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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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균이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누룩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미생물. 이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당화효소로 곡물의 녹말 성분을 당분으로 전환한다. 서양의 맥주위스키맥아[1]에서 나오는 당화효소를 쓰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주나 일본니혼슈(사케)는 누룩곰팡이가 맥아를 대신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맥아, 즉 엿기름은 술보다는 이나 식혜를 만들기 위한 원료로 주로 쓰였다.

당화효소 말고도 구연산이 만들어지므로 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막걸리니혼슈에서 신맛이 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 발효액을 산성으로 만들기 때문에 잡균이 덜 끼어 술을 망칠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미생물이 보통 그렇지만 어마어마한 종류가 있다. 이 중 발효에 쓰이는 것은 크게 백국균, 황국균, 흑국균 세 가지다. 일본은 백국균이나 흑국균을 위주로 한 가지 술에는 한 가지 균만 사용하지만, 우리나라는 황국균을 중심으로 여러 곰팡이를 동시에 사용한다. 백국균 쪽이 신맛이 더 많이 나기 때문에 원래 한국식 청주보다는 일본니혼슈 쪽이 좀더 산미가 두드러진다. 문제는 한국의 전통주는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거의 맥이 끊겨서 균 역시도 맥이 많이 끊겼고, 그러다 보니 전통주라고 하면서 일본식 백국균을 쓰는 것들도 상당수이고 막걸리 중에도 전통 방식 누룩보다는 백국균을 쓰는 쪽이 많은 실정이다. 질이 낮은 니혼슈주정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호박산과 같은 산미료를 넣어서 신맛을 맞추기도 한다. 그밖에도 식초, 메주를 비롯한 여러 발효식품에 투입되는 여러 종류의 누룩곰팡이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쪽 계통의 누룩곰팡이가 다 유익한 건 아니고 아플라톡신 같은 강력한 독성 물질을 내놓는 것도 있다. 발효식품의 발암물질 시비가 걸리는 이유가 바로 이놈들 때문이다.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완벽하게 순종으로 배양한 균주만 쓰면 괜찮겠지만 자연에 의존한다면 아플라톡신을 만드는 독성균이 끼어드는 건 불가피하다.

각주

  1. 반드시 보리만이 아니라 곡물의 싹을 틔운 것에는 웬만하면 당화효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