도에 따르면 도착 게이트에서 승무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꽃을 안겨주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기내식 대란으로 비난이 폭주하고 회사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마당에 제정신이냐는 비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박삼구 회장이 성희롱성 스킨십을 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승무원들을 동원해서 꽃다발을 증정한 것이 문제가 되어서 2018년 초에 사과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짓을 하냐는 욕까지 보너스로 먹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2018년 2월 이후로는 꽃을 주거나 한 적이 없으며 이번에는 우연히 만난 것'이라고 강변하는데 우연히 만날 걸 알고 미리 꽃을 준비한 거냐는 비아냥만 살 변명에 불과하다.

• 기내식 대란이 터진 다음날인 7월 2일에 인사발표가 났는데, 이번 대란의 중심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기내식 책임자가 징계는커녕 오히려 임원으로 승진했다. 고객들에게 기내식 대신 빅엿을 먹인 공로?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내식 대란 이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하지만 꼭 이 사태 와중에 보란듯이 승진 발표를 할 정도로 사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술 더 떠서 박삼구 회장의 딸이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했다. 박 회장의 딸은 코르동블루 졸업에 일본 ANA 호텔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것을 내세우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요리사로서 경력이지 회사 경영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게다가 ANA 호텔에서는 2005년까지 일했으므로 요리사로서 경력마저도 10년 넘게 중단하고 '주부'로 생활했는데 갑자기 상무로 입사하는 게 말이 되냐고 또 욕을 먹고 있다. 한진해운 최은영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 동안 무리한 인수확장을 벌이다가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책임으로 박삼구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이 상당한데, 게다가 이런 초유의 사태가 터진 마당에 그룹에 자기 딸 심기나 하고 있는 사태 인식에 또 다시 비난이 쏟아지는 중.

땅콩회항이나 에밀리 조 갑질 파문 때 대한항공도 그랬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위기 대처 능력도 양대 국적사가 사이 좋게 낙제점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를 숨기거나 사람들이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해명은 오히려 비난 여론만 부채질할 뿐이다. 오히려 초기에 과감하고 솔직하게 문제를 설명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태도가 처음에는 욕을 먹겠지만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사태를 빨리 진정시키는 비결이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가? 아무리 숨겨도 언론 보도와 인터넷을 통해서 금방 퍼져나간다. 숨길수록 오히려 의혹이 더 커지고 인터넷에는 각종 루머들이 더더욱 빠르게 퍼진다. 이미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방법이나, 의혹이나 루머가 퍼지는 방법은 과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바뀌었는데 기업들의 대응은 언론만 적당히 어르고 달래면 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사태를 진정시키는커녕 기름을 더 붓고 있는 꼴이다. 대주들의 분노 게이지를 더욱 치솟게 만드는 오너나 경영진들의 정신 나간 태도들은 말할 것도 없다.

7월 4일 박삼구 회장 기자회견과 새로운 논란

결국 7월 4일 오후 5시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대란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숨진 협력업체 대표와 직원들에게 사과는 했다지만 결국 박 회장이 밝힌 내용도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주장한 것과 별반 다르지는 않다. 협력업체 대표의 자살에 대해서 도덕적 책임을 느끼며 앞으로 협력업체 육성에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밝힌 정도가 조금 달라진 내용 정도다. 책임지겠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지만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이야기는 없다. 말로만 책임지겠다면서 결국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다른 곳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이번에도 보였다. 게다가 이 기자회견이 새로운 논란을 만들거나, 또다른 욕먹을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안 도와줘서?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 사태에 관해서 마치 경쟁사인 대한항공 탓도 있는 것처럼 들리는 발언을 했다. 신축 기내식 공장 화재 이후에 3개월 동안 기내식을 공급 받을 대체 업체를 찾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기내식센터 역시 협의를 했지만 협조가 잘 안 됐다면서 "극단적으로 대한항공에서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죄송스럽게도 협조를 못 받았습니다. 서로 협력할 건 항상 협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는데…."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대한항공이 반박에 나섰는데, 아시아나 측에서 기내식 공급 관련 문의를 해 와서 실제 공장까리 둘러봤으나 추가 생산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또한 기내식 대란이 터진 다음 대한항공이 오히려 아시아나 쪽에 연락을 해서 도와줄 것이 없냐고까지 문의를 했다고 했다. 뒤늦게 아시아나 측은 이를 인정하면서 "호의에는 감사하지만 상황이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정신승리를 시전하면서 거절했다. 사실 경쟁사가 안 도와줬다고 탓을 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상황을 보면 오히려 대한항공이 먼저 연락을 하기도 했는데 대한항공이 협조를 안 줬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에 오히려 욕만 더 먹고 있다.

