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브루잉

내위키
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3월 30일 (화) 11:00 판 (→‎맥주 만들기)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Homebrewing.[1]

우리 말로는 '가정 양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집에서 술을 만드는 것.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집에서 직접 술을 발효 및 숙성시키는 것으로, 시중에서 파는 가운데 맥주, 막걸리를 비롯해서 증류주가 아닌 것들은 대부분은 홈브루잉으로 만들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전통주는 대부분 가정에서 빚은 가양주로, 마음만 먹는다면 홈브루잉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요즘처럼 주거 환경이 아파트 위주인 경우에는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

가정에서 술을 담는다고 하면 보통은 담금주(침출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홈브루잉이라고 보기 어렵다. '브루잉'은 양조, 즉 이 아닌 재료를 가지고 발효를 거쳐서 을 만드는 과정을 뜻하기 때문에 이미 만들어진 에 다른 재료를 담가서 향이나 맛을 에 스며들게 하는 것은 양조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맥주 만들기

홈브루잉을 해 보고 싶다면 가장 쉬운 맥주다. 우리나라에서 크래프트 비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을 때에는 다양한 맥주를 맛보고 싶어서 홈브루잉을 택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맥주를 양조하기 위한 도구를 모은 키트들이 여러 가지 나와 있다. 발효통과 에어록[2], 발효시킨 맥주를 숙성시킬 병과 마개, 그리고 발효통에 매시를 넣고 저을 때 쓰는 막대를 비롯한 몇 가지 도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8만원에서 20만원 정도면 대략 기본 도구를 갖출 수 있다.

맥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탄산가스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발효 때 나오는 탄산가스는 그냥 밖으로 뽑은 다음 병입할 때 설탕을 약간 넣어서 2차 발효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탄산을 만드는 방법이 있고, 발효통에서 숙성까지 하도록 하면서 발효통에서 만들어지는 탄산을 그대로 잡아 두거나 따로 탄산가스를 주입하는 방식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병 안에서 2차 발효를 통해 탄산을 만드는 것이지만 이럴 경우 병 안에 효모 찌꺼기가 남아 맥주가 뿌옇게 된다. 가만 놔두면 가라앉기 때문에 효모가 딸려나오지 않게 살살 따라내면 좀 낫긴 하다.

다양한 맥주 스타일에 맞게 맥즙과 호프 추출액을 혼합한 원액인 몰트 익스트랙트(malt extract) 및 효모도 판매하고 있어서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 보면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별의 별 원액이 다 있어서 원액 가지고도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이걸로 맥주를 만드는 건 무척 쉬워서, 발효통에 원액과 뜨거운 물, 그리고 설탕[3]을 지정된 양만큼 부은 다음 잘 섞고, 물이 미지근한 온도 정도로 식으면 효모를 투입한 다음 1주일 정도 발효시킨다. 이후 키트 종류에 따라 병입을 하거나 발효통에서 1주일에서 한달 정도 숙성한 다음 마시면 된다. 다만 라거보다는 에일을 만드는 게 좋은데, 라거는 원래 섭씨 5도 정도에서 저온발효하는 거지만 홈브루잉용 원액은 대부분 상온발효를 하기 때문에 라거 원액을 사용하더라도 라거 특유의 깔끔한 맛이 좀 덜하므로 상온발효하는 에일 쪽이 낫다.

원액을 사용할 때에는 설명서만 잘 따라하면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잡균이 끼지 않도록 발효통과 병, 도구를 잘 살균 소독하는 게 중요하다. 뜨거운 물을 사용해서 소독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이고 발효통같이 큰 용기를 소독할 때에는 전용 살균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좀 더 제대로 만들고 싶다면 맥아을 사서 직접 발아시키고 매싱 작업을 거쳐서 양조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맥아부터 수많은 종류 중에서 고르고 블렌딩도 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당연히 훨씬 넓어진다. 물론 시간과 노력은 훨씬 더 많이 들어가고 도구도 더 많이 필요하다. 당장 당화와 여과, 호핑, 발효에 이르는 과정을 전부 하려면 액을 담을 큰 통만 해도 여러 개가 필요하므로 차지하는 공간도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곡물 작업에 덤비는 것보다는 초보자는 원액을 사용한 키트로 시작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곡물 작업부터 하는 양조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

막걸리/약주 만들기

막걸리도 만들 수 있는데 몰트 익스트랙트를 사용한 맥주 만들기보다는 까다롭다. 일단 쌀로 고두밥을 지은 다음 식혀서 누룩과 버무려서 발효를 시켜야 하는데 밥을 짓고 식히는 과정에서 잡균이 끼기 쉬워서 초보자들은 실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잡균이 덜 끼게 하려면 밥을 빠르게 식히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부채나 선풍기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좀 더 쉽게 하려면 생쌀로도 발효할 수 있는 바이오누룩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에는 생쌀을 물에 잘 불린 다음 절구나 믹서기로 빻아서 물과 바이오누룩을 넣고 양조하면 된다. 양조가 끝나면 밥은 걸러내고 액만 받아낸 다음, 밥을 면보에 넣고 액을 짜내서 합치면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찌꺼기가 가라앉도록 가만히 놔두고 맑은 술만 떠내면 약주가 되며 여기에 한약재나 과일 같은 재료들을 추가함으로써 다양한 약주를 만들 수 있다. 누룩 대신 입국을 사용하면 니혼슈도 만들 수 있다.[4]

