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니즈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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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ese Wall.

말 그대로 풀어보면 중국의 벽이다. 딱 만리장성이 떠오를 텐데, 실제로 이 말의 어원은 만리장성이 맞다. 실제로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한 회사 또는 한 그룹 안에서 내부 정보가 오고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을 뜻한다. 흔히 한 회사 안의 정보는 그 내부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랬을 때에는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거나 고객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불법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데 A 사업부의 고객 정보를 B 사업부에서 마음대로 가져다가 마케팅에 활용해도 될까? 그래서는 안 된다. 사용자가 동의한 목적을 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가 된다. 또한 B 사업부와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회사에서 보았을 때에는 A 사업부의 정보를 이용해서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것이므로 불공정경쟁으로 엮일 수 있다. 따라서 두 사업부 사이에 고객정보가 공유되지 못하도록 차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을 차이니즈 월이라고 한다. 눈에 보이는 벽이 아니라, 분리가 필요하다는 개념의 벽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회사(IDM)로 반도체를 설계도 하고 제조도 한다. 반면 TSMC는 오로지 제조만 하는 파운드리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사업을 하지만 TSMC의 아성을 쉽게 깨지 못하는데, 반도체 설계만 하고 제조는 파운드리에 의뢰하는 팹리스의 입장에서는 삼성에 설계도를 줬다가 자신들의 설계 기술을 삼성이 자체 설계에 이용한다면?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1] 삼성전자로서는 이러한 고객사의 의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차이니즈 월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이 만리장성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고객사에게 열심히 설득해야 한다.

투자회사의 경우에도 차이니즈 월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문 회사가 기업 자문과 투자자 대상 자문이라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회사가 A라는 기업의 자문을 하면서 B 회사를 인수하라고 권고했는데, 투자자 자문 부서에서 이 사실을 알고 고객들에게 B 회사 주식을 사라고 권한다면 일종의 시장 조작이 된다. 따라서 두 분야 사이에 차이니즈 월을 두어야 한다.

언론에도 차이니즈 월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광고국과 편집국 사이에는 차이니즈 월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를 들어, 오늘 광고국에서 큰 광고를 하나 따왔는데 이걸 편집국도 금방 알게 된다면 그 광고주에 불리한 기사가 빠질 수 있다. 물론 특히 재벌 대기업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질질 끌려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적극적으로 부역하는 한국의 많은 언론들에게는 엿바꿔먹을 소리이긴 하지만.

각주

  1. 예를 들어 애플과 퀄컴은 팹리스인데, 이들에게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프로세서인 AP 및 모뎀을 만드는 경쟁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