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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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쓰이는 영어. 뉴질랜드도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아예 호주 영어를 뜻하는 'strine'이라는 단어도 있고, 주요 사전 출판사에서도 호주 영어 사전을 내놓고 있다.

영연방의 일원이니만큼 대체로 영국 철자를 쓴다. 미국에서는 'center'로 쓰는 것을 영국호주에서는 'centre'라고 쓴다.[1] '노동'을 뜻하는 단어도 미국 영어는 'labor'지만 영국호주에서는 'labour'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노동당의 고유 이름은 미국식 철자인 'The Labor'다.

땅덩이가 무지 큰데도 방언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것도 특징.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지역보다는 계층 혹은 도시냐 시골이냐에 따른 차이가 있는 정도인데, 그나마 호주 사람들은 별로 의식하지 못한다. 그냥 시골 사람들이나 보간들은 좀 더 억세다고 생각하는 정도. 그래서 일단 호주 영어에 적응되고 나면 호주 안에서는 방언 때문에 고생할 일은 별로 없다.

발음

IELTSTOEIC과 같은 영어 시험의 리스닝 테스트에서 보통 영국 영어, 미국 영어와 함께 호주 영어로 말하는 지문도 나온다. 토박이의 말은 서로 못 알아듣는 일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호주로 이민 온 사람이 처음에 호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거 영어 맞아?' 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경험을 겪는다고.

  • 특히 나이든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보통 '에이'로 발음하는 것을 호주에서는 '아이'로 발음한다. 그래서 알파벳을 읽으면 아이 비 시 디 이 에프 지... IBCDEFG? 젊은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덜하다.
  • data :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데이터'에 가깝지만 호주에서는 철자 그대로 읽는다. 곧 '다타' 에 가깝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호주 방송 뉴스에서 호주식 발음이나 억양을 쓰면 방송국에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영국식 액센트를 써야지 교양 없이 어찌 그런 말을 쓰냐고...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젊은 사람들은 영국이나 미국 문화를 방송으로 일찍 받아들여서인지 그리고 호주 프로그램이 영 재미없어서 호주 특유의 발음이 덜한 편이다. 요즘 들어서는 미드 영향 때문인지 젊은 여성들이 미국 발음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이 좀 있는 분들은 짜증난다는 분위기.

철자

colour, centre, specialised와 같이 영국식 철자를 기본으로 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노동당(The Labor)의 사례처럼 가끔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단어

영국 영어 미국 영어 호주 영어
보도 pavement sidewalk footpath
시내 city center downtown the city[2]
감자튀김 chips french fries chips
감자칩 crisps chips chips[3]
가락신(쪼리) flip-flops thongs thongs[4]
주류 전문매장 off-licence liquor store bottle shop / liquor shop
구멍가게 small shop corner shop milk bar

구어에서 단어를 -ie, -y로 줄이거나 -ie, -y로 끝나는 속어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당장에 Australian(호주의, 호주인)을 Aussie로 줄여서 부르는 게 이 동네 속어. breakfast를 brekky로, 오토바이(bike) 폭주족을 bikie라고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호주식 단어가 글로벌화 되어 대 히트를 친 게 있다. 자기 자신을 찍은 사진을 뜻하는 selfie(self+ie). 우리는 보통 셀프카메라(self-camera)를 줄여서 셀카라고 하지만 이는 콩글리시다. Selfie는 2013년 영국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뽑을 만큼 대히트를 기록했다.

호주의 자연환경이 워낙에 독특하다 보니까 그에 맞는 고유한 단어들도 많이 발달했다. 캥거루야 워낙에 유명하고 호주 특유의 온갖 동식물들의 이름이 넘쳐나는 것은 기본. 그밖에는,

  • dingo: 호주의 숲에 사는 들개의 일종.
  • billabong: 강이 넘쳐서 만들어지는 호수로, 날씨가 건조하면 말라붙는다. 이 이름을 사용한 호주의 서핑 및 수영복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호수에서 무슨 서핑?
  • bogan: 호주판 꼴통. 자세한 내용은 보간 항목 참조.
  • outback: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때문에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유명할 호주 고유의 단어.[5] 호주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륙의 황무지를 뜻한다. 그런데 YBM영한사전과 같은 일부 사전은 이 단어의 또 다른 의미로 '갈 가치가 없는 곳'이라는 뜻도 써 놓았기 때문에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다가 이를 갖다 붙이는 장난성 글이 인터넷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물론 영어권 사전에도 이 뜻을 써 놓은 사전은 거의 볼 수 없다.

