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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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9월 9일 (금) 13:07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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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주의 하나로 탁주의 일종이다. 어째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되어버린 듯하다. 원래는 쌀을 주로 한 곡식으로 을 빚은 후 그대로 놔두면 침전물은 가라앉고 위는 맑은 술이 되는데 옛날에는 맑은 부분만 떠내서 청주 또는 약주로 마시고 나머지는 버렸다... 가 아니라 이것도 알코올이 꽤 남아 있었다. 청주를 떠내고 찌꺼기만 남은 단지에 물을 붓고 용수[1]를 박아서 굵은 입자는 걸러내고 용수 안에 고인 만 떠내면 막걸리가 된다. 이렇게 만드는 게 전통 방식. 짐작할 수 있겠지만 맑은 술은 양반들이 처묵처묵하고 돈 없는 서민들이 싸게 술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막걸리였다. 먹을 쌀도 없어서 보릿고개에 굶주리는 시대였으니... 요즘에는 아예 처음부터 막걸리를 만들 목적으로 술을 담고 걸러내기 때문에 과거와는 맛이 많이 달라졌다.

청주는 이제는 제수용이나 백세주 같은 약주 정도의 수요만 있는 정도고, 청주하면 일본니혼슈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전통주로는 청주보다 막걸리 수요가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전통주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가양주를 복원하거나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백세주나 산사춘 같이 대중들에게 인지도 높은 약주도 여럿 있지만 여전히 막걸리에도 밀리고 힘이 미약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막걸리가 어느새 한국의 술 문화를 대표하는 술이 되어 버렸다. 외국인들이 한국 술 하면 가장 머저 떠올리는 게 막걸리와 소주다. 하지만 이들이 주로 떠올리는 소주는 전통 방식의 증류식 소주보다는 주정에다 물을 타고 감미료를 넣어 대량생산하는 희석식 소주이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술이 막걸리가 된 상태다.

한때는 을 못 써서 밀가루로 막걸리를 만든 적도 있었다. 은 부족하고 미국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는 그에 비하면[2] 많았던 데다가, 박정희 정권 시대인 1963년에는 쌀로 술을 담는 것을 금지시켰다. "먹을 도 없는데 무슨 이냐", 이런 논리였다.[3] 이후 20%까지는 쓸 수 있도록 좀 풀어줬다가 다시 1966년부터 전면 금지시켜버렸다. 이후에 생산량이 늘어나고 나서 박정희 정권 말기였던 1977년 말에 가서야 쌀막걸리가 다시 허용되었는데, 허용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것 못 쓰고 만 쓰도록 했다. 그랬더니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공급이 달릴 정도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다시 1979년에 가서는 다른 밀가루나 잡곡을 섞는 것을 허용했다.[4] 그리고 그해 각하께서는 시바스리갈 드시다가 총 맞아서 저세상으로...

수입쌀을 처리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의무 수입 비율 때문에 들어오는 수입쌀이 일반 밥쌀로는 인기가 영 없다 보니 식품 원료로 쓰이고 있으며 막걸리도 그 중 하나다. 막걸리의 성분 표시를 보다 보면 팽화미라는 게 보이는데, 쉽게 말해서 뻥튀기한 쌀이고 거의 수입산이다. 한국의 전통주라고 하지만 원료는 수입산이 주류이고, 한국 쌀로 만든 막걸리는 당연히 비싸다.

막걸리에 대한 대접이 나아지고 인기가 올라가면서 전국 각지에 양조장이 생기고 지역의 특색을 살린 막걸리들이 나오고 있다. 가평의 막걸리, 공주의 밤막걸리, 제주의 우도땅콩 막걸리와 같이 지역 특산물을 넣어서 만드는 막걸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바나나막걸리도 꽤 인기를 얻고 있다. 사실 제대로 만든 막걸리 원액에서는 바나나향이 나기도 하므로 잘 어울리는 편이다.

멸균하지 않은 생막걸리는 아직 효모가 살아 있고 약간의 당이 남아 있는 상태로 출하되기 때문에 술에 탄산가스가 있다. 흔들리지 않게 잘 놓아두었다가 따면 별 문제 없지만 문제는 아래에 가라앉는 침전물. 이게 싫으면 그냥 따라 마시면 되지만 역히 탁하고 두툼한 맛을 즐기려면 병을 흔들어서 침전물을 술에 풀어줘야 하는데 그 상태에서 땄다가는 샴페인 파이트 저리 가라 내용물이 솟구친다. 보통 병을 꺼꾸로 들어 침전물을 흔들어 풀어 준 다음, 천천히 조금씩 마개를 열어서 천천히 가스를 빼줘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막걸리 자체는 신맛이 많기 때문에 당분을 첨가해서 어느 정도 보정을 한다.[5] 이건 스파클링 와인도 비슷한데,[6] 요즈음의 막걸리는 대부분 아스파탐을 넣는다. 과거에는 사카린을 많이 넣었다. 왜 전통술에 이런 인공감미료를 넣나 싶긴 하겠지만 설탕 같은 걸 넣었다가는 효모가 다 먹어치워서 탄산만 더 빵빵해지거나 심지어는 마개가 터질 수도 있다. 효모가 소화할 수 없는 감미료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아예 설탕 없이 극단적으로 신맛을 강조한 막걸리를 만드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신맛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입에 안 맞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막걸리에 인공감미료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막걸리들도 나오고 있지만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주류로 올라서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감미료 없이 막걸리에 단맛을 주는 방법은 찹쌀을 사용하는 것인데, 찹쌀에는 효모가 소화할 수 없는 당분이 있기 때문이다.[7] 물론 찹쌀이 멥쌀보다 비싸기 때문에 원가는 그만큼 올라간다.

각주

  1. 싸리나 대나무를 얇고 길게 잘라서 직물처럼 짜서 만든 끝이 뾰족한 긴 원통(옥수수 모양에 가깝다)으로 술을 거를 때 주로 쓴다.
  2. 물론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을 정도로 많았던 건 아니었으니까.
  3. 이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때 많이 끊겼던 우리나라 전통주의 명맥이 또 한번 숨통이 끊겨서 수많은 전통주들이 사라져버렸다. 이후 정책이 완화되면서 일부 복원된 것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전통주가 거의 말살 직전까지 갔다. 지금 팔리고 있는 전통주 중 대다수는 맥이 끊겼다가 복원된 것이라 재료나 제조법이 예전 그대로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물론 "먹을 도 없는데 무슨 이냐"라는 논리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었던 게 그 당시 형편이긴 했지만... 박정희 시대 때 전통주 말살이 어느 정도였냐면 미국에서 포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쪽에서 만찬 때 한국 전통주로 건배를 하고 싶다고 했으나 마땅히 내놓을 우리 술이 없다 보니 부랴부랴 금복주에 지시를 해서 만든 게 바로 경주법주.
  4. "금기와 자율", 국가기록원.
  5. 이런 보정을 하지 않는 막걸리, 이를테면 부산 금정산성의 산성막걸리는 신맛이 도드라진다. 누가 산성 아니랄까봐.
  6. 스파클링 와인은 병입할 때 설탕을 조금 넣어서 효모가 만들어내는 탄산가스를 이용하지만 단맛을 넣기 위한 설탕 첨가는 효모를 병에서 제거한 다음에 한다.
  7. 이영승, 김한나, 엄태길, 김성환, 최근표, 김미숙, 유성률, 정윤화 (2013), "찹쌀 첨가에 따른 전통발효주의 품질 특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42(11), 1829-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