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통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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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석유를 뜻한다.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하면 열심히 땅을 파고 들어가서 깊숙한 곳에 묻힌 원유를 퍼올리는, 우리가 흔히 하는 방식이다.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얻거나, 합성하는 석유세녹스?가 비전통석유에 해당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예측한 석유의 궁극적인 가채매장량 그러니까 현재 퍼올릴 수 있는 석유에다가 앞으로 발견될 것으로 예측되는 매장량까지 합친 추정치를 2.4조 배럴로 보고 있다. 반면 채굴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비전통석유의 매장량은 약 9조 배럴, 그러니까 석유의 가채매장량보다 세 배 반이나 많은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여기다가 석탄액화연료나 가스액화연료와 같은 합성석유를 최대 2.5조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전통석유를 모두 합치면 11.5조 배럴. 석유의 4.5배에 이른다.

채굴로 얻는 석유

지하자원의 형태로 얻는 석유이긴 한데, 우리가 흔히 아는 원유가 아닌 다른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석유다. 따라서 생산 방법도 다르다.

셰일오일

퇴적암의 일종인 사암(셰일)속에 포함되어 있는 원유다.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원유등유 또는 제트유의 주성분인 케로신과 같은 경질유 성분이 많다. 경질유가 많은 비전통석유를 타이트 오일(tight oil)이라고도 부른다.

샌드오일

모래, 흙, 물에 포함되어 있는 원유다. 10% 이상은 포함되어 있어야 생산할 만한 것으로 본다. 오일샌드에는 보통 초중질유(extra-heavy oil)가 포함되어 있다. 초중질유는 보통의 원유와 비교해서 비중이나 점성이 아주 높은 원유다. 무겁고 끈적하므로 보통 원유에 비해서 수송이나 가공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합성으로 얻는 석유

대표적으로 e-fuel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기 중에서 포집한 탄소와 그린 수소를 합성해서 석유의 에너지원인 탄화수소를 만드는 것인데, 내연기관 생명연장의 꿈을 위해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회의론도 만만찮다. 일단 e-fuel도 연료로 쓰면 탄소를 배출하는데, 이걸 만들려면 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 억제 효과가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고, 그린 수소를 들여서 e-fuel을 만드느니 그냥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쓰면 훨씬 효율이 높잖아? 하는 시각도 있다.

석탄액화석유

석탄천연가스를 원료로 합성하는 석유. 기존 석유보다 품질이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석유처럼 쓸 수 있다. 석유에 가려서 쓰임새가 많이 줄었지만 석탄의 매장량이 석유보다 많다. 그러나 진짜 석유보다는 에너지 효율은 떨어진다. 세녹스를 만들었던 지오에너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걸 수입해서 팔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문제점

생산 단가

보통의 석유보다 생산 원가가 높다. 중동 산유국의 석유 생산원가가 대략 15달러선인데 셰일오일은 30~35달러 선이다. 유가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올라주지 않으면 채산성이 안 나온다. 셰일오일 생산 회사가 이익을 내려면 유가가 배럴 당 적어도 60 달러는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예전에는 기술은 개발이 되었어도 셰일오일 자체는 거의 개발이 안 됐다가, 21세기 들어서 석유 수요가 크게 늘면서 유가가 100 달러 이상으로 치솟자 비전통석유도 경제성이 생겼고, 미국캐나다를 비롯해서 막대한 비전통석유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생산을 확대했다. 이런 특성으로 유가가 어느 이상으로 뛰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장치로 이용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생산 단가가 더욱 낮아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효과를 더 많이 기대할 수 있다.

2014년 하반기에 국제 석유 가격이 반토막이 난 이유도 이 문제와 연관이 있다. 석유 가격이 배럴 당 100 달러를 넘어가는 판이 되니 셰일오일이나 샌드오일도 채산성이 나오고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생산이 확 늘다보니 위기의식을 느낀 쪽이 중동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왕창 늘려서 유가를 확 떨어뜨린 것이다. 물론 자기들도 이익률이 크게 떨어지니 출혈이지만 비전통석유가 경제성이 나오는 가격 이하로 떨어뜨림으로서 석유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벌어놓은 돈도 엄청나니 뭐. 지금처럼 유가가 반토막 났다고 해서 손실이냐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중동 산유국의 생산원가는 대략 배럴 당 15 달러 안팎이니. 수익 줄어드는 것보다 석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는 게 더 겁나는 일인 건 사실이다. 안 그래서 전 세계 최고의 깡패국가인 미국이 셰일오일을 앞세워서 석유 시장 주도권까지 잡는다면 중동으로서는 가장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안 그래도 미국하고 이스라엘이 죽고 못사는 관계라고 찍혀 있는 판인데.

미국도 아쉬울 게 없는 게, 유가 떨어뜨리기 치킨 게임의 최대 피해자가 미국의 눈엣가시들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니... 이쪽 나라들은 OPEC을 통해서 어떻게든 사태를 진정시켜 보려고 하지만 사우디가 "우린 40 달러까지 내려가도 버틸 수 있시유." 하고 콧방귀라서.

2020년에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각국의 국경 폐쇄, 여행 제한과 같은 조치 때문에 항공편이 90%나 감소하고 자동차 연료 소비도 줄어들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보통 같으면 OPEC을 중심으로 감산을 통해서 가격 조정을 시도했겠지만 러시아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감산 합의에 한동안 이르지 못하다가 4월 들어서 겨우 감산에 합의했지만 유가 급락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어서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급락했고, 심지어 미국의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37 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까지 기록했다.[1] 이 때문에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의 줄파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환경 파괴

전통적인 석유보다 생산 단가가 높은 이유는 기술 난이도가 높다는 것도 있지만 에너지와 물 소비량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배출이 일어나며 물이나 토양을 비롯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샌드오일이나 셰일오일은 고압 증기를 쏴서 원유를 추출해 내야 하는데 이에 드는 비용과 에너지도 문제고, 이러한 증기 가운데 일부는 원유의 오염 성분을 머금은 채 다시 땅으로 스며든다.

앞으로는 단가 문제보다는 환경 파괴 문제가 비전통석유의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 단가야 기술 발전을 통해서 점점 낮출 수 있다고 하지만 환경 파괴 문제는 근본적으로 석유보다도 나을 수가 없으며 재생에너지보다는 더더욱 나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는,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전하면 비전통석유는 있어도 못 쓰는, 더 정확히는 있어도 안 쓰는게 좋은 에너지가 될 가능성도 크다.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때에는 셰일오일 산업이 흥했던 반면, 대응에 적극적인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면서는 산업이 위축되는 모습으로 돌아섰다.

각주

  1. 마이너스 유가라면 석유를 가져가는 쪽이 오히려 돈을 받는 희한한 상황인 것인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요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석유 공급은 별로 줄지 않는 바람에 공급 과잉이 극심해지면 석유를 저장할 공간이 바닥나기 때문에 '돈 줄 테니까 석유 좀 가져가슈' 하는 지경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