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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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bagger.

특히 주식투자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10배의 수익을 올리는 투자 종목을 뜻한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야구의 '10루타'를 뜻한다. Ten은 당연히 '10'이고, 'bag'은 베이스를 뜻하는 야구 속어다. 즉 10-base hit란 뜻인데, 당연히 야구에는 4루타인 홈런 이상은 없으므로 실제 야구에는 텐배거는 없다. 홈런 두 방 + 2루타 한 방이면 텐버거가 된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피델리티 마젤란펀드의 펀드 매니저로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남은 피터 린치다. 그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펀드를 운용했는데 시작할 때 1800만 달러였던 자산은 그가 떠날 때 14조 달러까지 늘어났다. 13년만에 28루타를 친 셈이다.[1] 린치는 저서<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2]에서 '텐배거'라는 말을 들고 나오면서 그가 찾아 낸 다양한 텐배거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종목이 텐배거였던 것은 아니고, 6배 수익을 올리면 6루타, 8배 수익을 올리면 8루타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 주식 중에는 텐배거를 넘어 20배, 30배 가는 종목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린치가 꼽은 종목이 월마트로, 1970년 기업공개 후 10년 간 보유했다면 30루타를 쳤을 것이라고 한다.[3]

투자수익률(ROI)로는 900%다. 10배니까 1000%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ROI는 100%면 2배 오른 것이므로 10배면 900%다. 즉 주식투자에서 안타는 ROI 0%, 즉 본전치기다.

특정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도 텐배거 또는 그 이상을 칠 수 있다. 1982년 8월에 시작된 미국 주식시장의 강세장으로 다우존스지수는 1999년까지 15배 올랐다. 즉 시장 자체가 15루타를 친 셈이다. 그런데 1929년부터 1982년까지 다우존스지수는 4루타에 불과했다.[4]

일각에서는 단기간에 대박을 치는 의미로 이 말을 쓰기도 하지만[5] 피터 린치가 이 얘기를 했던 건 저평가된 종목을 긴 안목으로 보고 사서 인내하면서 기다리면 10루타를 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에서 예로 든 월마트만 해도 린치가 이야기한 투자 기간은 10년이다. 오히려 단기간에 주가가 들썩거릴 때 못 참고 팔면 텐배거는커녕 2루타 치기도 힘들다.

각주

  1. "Tenbagger", Investopia, 25 June 2021.
  2. 원제는 "One Up On Wall Street"이다.
  3. "Interview With Peter Lynch", PBS: Betting On The Market.
  4. 피터 린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개정판)"(2017), 국일증권경제연구소, pp. 21.
  5. 예를 들어 단타 위주 리딩방이나 주식 관련 스팸 메시지에서 '텐배거 종목 긴급공개' 같은 문구를 쓰기도 하는데 이런 데에서 10년 묵히면 10배 오르는 종목을 추천할 리는 만무하다. 애초에 단기간에 10배 오른다는 말부터가 사기성이 짙다. 가끔 일부 바이오주나 게임주와 같이 한방에 의존하는 성향이 있는 종목은 단기간에 10배 오르는 일도 없는 건 아니지만 거의 도박수에 가까운 데다가 시기를 놓치면 단기간에 급락해버리는 일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