속어

남자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은 bloody라는 말을 많이 쓴다. 사실 이 단어는 다른 나라에서는 굉장히 독한 단어라서 질겁을 하는데 영국에서는 친한 사이끼리는 그럭저럭 쓰는 듯하고, 호주에서는 단순히 '굉장히', '아주' 정도로 강조하는 의미로 상당히 많이 쓰는 편이다. 마치 미국인들이 욕설이 아니라 뭔가 끝내주게 좋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또는 그냥 별 뜻 없이 fucking 또는 funckingly를 내뱉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어디까지나 남자들, 특히 절친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정서라면 말 트고 지내는 사이 정도의 한정이고 여자들이나 안 친한 사람들한테는 bloody 같은 말을 썼다가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올 테니 정말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단어

  • arvo : 오후 (afternoon)
  • bogan : 우리나라의 '꼴통'과 비슷한 의미.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 bugger : 젠장, 씨발.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도 쓰는 말이지만 다른 나라보다 유독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나이든 남자들은 친구끼리 Hey, bugger!라고 부른다. 우리 말로 하면 친한 친구들끼리 "야 이 새꺄!" 하는 것과 비슷하다.
  • bumnut : 달걀 [6]
  • footy: football을 -y로 줄인 것. 그런데 호주에서 footy라고 하면 축구가 아니라 럭비를 변형시킨 호주식 풋볼(AFL)을 뜻한다. 축구는 미국처럼 soccer라고 부른다.
  • goon : 팩에 들은 싸구려 와인. 미국에서는 깡패를 뜻하는 말로, 영국에서는 바보 멍청이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 Macca's : 맥도날드 (McDonald's). 아예 대놓고 간판에 이렇게 써버리기도 한다.
  • Hungry Jack's: 버거킹. 호주에서만 헝그리잭스라고 하는데, 이를 두고 호주는 영국의 왕을 군주로 모시기 때문에 브랜드에 'King'이라는 말을 못 쓴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그런 거 없고, 그냥 버거킹이 호주에 진출했을 때 이미 다른 사람이 상표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헝그리잭스라는 브랜드를 쓰는 것.[7] 호주에도 'King'이 들어가는 브랜드나 업소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 para : 만취하다. (거의 필름이 나간 상태)
  • pisspot : '요강'이란 뜻인데 술고래, 특히 맥주고래를 뜻하는 말.
  • yakka: 일 (work). 호주에는 하드 야카(Hard Yakka)라는 작업복 브랜드도 있다.

관용구

이 중에는 호주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영국이나 미국에서 가져온 것들도 상당수 있다.

