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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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2월 12일 (토) 11:28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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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을 찾아오셨다면 이쪽으로.
  • 일본의 여러 가지 이름에 자주 쓰이는 사쿠라를 찾아오셨다면 이쪽으로.

さくら(桜)。

일본어 한글 표기법으로는 '사쿠라'가 맞지만 여기서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쓰는 용어이기 때문에 '사꾸라' 항목을 따로 만들었다. 이 말이 널리 퍼졌을 때에는 '사쿠라'가 아니라 '사꾸라'라는 표기를 많이 썼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하면 '2중대' 혹은 '프락치'를 뜻하는 말로 정치권에서 널리 쓰였던 말. 특히 독재정권 시절에 겉으로는 야당 정치인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알고 보면 정권과 결탁해 있거나, 최소한 야당 구실을 못하고 여-야 구색 맞추기에 들러리 신세밖에 못 하는 사람, 혹은 야당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여당 쪽에 더 많이 동조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정치권 은어다.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온 것인데, 그렇다면 벚꽃하고 정치권의 사꾸라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을 것이다. 이 말의 어원인 さくら는 우리도 잘 아는 것처럼 벚꽃을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옛날에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여 팔았던 것과 관련한 은유로도 쓰이는데, 이게 한국 정치권에서 사꾸라로 쓰인 것이다. 일본의 어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말고기 항목 참조.

언제부터 이 말이 쓰였는지는 불확실한데, 아무튼 이 꽃을 달고 다니게 된 1호 정치인은 50~70년대 야당의 거물 정치인이었던 유진산이었다. 언제 이런 말을 듣게 됐는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1964년 8월 2일 언론윤리위원회법 통과를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정확한 듯하다.[1] <월간중앙>에 이 사정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2]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정당 당수 윤보선은 이전부터 유진산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언론윤리법안이 통과되고 나자 "유진산 씨가 공화당 측의 협상파들과 묵계해 정계 개편을 위한 개헌 약속을 하면서 모종의 뒷거래를 했다"는 루머가 돌았다는 게 윤보선의 회고록 내용이다.

유진산은 사실을 추궁하는 윤보선에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조직국장 정해영(鄭海永)이 원내총무 책상 위로 뛰어오르며 “사쿠라는 유진산이다” 하고 소리쳤다. 이에 20여 명의 원외 당원이 “사쿠라 유진산을 잡아라” 하고 외치며 소란을 피웠다.


1964년 8월 5일, 윤보선은 소요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중앙상무위원회를 열고 “당에 해를 끼치고 여당에 동조한 사람은 그대로 둘 수 없으니 제명시켜야 하오. 우리 당 안에 소위 사쿠라가 있다는 풍설을 그대로 둔 채 나는 더 이상 당의 대표 자리에 머물 수가 없소”라고 언명했다. 언론윤리법에 반대한 신문들은 “진산이 사쿠라”라는 논지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사꾸라에도 종류가 있는데, 왕사꾸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사꾸라짓을 하고 다니는 것을 뜻한다. 위에서 언급한 1964년 사건 이후로 '왕사꾸라'는 유진산의 별명으로 평생 따라다녔다. 겹사꾸라도 있는데, 쉽게 말해서 이중 사꾸라라는 뜻.[3] 그래서 정치인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다 서로를 왕사꾸라, 겹사꾸라라고 비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실제로 왕벚꽃과 겹벚꽃은 존재하는 품종으로, 왕벚꽃은 일본이 아닌 제주도가 원산지인 반면 겹벚나무는 일본에서 산벚나무를 교배해서 원예용으로 키운 것이다. 왕벚나무는 다섯 장의 꽃잎이 피는 반면 겹벚나무는 수십 장의 꽃잎이 겹을 이루고 있다.

각주

  1. "조선·동아는 어쩌다 괘씸죄로 청와대에 찍혔나", <프레시안>, 2014년 10월 16일.
  2. "30년대 오픈카 몰던 英유학생‘청와대’라는 이름 붙인 대통령", <월간중앙>, 2010년 6월호.
  3. "여적", 경향신문, 1963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