대한항공이 먼저 아시아나에게 도움을 제안한 과정에서도 두 회사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는데, 아시아나항공 쪽은 대한항공이 "완제품이 아니라 메인 디시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문의를 해 왔다면서, 관세법 상 기내식은 완제품 형태로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대한항공은 "우리가 관세법도 모를 것 같냐"면서 완성품 기내식을 공급하려고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항공 쪽에서는 야간작업을 해서라도 아시아 혹은 미주 노선에 하루 3천식 정도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아시아나 쪽에서 아무 답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아시아나 쪽에서 '대한항공의 지원 제안을 고맙게 생각하고 향후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꼬리를 내렸지만 결국 말로만 책임지겠다면서 자기들의 삽질로 벌어진 기내식 대란을 황당하게 경쟁사가 안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남탓을 한 박 회장의 발언은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꼴이 되었다.

사실 정말로 아시아나 경영진이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면 대한항공이든 LSG스카이쉐프등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져서 게이트고메 코리아 공장이 돌아갈 때까지는 제대로 기내식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우선이지만 지금의 행태는 고객들보다는 자기들의 자존심이 우선이라는 듯한 태도라서 더더욱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LSG스카이쉐프 기내식 품질 논란

기자회견에서는 LSG스카이쉐프 대신 게이트고메와 계약을 맺은 문제에 관련해서 "LSG스카이쉐프가 원가 공개 요구도 거부했고 품질에도 문제가 있어서" 바꿨으며 1600억 원 투자 여부와는 전혀 관련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LSG스카이쉐프에서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사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은 스카이트랙에서도 여러 번 베스트 기내식에 선정되었고 종종 기내식 랭킹을 뽑을 때에도 상위권에 들 정도로 품질을 인정 받았고, 그동안 아시아나가 5성급 항공사로 인정 받는 데에도 기내식 품질이 한몫 했다. 그런데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을 하니 LSG스카이쉐프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 지금 기내식이라고 나오는 걸 보면 차라리 '문제 있는' 예전 기내식이 그립다. 공개석상에서까지 이탓 저탓하는 박 회장의 태도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항공이나 LSG의 도움을 받기에는 물건너 갔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예쁘게 봐 달라?

딸의 금호리조트 상무 입사에 관련된 질문을 받자, 박 회장의 답변이 이랬다.

금호리조트 의문의 1패

아무리 작은 회사라고 해도 상무는 최고 결정권자 중의 하나다. 잘못된 결정 하나가 회사를 흔들리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박 회장은 회사 경영 경험이 없었던 딸을 상무로 입사시키면서 그 이유를 사회공부와 경영공부라면서, 금호리조트는 그룹에서 아주 작은 회사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과연 금호리조트의 직원들은 자기 회사의 상무가 총수 딸이 사회공부 혹은 경영공부나 하는 자리라고 말하는 박 회장의 발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 여성의 사회 참여는 좋지만 그 참여를 상무로 시작한다고 하면 그걸 여성의 사회참여라고 볼 사람은 없다. 그저 재벌 오너의 경영 세습일 뿐이고, 전문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 경영을 맡았다가 회사를 말아먹은 한진해운의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애꿏은 피해자들

