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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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4월 4일 (토) 02:10 판

어떤 나라(또는 경제권)의 통화를 다른 통화로 바꾸는 비율.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00원이라고 하면 1 미국 달러를 우리 돈 천원으로 바꿀 수 있다는 뚯이다. 그런데 이건 기준 환율이고 살 때와 팔 땨의 환율은 달라진다. 외환을 사고팔 때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이 수수료는 은행마다 또는 통화의 종류마다 다른데 보통 거래가 많은 주요 통화는 저렴한 편이고 반대로 거래량이 적고 구하기 힘든 통화면 비싼 편.

예를 들어 위의 원-달러 환율 예에서 어떤 은행의 현찰 취급수수료가 1.75%라고 가정하자. 달러를 살 때에는 1,000.00+(1,000.00×0.0175)=1,017.5원을 줘야 하고 팔 때에는 1,000.00-(1,000.00×0.0175)=982.5원을 받는다. 그런데 현찰을 사고팔 때와 송금을 할 때 적용되는 전신환 수수료는 또 다르다. 현찰 수수료보다는 전신환 수수료가 싸다. 이렇게 기준 환율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을 '스프레드'라고 한다.

환율이 '올랐다'와 '내렸다'의 개념이 처음에는 헷갈리기 쉽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라고 가정한다. 환율이 990원이 되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올랐다고 하고, 1,010원이 되면 10원 떨어졌다고 한다. 올랐다/내렸다는 개념이 숫자와 반대로 움직이니까 헷갈리는데 여기서 올랐다/내렸다의 개념은 '가치'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내렸다는 것은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올랐다/내렸다는 것을 뜻한다. 예전에는 1 달러를 내면 원화를 1,000원 줬는데 이제는 990원만 받을 수 있다면 원화의 가치가 10원 오른 것이고, 반대로 1 달러를 내고 이제는 1,010원을 받을 수 있다면 원화의 가치가 10원 내린(떨어진) 것이다.

화폐도 일종의 상품이다. 특히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는 국제 거래에서 결제 통화로 가장 많이 사용되므로 각 나라에서 미국 달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가 그 나라의 금융 시스템 유지에 아주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1998년에 겪었던 IMF 외환위기도 '외환위기'라는 말처럼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면서 벌어진 사태였다.

환율 제도의 종류

환율 제도의 종류를 크게 나누면 고정환울제와 변동환율제가 있다.

고정환율제

자국 통화의 환율을 기축통화, 주로 미국 달러에 고정시켜버리는 제도. 페그(peg)제라고도 한다. 환율은 중앙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한다. 고정환율제라고 해서 천년만년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각종 경제 동향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실제 외환시장의 거래에 따라서 환율이 변하지 않을 뿐이다. 물론 고정환율제 쪽이 경직성이 훨씬 심한 편이고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환율 조작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까지는 고정환율제로 정부가 환율을 결정하다가 1990년부터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사실상) 유지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급속 성장하면서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지자 미국이 계속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을 해 왔지만 중국은 콧방귀만 뀌다가 2005년 주요 11개 통화를 묶은 이른바 '통화 바스켓'의 흐름을 반영해서 환율을 정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중간에 고정환율제와 관리변동환율제를 왔다갔다 하다가 지금은 13개 통화를 바스켓으로 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 달러 연동 고정환율제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여전해서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미국의 환율 관련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홍콩도 고정환율제다. HKD 7.80 = USD 1로 고정환율제다.

변동환율제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외환 거래에 따라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 시장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원-달러 환율을 예로 들었을 때. 외환 시장에서 원화를 내고 달러화를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고 반대로 원화의 가치는 떨어진다. 반대로 달러화를 내고 원화를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원화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주식시장과 비슷하게 외환시장도 사고파는 거래에 따라서 시시각각으로 환율이 변하므로 외환을 취급하는 각 금융기관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환율을 고시하며, 우리가 여행갈 때 은행 가서 환전하는 환율은 이 고시환율을 적용 받는다.

변동환율제는 다시 시장평균환율제와 시장자유환율제로 나뉜다. 둘 다 외환시장의 거래에 따라서 환율이 결정되지만 시장평균환율제는 하루의 성승 및 하락폭에 제한이 있는 반면, 시장자유환율제는 아예 제한조차 없으므로 하루에도 엄청난 널뛰기 환율이 가능하다.

환율의 기능

경제 위기와 환율

1997년에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를 겪었을 때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치솟아서 1 달러 당 2천 원을 넘어버렸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1 달러당 1,800원 이상을 찍었다. 이렇든 어떤 나라의 경제가 나쁘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환율도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그 나라 경제에 도움을 준다. 수출 기업에게는 당연히 도움이 되고, 관광객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경제 상황 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리스의 경제 위기 원인 중에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유로화인데, 경제 상황이 나쁘면 환율이 올라서 무역과 관광 수입에는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유로화에 묶여 있다 보니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것. 유로 경제권의 국가간 불평등의 원인으로 종종 거론된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은 화폐가치가 높아져야 하는데 유로 경제권의 다른 뒤처진 국가들 때문에 유로 가치가 상쇄되어 덕을 보는 반면, 그리스를 비롯한 뒤처지는 유로 국가들은 독일에 끌려가는 높은 화폐가치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 그러다 보니 반 EU를 내세우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종종 써먹는 레퍼토리가 이 문제다. 경제가 안 좋은 나라들은 꽤 먹히는 편.

이러한 기능의 또 다른 예외로 간주되는 건 일본엔화. 일본 경제 상황은 영 좋지 않은 장기 불황인데, 글로벌 경기 위기가 터질 때마다 엔화를 안전 자산이라고 보는 국제적인 투자금이 몰려서 엔화 가치가 팍팍 올라간다. 그 예가 2016년 브렉시트로, 설마했던 영국 국민투표가 브렉시트 찬성으로 결정 나자 아베 정권이 4년 동안 막대한 돈을 풀어서 끌어 내렸던 엔화 가치가 단 40분만에 원래대로 돌려놓을 정도였다. 경제가 안 좋으면 통화 가치가 떨어져야 수출 경쟁력이 생기고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만 엔화는 그놈의 안전자산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