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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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state battery.

2차전지의 일종으로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를 사용하는 배터리다. 언론에서 종종 '꿈의 배터리'라고 엄청나게 띄워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지는 의문점이 여러 가지 있다.

개요

리튬이온 전지가 가진 주요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가 각광을 받고 있다.

2차전지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리튬이온 전지의 주요 구성요소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이 있다.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 공간을 채우고 리튬이온이 양극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때 전자는 전해질 안을 돌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회로를 연결하면 전자는 음극을 타고 회로로 나가 양극으로 들어오게 되며, 이렇게 해서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충전을 할 때에는 전자가 회로를 타고 양극→음극으로 가서 충전이 이루어진다.

현재 전해질로 많이 쓰이는 소재는 리튬염을 넣은 유기용매, 즉 액체다. 액체는 전자의 이동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으로, 양극과 음극이 압력을 받거나 하면 붙어서 단락을 일으키고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양극과 음극 사이에 분리막을 두어 격리하지만 분리막이 충격이나 리튬 덴드라이트 때문에 찢어지거나 열 때문에 녹아버리면 문제가 터진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전해액을 겔 상태로 만든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있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위한 배터리로 주로 쓰이고 있지만 문제를 좀 줄인 정도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오래 사용하다 보면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생긴다.[1]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로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하는 것이다. 고체를 사용하면 전해질 자체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해 주므로 화재나 폭발 위험이 크게 줄어들며 분리막이 필요 없어진다. 또한 액체보다 고체의 밀도가 높은 데다가 분리막이 차지하던 공간도 전해질로 채울 수 있어서 그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전해액 안에서 리튬이 결정화 되어 나뭇가지처럼 자라는 리튬 덴드라이트 문제도 해소된다. 지금은 덴드라이트 문제 때문에 음극재로 흑연을 쓰고 있는데, 덴드라이트 문제가 없어지면 흑연 대신 리튬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에너지 밀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고체 배터리도 리튬 덴드라이트 문제가 없는 게 아니며,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전고체 배터리의 충방전의 균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리튬이온 전지보다 덴드라이트가 더 잘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2] 따라서 전고체 배터리 쪽에서도 덴드라이트를 억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전고체 기술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기업으로는 토요타가 꼽힌다. 오래 전부터 기술을 연구해 왔으며 관련 특허도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업 퀀텀스케이프가 획기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GM을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의 투자까지 이끌어냈지만 공매도 전문 투자사인 스콜피온캐피털이 사기 의혹을 제기하는 리포트를 내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퀀텀스케이프는 "공매도를 쳐놓고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서 주가를 떨어뜨리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보고서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상당한 설득력도 가지고 있어서 의혹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말 꿈의 배터리인가?

이렇게 장점이 많은 전고체 배터리라서 언론에서는 '꿈의 배터리'라면서 엄청나게 띄워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초소형 정도의 전고체 배터리는 지금 기술력으도 가능하지만 전기자동차와 같이 진짜 전고체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 쓰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 많은 상태다.

가장 큰 문제는 이온의 이동성이다. 물속을 헤엄치는 것과 공을 채운 풀장 속을 헤엄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빠를까? 당연히 물속이다. 전해질로 액체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온이 안에서 얼마나 잘 돌아다닐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이는 충방전 특성과 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고체 안에서 이온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소출력 소형전지 정도에나 쓸 수 있는 수준이다.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토요타를 비롯한 몇몇 회사들이 2025년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를 상용화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빨라야 2020년대 말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으며, 전기자동차와 같은 대용량 고출력에는 전고체 배터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마치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되면 기존 배터리가 다 전고체 배터리로 대체될 거라는 시각도 있지만 업계 내부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심지어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여러 회사들도 그렇게 보고 있다. 즉, 언론들은 엄청나게 띄워주고 있지만 업계 내부의 분위기는 '글쎄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토요타는 2020 도쿄올림픽[3] 때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양산도 아니고 시제품 수준만 만들었어도 짜잔! 하고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기술개발이 지지부진한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미 소형으로는 나와 있지만 전기차와 같은 대용량 고출력 배터리가 나오기까지는 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되더라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빠르게 몰아내고 주류를 이루기보다는 양쪽 배터리가 모두 일정 정도의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주요 배터리 제조사 3사 중에 삼성SDI의 설비투자가 가장 소극적인데 그 이유로 삼성SDI가 전고체에 올인하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각주

  1. 스마트폰을 쓰다보면 이른바 배불뚝이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스웰링 현상 때문이다.
  2. Daxian Cao, Xiao Sun, Qiang Li, Avi Natan, Pengyang Xiang, Hongli Zhu, "Lithium Dendrite in All-Solid-State Batteries: Growth Mechanisms, Suppression Strategies, and Characterizations", Matter, Volume 3, Issue 1, 2020,Pages 57-94.
  3. 코로나-19 사태로 2021년으로 연기되었지만 정식 명칭은 원래 예정되었던 연도대로 '2020 도쿄올림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