기내식 대란으로 돈 다 주고도 출발 지연으로 일정을 망치거나 기내식을 못 먹게 된 승객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단거리야 밥 안먹어도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요금에는 기내식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운송약관에는 국제선 기내식은 무료 제공한다고 되어 있지만 항공료를 산정할 때 기내식 비용까지 포함한 것이지 손해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 기내식을 못 주는 대신 공항 식음료 바우처나 기내 면세품 바우처로 보상해 준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익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아무도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기내식은 비행기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유독 기내식에 대한 애정이 많다. 익스피디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으로는 절반 정도인 49%가 항공료를 아낄 수 있다면 기내식을 포기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한국인은 그 절반 정도인 24%만이 기내식을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여행의 추억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도 한데 회사 측의 어이 없는 무능으로 여행의 즐거움이 깨진다면 바우처로 보상할 수 있을까?

어린이 승객이나 건강 문제로 특별 기내식을 신청한 승객들은 더욱 피해가 크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배고픔을 꾹꾹 참기가 힘들며 배고파서 울거나 칭얼대면 부모도 주위 승객들도 이만저만 불편이 심한 게 아니고 제때 영양 공급을 못 받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별 기내식 신청자 중에는 종교나 채식처럼 '선택'의 문제도 있지만 질병이나 건강 상태 때문에 반드시 신청한 기내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혈당 관련 질환이 있는 승객은 제때 밥을 먹지 못하면 저혈당 쇼크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대부분 환자들은 포도당과 같은 응급 약품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지만 그건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자칫 이번 사태가 승객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협력업체 대표를 비롯해서 기내식 공급에 얽혀 있는 협력업체 역시도 피해자다. 애초에 소화할 수 없는 무리한 물량을 받아서 작업을 하려다 보니 직원들은 심지어 밤샘근무에 시달리면서 지쳐가고 있는 판국이다. 게다가 샤프도앤코의 공간도 비좁아서 직원들이 거의 등을 맞대고 일할 정도라는 하소연이 나오는 판이다. 게다가 아직 여름 성수기는 시작이다. 7월 중순부터 8월에 걸쳐서 이용객이 피크를 치는데 이 때 최대 하루에 3만5천식까지 나갈 수 있다. 아시아나와 샤프도앤코의 주장을 그대로 믿더라도 일 2만식 생산이 가능하므로 3만5천식에 턱없이 부족하며, 이를 맞추려면 기내식의 질 저하나 기내식 제조업체 및 협력사 직원들의 무리한 연장근무로 이어질 게 뻔하다.

또한 승무원들도 피해자다. 일단 이 사태로 분노한 고객들의 원성이 1차로 어디로 가겠나? 사고는 무능한 경영진들 쳐 놓고 직접 욕을 들어먹는 건 이 대란과 아무 연관도 없는 승무원들이다. 이들도 자기들이 먹어야 할 식사도 실리지 않거나, 실렸어도 승객 기내식이 부족하면 승무원 식사까지 내주고 쫄쫄 굶어야 하는 일이 속출한다.승무원 식사가 기내식과 다르면 승객에게 내주기는 힘들지만 승객이 밥을 못 먹는데 승무원이 속편하게 밥을 먹는 것도 영 불편하고 눈치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내식을 못 먹게 된 승객들에게는 기내면세품 무료 바우처를 제공하는데, 이 때문에 기내 면세품 주문이 폭증해서 '승무원들이 거의 무릎으로 기어다녀야 할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면세품이 떨어지면 또 그 불만도 승무원이 표적이 된다.

