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뇽 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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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vignon Blanc.

백포도 품종의 하나. 이름은 Sauvage(거친, 야생의)와 Blanc(흰색)에서 나온 것이다. 프랑스 중부 상트르 지역의 루아르 계곡 일대가 이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대표 지역이다. 상세르, 푸이 퓌메 AOC와 같이 향수처럼 우아한 아로마가 가득하고 깔끔한 시트러스 계열 과일 향미의 굉장히 깔끔한 와인이 나온다. 보르도에서도 화이트 와인용으로 많이 재배하지만 이쪽은 세미용이 주 품종이고 소비뇽 블랑은 조연급 블렌딩 품종으로 쓰인다. 푸이 퓌메 지역에서는 이 품종을 소비뇽 퓌메라고 부르기도 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쪽에서는 퓌메 블랑이라고도 부른다. 대다수 화이트 와인처럼 오크통 숙성은 하지 않지만 보르도의 페샥-레오냥과 같은 지역에서는 오크통 숙성을 하기도 한다. 이런 와인오크 특유의 기름진 나무향과 함께 산미가 더 강하게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고급 스위트 와인의 대표격인 소테른귀부 와인도 이것으로 만든다. 정확히는 보르도에서 가장 많이 기르는 백포도인 세미용과 소비뇽 블랑을 4:1 정도 비율로 블렌딩하며, 뮈스카델을 약간 넣는 메이커도 있다. 이래저래 고급스러운 기품을 간직한 품종. 심지어 곰팡이 먹고 썩어도 나는 고급이다 이것들아. 곰팡이의 작용으로 껍질에 미세한 구멍이 뚫려 과육의 수분이 일부 증발하기 때문에 당분이 엄청나게 농축되어[1] 농도가 진하고 빛깔도 노르스름하니 진득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위의 두 가지는 각각 깔끔 떠는 와인과 끈적한 와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극단적으로 스타일이 다르다. 루아르 쪽의 아로마가 풍부한 와인은 대체로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풋풋한 상태에서 마시는 게 좋은 반면, 소테른귀부 와인레드 와인이 무색할 정도로 수십 년, 길게는 50년 이상 장기 숙성을 할 수 있고 오래 될수록 철분이 산화하면서 빛깔이 로제 와인처럼 빨갛게 물들고 더 좋아진다.

신대륙에서도 많이 재배하는 품종 가운데 하나로 미국, 칠레, 호주에서도 재배하지만 특히 뉴질랜드가 유명하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소비뇽 블랑을 꼽을 정도로 이 나라의 와인 중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다. 그 중에서도 말보로(Marlborough) 지역의 소비뇽 블랑은 여름철의 땡볕이 이글거리는 낮과 서늘한 밤의 대조 덕에 아로마의 농축미가 끝내줘서 단연 톱으로 손꼽힌다.

각주

  1. 효모가 당분을 처묵처묵하면서 알코올을 만들다가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 자기가 죽을 정도로까지 처묵해도 다 못 먹고 전멸해서 스위트 와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