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

내위키

word processor.

컴퓨터를 이용해서 문서를 작성, 편집하고 모양을 꾸민 다음 종이 또는 전자 문서 형태로 인쇄하는 소프트웨어. 타자기를 대체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기능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넘사벽으로 크다. 스프레드시트와 함께 사무실에 컴퓨터가 없어서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기 전까지 문서를 작성하려면 손으로 직접 쓰거나, 타자기를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입력을 하다가 오타가 나면 그냥 줄 긋고 말거나 수정액을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 고쳐야 했다. 만약에 오타 정도가 아니라 한 문장, 더 나아가서는 한 단락을 통째로 빼먹었다든가 하면 그냥 노답. 처음부터 다시 타자를 쳐야 했다. 한 페이지면 그나마 나은데 여러 페이지짜리 문서 중간에 그런 일이 터졌다면? 타자기는 입력하는 대로 바로 종이에 찍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답이 없었다. 반면 워드프로세서는 일단 문서를 작성하고 메모리나 파일에 내용을 보관했다가 한꺼번에 인쇄를 한다. 즉, 인쇄를 하기 전에 내용을 얼마든지 고치거나 추가, 삭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문서 작성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였다.

최초의 워드프로세서로 간주되는 프로그램은 1964년에 IBM이 내놓은 IBM MT/ST(Magnetic Tape/Selectric Typewriter)라는 것으로, 입력한 텍스트를 자기 테이프에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초기의 워드프로세서는 텍스트 기반이었기 때문에 화면에는 그냥 똑같은 크기, 똑같은 글꼴의 텍스트만 보였고, 다만 크기나 글꼴의 모양이 다르다는 표식만 뭔가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문서의 진짜 모양은 인쇄를 해 봐야 확인할 수 있었다. TeX? 그러다가 그래픽 기반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화면에서도 인쇄될 문서의 모양을 직접 보아가면서 편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기능이나 사용 편의성이 큰 폭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여기에 표, 그림, 도형을 넣는 기능, 맞춤법 검사 기능을 비롯해서 수많은 기능들이 계속해서 추가되었다.

90년대 초반까지는 워드프로세서 전용 기기라는 것도 있었다. 텍스트 두세 줄 정도를 표시하는 작은 LCD 화면과 키보드, 그리고 프린터[1]가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기기로 제한된 편집 기능을 제공했는데, 당시로서는 노트북처럼 가지고 다니기 편리한 크기로 되어 있었고 해서 수요가 있었지만 컴퓨터의 가격이 낮아지고 특히 아래아한글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한글 지원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하면서 결국 사양길로 빠르게 접어들었다.

한국에서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원조격으로 보는 소프트웨어는 삼보 트라이젬에서 만든 보석글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MS-DOS에서 텍스트 기반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화면에는 단순 텍스트 형태의 표시만 되었고, 글자의 색깔이나 배경색, 문단이 어떻게 정렬될지와 같은 정도만 확인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판도를 확 뒤집어버린 게 등장한 게 아래아한글. DOS에서도 그래픽 기반 인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일부마나 글자의 크기, 글꼴, 모양을 화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편집 및 꾸미기 기능도 이전의 한글 워드프로세서에 비해 월등히 앞서갔기 때문에 순식간에 한글 문서 작성의 표준 소프트웨어가 되다시피 했다. 한글 2.0부터는 본격적으로 외곽선 글꼴을 지원해서 문서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한편 DOS 위에서 돌아가는 윈도우 3.0 때부터 윈도우 기반 워드프로세서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삼성전자의 훈민정음이고, 그밖에 한메소프트의 파피루스나, 휴먼컴퓨터의 사임당과 같은 소프트웨어들이 있었지만 윈도우 자체가 불안하다 보니 이들 워드프로세서도 프로그램 다운으로 문서를 날려 먹는 일이 잦았고 느린 속도도 문제였다. 게다가 윈도우 95 전까지는 한글을 2350자 완성형만 지원했기 때문에 이들 워드프로세서들도 그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그러나 사무환경이 MS 오피스가 대세가 되면서 엑셀을 비롯한 다른 소프트웨어와의 결합성을 앞세운 MS 워드가 시장을 잠식해 나갔고, 한글을 제외하면 여러 면에서 아래아한글의 뒤떨어지는 기능[2], 만연해 있는 불법복제와 같은 이유들로 한때 한글과컴퓨터가 부도 위기에 몰렸고, MS에서 아래아한글 개발 포기 및 소스코드 제공을 조건으로 한 투자 제안을 받는 데에 이르렀지만 매각되기 직전까지 갔지만 한글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투자금이 모여서 MS 매각은 없었던 일이 된다.[3] 지금은 정부 기관에서 문서 작성을 아래아한글로 하고 있기 때문에[4] 이쪽이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이 부분은 요즘은 상당한 비판거리가 되고 있는데, 정부와 공공문서가 아래아한글이라는 특정 소프트웨어만을 위한 형식에 종속되는 것이 공공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뷰어나 편집 프로그램의 선택의 폭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고, 한편으로는 한글과컴퓨터가 공공기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공개된 형식인 오픈도큐먼트[5]를 선택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다른 프로그램이 손에 익지 않아 기피할 것이 뻔한 공무원들, 그리고 기존 아래아한글 문서와의 호환성이 될 것이다.

그밖에도 이런 저런 국산 워드프로세서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반짝 관심을 모으다가 사라져 버렸는데, 그나마 오래 갔던 것으로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훈민정음이 있다. 삼성 컴퓨터에는 기본으로 깔려 있기도 했고, 삼성그룹 안에서는 훈민정음을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로 사용했기 때문에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 2005년부터는 정음글로벌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2014년에 결국 삼성그룹이 정음글로벌을 포기하고 MS 워드를 사용하기로 결정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각주

  1. 주로 열전사식 프린터가 장착되었다.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2. 웬만한 편집 소프트웨어라면 다들 있는 직전 명령 취소 기능이 한글에서는 2000년에 출시된 워디안에 와서야 구현되었다.
  3. 그 직후에 나온 새 버전이 '아래아한글 815'였다. 815가 무슨 뜻인지는 이야기하나 마나.
  4.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내는 보도자료를 보면 아래아한글로 만든 티를 확확 낸다.
  5. MS 워드도 지원하고 있으며, 오픈 소스 워드프로세서인 OpenOffice.org리브레오피스 라이트의 기본 문서 형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