결국 3일에는 승무원들에게 끼니거리를 직접 준비해 오라는 지시가 떨어져서 김밥이나 도시락을 가지고 타는 지경이다. 게다가 조종사들 역시도 여파를 받아서 제대로 식사를 공급 받지 못하거나 라면으로 때우는 일들이 있다고 한다. 아시아나 쪽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과잉진철이라고 할 정도로 손님 앞에서는 껌뻑 죽어야 하는 한국 항공사들인데 손님 기내식이 부족하면 조종사인들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조종사의 컨디션은 수백 명의 생명과 직결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조종사는 반드시 조종사용으로 반입된 기내식만을 먹도록 되어 있으며 같은 것을 먹었다가 같이 탈이 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기장과 부기장은 다른 음식으로 구성된 밥을 먹어야 한다. 승무원들 역시도 안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승객들의 폭주하는 불만을 받아내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 안전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마저도 생기는 판이다.

사태의 추이와 장기화 우려

기내식 대란이 터진 2018년 7월 1일 이후 항공편 지연 또는 노밀 상태로 출발한 항공편 현황은 다음과 같다.

날짜	총 항공편 수	지연	노밀
7월 1일	80	51	36
7월 2일	75	10	28
7월 3일	76	2	43
7월 4일	-	2	24

사태는 첫날이 가장 심했고 이후로는 조금씩 낮아지기는 하고 있다. 노밀 출발의 경우 2일보다 3일이 더 많은데, 이는 노밀을 감수하더라도 정시 운항을 지키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1시간 이상 지연만 지연 운항편으로 잡히므로 1시간 이내 지연까지 합치면 실제 지연된 편수는 더 많을 것이다.

기내식 대란이 빚어진 첫날인 1일 전체 항공편 80편 중 51편이 지연 출발했고 노밀 운항은 36편에 달했다. 2일에는 전체 항공편 75편 중 10편이 지연 출발했고 3일에는 전체 76편 중 2편이 지연됐다. '노밀' 항공편은 각각 28편, 43편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협력업체들을 얼마나 닦달질 하고 있기에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일 경에는 1~2일이면 사태가 진정될 것으로 밝히고도 있다. 일단 샤프도앤코만으로는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가항공사에 도시락 형태의 기내식을 공급하는 회사인 CSP에서도 공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샤프도앤코 자체가 시설이나 인력이 아시아나항공의 물량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CSP의 생산 능력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7월 4일 기자회견에서 회사 측은 5일부터는 노밀로 출발하는 항공편이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실제로 5일부터는 모든 항공편에 기내식이 탑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품질. 애초에 공급 능력이 안 되는 회사에 맡기다보니까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 전보다 조리 과정이 단순화되었거나 아예 그냥 냉동식품을 써서 기내식을 실은 항공편이 많은 상황이라, 꼼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과 같은 단거리 항공편에는 멕시코 음식의 일종인 부리토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건 원래 중거리 구간에서 간식으로 내놓는 음식이었다. 회사에서는 과일과 빵이 같이 나가기 때문에 기존의 간편식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을 리가... 비즈니스 클래스용 기내식이 공급이 안 돼서 이코노미 클래스 기내식과 면세품 쿠폰으로 때우거나 하는 식으로 편법이 계속되고 있어서 그야말로 무늬만 정상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상화가 되었다고 주장한 7월 6일 이후에도 장거리 이코노미 클래스의 기내식이 2종류에서 1종류로 줄고, 비즈니스 클래스는 3종류에서 2종류로 줄었다. 또한 포크나 나이프가 빠졌거나 한 부실한 관리 문제도 줄줄이 터지고 있다.

