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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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ture fund.

헤지펀드의 일종으로 좀 더 고상한 표현으로는 부실증권펀드(distressed securities fund)라고 한다. '벌처'는 대머리독수리를 뜻한다. 고상한 표현 그대로 해석하자면 위험도가 높은 부실증권에 투자하여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고수익 펀드의 일종으로, 사모펀드로 운영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짐승의 썩은 시체를 파먹고 뼈까지 싹싹 발라먹는 대머리독수리처럼 부실하거나 허점이 많은 회사채국채에 투자한 후 경영권 분쟁이나 소송전으로 최대한 이익을 빼먹는 펀드를 뜻한다. 단지 지금은 위험도가 높지만 앞으로 상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베팅하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을 더욱 코너에 몰아가고 빈사상태에 빠뜨려서 주머니를 터는 짓도 불사하는, 그야말로 마른수건을 쥐어짜고 쥐어짜고 또 쥐어짜는 펀드다.

국채를 예로 들어보자. 벌처펀드는 신용도가 극히 낮은, 심지어는 디폴트로 갈 확률이 높은 국채를 헐값에 매입한다. 이런 국채를 가진 사람 또는 기관은 휴지조각을 사준다니 우왕ㅋ굳ㅋ을 외치면서 떨이로 종이값만 받고 넘긴다. 보통의 고위험 고수익 펀드라면 만약 국채를 발행한 나라가 진짜로 디폴트 선언을 하면 망했어요를 외치겠지만 벌처펀드라면 그때부터가 게임 시작이다.

벌처펀드가 즐겨쓰는 방법은 투자자를 규합해서 국가를 상대로 외국 법원에 소송을 거는 것. A라는 나라에서 국채를 발행했어도 B라는 나라의 시장을 통해 팔았다면 B 나라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승소하면? 해외에 있는 A 나라의 자산에 압류를 건다. 뒤통수 맞은 A 나라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채권을 전액 액면가로 상환한다. 상환을 못하면 물론 국외 자산을 처분해서 수익을 노린다. 벌처펀드야 헐값에 산 채권을 제값 다 받으니 대박쳐서 좋지만 돈 없어서 디폴트를 선언했는데 이런 식으로 탈탈 털린 나라는 더더욱 거덜이 나 버린다. 벌처펀드에게 외국에 정박한 군함까지 압류당한 아르헨티나가 가장 잘 알려진 희생자. 단순히 시장을 통한 수익을 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사 경영에 관여하거나 소송을 통해서 최대한의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주행동주의 펀드라는 말도 쓴다.

한국에서는 엘리엇매니지먼트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엘리엇매니지먼트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