더 나아가면 아예 누룩까지도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전통주 만들기를 가르치는 곳 중에 누룩 만드는 방법까지 가르치는 곳들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철저하게 자연 속 미생물에 의존해야 하는 누룩 만들기가 술보다도 더욱 까다롭다.

과실주 만들기

먼저 여기서 이야기하는 과실주는 소주에 과일을 담가서 만드는 담금주가 아니다. 과일을 재료로 담는 건 쉬운 점도 어려운 점도 있다. 쉬운 점은 과일은 대부분 당분이 많기 때문에 녹말당분으로 변환하는 당화효소가 필요 없고 효모만 투입해도 술을 만들 수 있다. 어려운 점은 대체로 과일들이 당도가 충분하지 않아서 양조에 실패하거나 맹탕이 되기 쉽다. 와인의 재료인 포도만 해도 그냥 먹는 포도로는 당도가 부족해서 와인을 담그기 힘들다. 굳이 만들고 싶다면 설탕을 넣어서 당분을 보충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담금주가 아닌 진짜 발효시켜서 만드는 매실주가 한국 가정에서 그래도 만들어 먹는 술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도 매실만으로는 안 되고 설탕을 퍼넣어서 매실청을 만들어서 양조해야 한다. 매실청을 만들다 보면 자연 효모가 날아와 붙어서 살짝 알코올이 생기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본격 매실주를 만들고 싶다면 양조용 효모를 구해다가 넣어야 한다. 맥주 양조 키트를 써서 만들면 편하다. 비슷한 방법으로 복분자주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증류주 만들기

증류주를 만들고 싶다면 증류 키트를 구비해서 만들 수도 있다. 가정용으로 나오는 증류 키트는 실험실용 플라스크, 냉각기, 비이커 같은 것들이라 조립해 놓으면 집안에 실험실을 차려놓은 기분이다.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런데 증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 유의하자. 정말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걸 모아야 한다. 그리고 증류할 때에는 뜬눈으로 밤새워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안 그랬다가는 과열되거나 화기가 쓰러지거나 해서 불이 날 수 있는데다가 증류를 고농도 알코올에까지 번지면... 술 한번 만들어 먹으려다가 집안 태워먹고 당신도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으며 제삿술 얻어먹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증류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원료가 될 밑술부터 만들어야 한다. 어떤 술이든 증류주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막걸리를 담았다면 찌꺼기는 가라앉히고 맑은 술만 떠내서[5] 증류를 하면 증류식 소주를 만들 수 있고, 맥주에서 은 빼고 맥즙만 가지고 술을 발효한 다음 증류하면 몰트 위스키 원액을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고생하면서 위스키브랜디 같은 갈색 빛깔 은은한 증류주를 기대했다면 무색 투명한 액체만 나오는 모습에 실망할 수 있다. 모든 증류주는 무색투명하다. 이를 오드비라고 하는데 위스키브랜디 특유의 때깔과 숙성 향미를 낼 목적이라면 오크통 숙성을 필요로 한다. 가정에서 만드는 소량의 원액을 넣어 숙성할만한 크기가 작은 오크통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난점으로, 대안으로 오크칩을 넣어서 숙성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크통에서 제대로 숙성하는 것보다는 떨어진다. 물론 그냥 오드비 상태로 숙성해서 마실 수도 있다. 소주보드카를 비롯해서 나무통 숙성 없이 그냥 병에서 숙성해서 마시는 증류주도 많이 있다.

각주

  1. Home brewing이라고 쓸 수도 있지만 아예 homebrewing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다.
  2. 기체가 한 방향으로만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발효통 안의 탄산가스를 밖으로 빼내면서도 바깥 공기는 발효통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서 잡균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3. 설탕을 넣기 싫으면 원액을 더 많이 집어넣으면 되는데, 원래 원액에서 지정한 레시피와 달라지면 맛이 지나치게 강해지거나 해서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
  4. 사실 우리나라 막걸리 중에도 제대로 된 누룩이 아닌 입국을 사용하는 것들이 있어서 정통 전통주라고 하기에는 좀 뭣한 것들이 꽤 많다. 대체로 우리가 잘 아는 대중 막걸리들 중에 이런 게 꽤 있다.
  5. 그냥 들이붓고 증류할 수도 있지만 효율도 떨어지고 불순물이 끼어들 여지도 높아지므로 맑은 술만 떠서 증류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