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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

당밀과 같이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나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든 증류주. 그냥 럼이라고 하면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럼주'라고도 부른다. 사탕수수설탕의 원료이므로 당분이 넘쳐나기 때문에 술 만들기에는 딱 좋은 재료다. 설탕 뽑고 남은 찌꺼기도 여전히 상당량의 당분이 남아 있다.

증류 후 나무통에 숙성시키는 골든 럼이나 다크 럼도 있지만 오드비 상태로 병입하는 화이트 럼도 있다. 숙성을 거친 게 더 품질이 좋겠지만 테킬라처럼 숙성 안한 럼 중에도 고급품이 있다. 다만 원래 태생이 설탕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당밀을 주 원료로 하던 거라 별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싸게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일반적으로 40~50% 정도 사이의 럼이 많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오버프루프 럼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바카디 151이 있다. 여기서 '151'이란 프루프 단위로 나타낸 알코올 도수로, 75%를 뜻한다.[1] 스트레이트로 마셔 보면 뜨거운 액체가 목에서 식도를 타고 위로 퍼지는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1 뱃사람의 술[편집]

사탕수수 농사를 많이 짓는 카리브해 일대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뭔가 뱃사람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였다. 이는 과거에 영국의 사나포선(privateer)이 유래라고 한다. 사나포선은 민간 배지만 군함처럼 적 군함을 공격하고 배를 나포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배다. 군함과 무역선을 겸업한 셈이다. 이들 중 일부가 해적으로 돌변했고, 상당수가 럼을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스티븐슨의 유명한 소설 <보물섬>에도 해적선 선장이 럼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이런 문학작품들 덕분에 럼 하면 뱃사람이나 해적 같은 이미지가 더욱 더 굳어졌다. 사실 뱃사람들이 일도 고된 데다가 분위기도 워낙 험하니, 그리고 항해 동안에는 꼼짝없이 배 안에 갇혀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독한 술을 즐기게 되었고 독하면서 값도 싼 럼이 인기를 끌었다. 또한 옛날에야 정수 기술도 발달하지 않고 하니 장기간 항해를 하다 보면 물도 썩기 쉬운데, 맥주와인처럼 도수 낮은 술 역시도 보관에 한계가 있어서 나중에 가면 럼 같은 증류주만 남아 이걸로 수분 보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물에다 럼을 타서 마시는 식으로 어떻게든 물 때문에 생기는 식중독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했다. 문제는 알코올 분해 과정은 많은 양의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안 마시느니만 못하다는 것. 그래도 달리 먹을만한 물이 없으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이 없는 실정이었다.

보드카와 함께 칵테일 재료로 널리 이용되는 술이다. 많은 칵테일 레서피에 럼이 들어가 있다. 럼만 마시는 경우보다는 칵테일로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콜라와 섞어서 마시는 럼콕도 버번콕 만큼이나 인기가 좋다.

2 영국 해군과 럼[편집]

특히 18세기부터 영국 해군에게는 군함에 보급되는 중요한 물자이기도 했다. 전투를 해야 하는 군인들에게 독한 술이 웬말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느려터진 배로 지겹도록 긴 항해를 하던 시절에는 식수가 큰 문제였다. 지금처럼 보관 기술이 좋았던 것도 아니라서 식수가 변질되면 수병들이 먹을 물이 없어서 그거라도 먹어야 하는데 당연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변질이 잘 안 되는 술도 싣고 다녔는데, 맥주 역시 도수가 낮기 때문에 긴 항해에서는 변질되기 일쑤였고, 결국 도수가 높은 럼을 싣고 다니게 된 것. 영국에는 증류주로 도 있었지만 이건 하층민들이나 마시는 싸구려 술이라는 이미지도 강했고 저질 도 난무해서 사회적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꺼려했다. 정식 보급품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아예 매일 함정 안에서 수병들에게 럼이 배급되었다. 무려 1970년까지 영국 해군에는 럼 배급제가 있었다.

여기에서 파생된 한 가지 문화가, 해군 전함에서 전투 중에 중요 인물이 전사할 경우에 원칙은 수장 또는 육지 바로 옆이라면 가까운 현지에 매장하는 것이지만 예외로 거리가 멀어도 수장하지 않고 육지로 옮길 경우, 혹은 본국으로 운구할 경우에 럼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뭔가 엽기적으로 보이지만 당시의 배에 냉장고나 냉동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에 놔두면 부패하면서 냄새 등은 물론이고 병을 옮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럼에 담아서 부패를 막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인 것은 사실이다.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을 격파한 호레이쇼 넬슨 제독도 전투 중에 전사하자 럼에 담아서 육지로 운구한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그밖에도 이와 같이 전사자를 럼에 담에 운구한 기록들이 여럿 있다.[2] 이렇게 사용한 럼에 피가 배어나와 빨간색을 띠는데 이를 '블러디 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운구가 끝나면 군인들이 이 럼을 나눠마시면서 전사자를 추모했다는 썰도 있지만 확인된 건 없으며, 럼을 운구에 사용할 때에는 장뇌나 몰약도 같이 넣었기 때문에 마시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3 우리나라에서[편집]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 롯데주류에서 1980년부터 만든 캪틴큐[3]라는 럼이 꽤 유명했다. 뱃사람의 술이라는 럼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애꾸눈 선장을 라벨에 그려 넣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럼 원액 20%에 주정을 넣어서 만든 술이었고, 그나마도 나중에 가면 럼 원액은 아예 빠지고 주정과 색소, 럼 향으로 만든 가짜양주 수준의 물건으로 전락했다. 그래도 명줄이 길어서 2015년에 가서야 단종되었다.

한국에서는 그닥 인기있는 술은 아니다. 칵테일 재료로 쓰이는 정도고, 뱃사람들도 훨씬 싼 선택지가 있어서 럼을 찾지는 않는다.

4 그밖에[편집]

호주에서는 1808년에 럼 반란(Rum Rebellion)이라는 쿠데타가 일어났는데 호주 역사에서 유일한 무장 쿠데타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보스턴 차 사건처럼 당시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나라 전체를 뒤엎은 건 아니고, 뉴사우스웨일즈 주지사를 무력으로 끌어내린 것. 호주뉴사우스웨일스 주 북쪽과 퀸즐랜드 주 일부에서 사탕수수 농사를 많이 짓는데 특히 주 산지인 번다버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번다버그(Bundaberg)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럼이고 해외에도 좀 알려져 있다.

5 각주[편집]

  1. 소독용 알코올의 에탄올 함량이 70%다.
  2. 워싱턴D.C.를 공격해서 백악관과 미국 국회의사당을 불태운, 일명 워싱턴 방화를 주도했던 영국 군인 로버트 로스 역시 1814년 볼티모어에서 전사했을 때 럼주 통에 담아서 캐나다 핼리팩스까지 운구했다. 다만 로버트 로스는 육군 소속이었고 육지에서 전사했다. 미국 대신 아직 영국 지배에 놓여 있었던 캐나다까지 먼 거리를 운구하느라 럼을 이용한 것.
  3. 올바른 표기법은 '캡틴'큐겠지만 이 제품이 나올 때만 해도 표기법이 제멋대로였다. 오뚜기의 케첩 제품 이름도 '도마도케챂'이었고, '도마도'만 '토마토'로바뀌어 지금도 '토마토케챂'으로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