심지어는 구성에 빠진 게 있다는 이유로 비행기에 탑재한 기내식을 1,000인분 가량 폐기한 일까지 밝혀졌다. 아마도 게이트고메 코리아가 기내식 공급을 제대로 하기 전까지 석 달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아시아나 쪽에서는 부정하고 있지만 샤프도앤코의 공장 위생 관리 부실 문제도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기내식은 일반 도시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생이나 품질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일반 편의점 도시락도 먹었다가 탈 나면 문제가 되겠지만 기내식은 수십 명에서 수백에 이르는 손님들이 집단으로 탈이 날 수 있다. 게다가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식중독 문제가 터지면 응급조치도 힘들고 병원 후송은 더더욱 힘들다. 가까운 공항으로 긴급 착륙을 해야 하고 국제선이라면 탈이 난 승객의 국적과 다른 공항에 내릴 경우 더더욱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애초에 식중독 가능성이 없도록 재료 수급에서 조리, 포장, 배송과 항공기 탑재에 이르는 과정이 일반 도시락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세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태 장기화는 물론이고 물량 맞추는 데 급급하다가 자칫 품질이나 위생 관리가 부실한 기내식으로 더 큰 사고를 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냉장이 제대로 안 되어서 쉰 기내식이 발견되었다는 증언도 있다.

또한 KBS 보도에 따르면 7월 5일에도 해외 출발편 중에는 노밀로 출발하고 바우처로 때운 항공편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져서 완전 정상화가 거짓말로 밝혀졌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에서 7월 6일과 8일에 광화문에서 박삼구 회장 및 경영진의 갑질 폭로 집회를 열기로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어용노조 소리를 듣는 대한항공 노조들과는 달리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제대로 굴러가는 편이라서 노조에서 경영진 퇴진 요구 성명을 내고 언론 인터뷰로 경영진의 행태를 비판하는 등 이번 문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편인데, 한발 더 나아가 '침묵하지 말자'라는 제목으로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면서 직원들이 집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모양새다.양대 항공사 직원들 광화문에서 정모할 기세.

예정대로 7월 6일 집회가 개최되었고 참석자들은 기내식 대란을 불러온 경영진의 경영 실패는 물론 그동안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갑질 경영을 비판하면서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특히 대한항공 직원들도 참석해서 경쟁사가 아닌 노동자끼리의 연대를 보였다. 7월 8일에도 집회를 개최했으며 이 때에도 박창진 직원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한 대한항공 직원 10여 명이 참석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대표의 유족도 참석해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9월 15일부터는 GGK에서 기내식 공급을 시작했다. 한편 9월 초에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는 기내식 부족으로 결항 또는 지연된 항공편 승객들을 대상으로 마일리지 보상을 제공했다. 아시아나를 타야 쓸 수 있다는 게 함정. 얼마 안 되는 마일리지로 딴 데 쓸 수도 없고.

소송전

기내식 사태가 터지고 나서 1년이 지나서 다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여러 가지 소송전에 얽혀 있기 때문.

이미 사태가 터지고 나서 몇몇 소수 주주들이 소송을 냈다. 기내식 대란으로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704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을 낸 것.

그런데 2019년 하반기에 들어서 오랜 파트너까지 내버리고 손을 잡았던 GGK와도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GGK의 최대주주가 하이난그룹에서 홍콩의 사모펀드인 RRJ 캐피탈로 넘어가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이 깨지고 둘 사이에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는데, GGK 쪽에서는 기내식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메뉴 개편을 거부하고 있어서 몇 달째 똑같은 기내식이 들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주 타는 승객들은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 기내식은 적게는 한달 단위, 길어도 분기 단위로는 메뉴가 바뀌는데 공급 업체가 메뉴 변경을 거부해서 6개월 째 똑같은 메뉴가 들어가는 경우는 항공업계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여기에 GGK 측에서 밀린 기내식 대금 137억 원을 내라고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아시아나 측은 과도한 비용 산정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 이제 와서 LSG로 돌아갈 수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내식 업체 변경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이 개인적인 이익을 거두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이 거래 상대방, 즉 하이난그룹 측에 자사가 아닌 계열사인 금호고속에 투자하도록 한 것이 부당한 내부거래이자 이를 통해 금호고속이 얻은 이익을 총수일가 사익 편취로 본 것. 아무튼 경영진의 과도한 욕심과 판단 미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은 매물로 나오고, 가뜩이나 항공업계 환경도 안 좋은데 소송전까지 걸려서 이래저래 깨지고 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