  • Boy in blue : 경찰.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경찰복이 파란색 계통인 데서 나온 말.
  • Buckley's chance : 기회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는 뜻. No chance. 죄를 짓고 도망간 후 오랜동안 행방불명 돼서 죽은 줄로 믿었으나 30년 넘게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 속에서 살다가 다시 나타난 윌리엄 버클리의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 Dingo's breakfast : 노상방뇨. 위에도 나오지만 dingo는 호주의 들개를 뜻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해석해 보면 '들개의 아침밥'이라는 말이 되는 셈. 얘들은 똥개가 아니고 오줌개란 말인가.
  • Fair dinkum: 진짜.
  • G'day : Good day를 줄인 것. 만났을 때 하는 인사. 진짜 호주 사람처럼 보이려면 '그데이'가 아니라 '그다이'에 가깝게 발음한다. 호주 티를 좀 더 팍팍 내고 싶다면 G'day mate를 '그다이 마이트'라고 억세게 발음한다. 이렇게 되면 보간으로 몰릴 수도 있다. 호주 영어를 상징하는 말로 종종 인용되고 호주 관련 기념품이나 관광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말이지만 점점 안 쓰이는 추세. 일상생활에서 들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냥 'Good morning', 'Good afternoon', 'Hello', 'Hi', 이런 거 쓴다. 격식 차릴 상황 아니면 웬만하면 아침에는 'Good morning',[8] 그밖에는 'Hi'로 퉁.
  • No worries: 아마도 호주 영어 중 일상에서 제일 많이 들을 수 있는 건 지금은 사장되다시피한 'G'day'가 아니라 바로 'No worries.'일 것이다. 'You're welcome.', 'That's alright.', 'No problem.' 대신에 호주 사람들은 'No worries.'를 쓴다. 웬만한 영어권 사람들도 알아 듣는다.
  • Sparrow's fart : 그대로 풀어보면 제비의 방귀. 이른 아침을 뜻한다.
  • You don't know Christmas from Bourke Street : 머리가 둔하다는 뜻. 버크스트리트(Bourke Street)는 멜버른 도심에서도 가장 번화한 쇼핑가 중 하나로 마이어(Myer) 백화점을 비롯한 백화점 및 유명 브랜드의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멜버른올림픽을 개최한 1956년부터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 기간에 건물 전체를 번쩍번쩍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걸 보고도 크리스마스인 걸 모른다면 진짜 센스가 꽝이란 소리다.

그런데 요즘은 잘 안 쓰는 말들이 많다. 글로벌화의 영향이랄까... 특히 젊은 사람들한테 써 보면 뭔 소린지 못 알아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G'day는 세계적으로 호주를 대표하는 관용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호주에서는 일상 인사로 들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밖에

호주 사람들은 mate라는 말을 무척 즐겨 쓴다. 특히 남자들이 많이 쓰는 말로, 원래는 friend보다는 좀 약한 '친구'에 해당되지만 아주 광범위하게 써서, 대화나 인사를 할 때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이건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싱가포르에 가 보면 호주와 가까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은근히 호주 영어의 영향이 보인다. 예를 들어 도로 옆 보도를 싱가포르에서는 footpath라고 쓰는데, 위에서 언급했지만 영국은 pavement, 미국은 sidewalk라고 쓰므로 명백한 호주 영어다.

각주

  1. 영어 단어 가운데는 프랑스어에서 온 게 많은데, 프랑스어에서는 -re로 끝나는 것을 영국 영어는 보통 그대로 살리는 데 반해 미국 영어는 -er로 바꾼다. 예를 들어 영국 영어에서는 'theatre'지만 미국 영어는 'theater'. 철자 대로 읽는다는 면에서는 'center'가 더 적당한 것 같지만 파생형인 'central' 같은 걸 생각해 보면 'centre'가 더 맞는 듯도 하다.
  2. 시드니,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서는 '중심 업무 지구'를 뜻하는 CBD(Central Business District)를 시내를 뜻하는 말로 혼용해서 쓰기도 한다.
  3. 그러니까 호주에서는 감자튀김이나 감자칩이나 몽땅 'chips'다. 구분할 필요가 있으면 감자튀김을 'hot chips'라고 부른다.
  4. 영국 영어에서 'thong'은 T팬티를 뜻하는 말이므로 잘못 쓰면 허걱! 이 된다. 예를 들면 같이 바닷가에 놀러간 영국인 여성 동료에게 호주 남자가 쪼리 신으라는 뜻으로 "Why don't you wear thongs?"라고 했다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5. 그런데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호주를 테마로 한 레스토랑일 뿐, 호주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생겨난 브랜드다.
  6. bum은 엉덩이를, nut 은 열매를 뜻하니 엉덩이에서 난 열매란 뜻. 상당히 그럴싸 하다.
  7. 이런 일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컴퓨터 주변기기로 유명한 글로벌 브랜드인 로지텍이 일본에서만큼은 로지쿨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데, 이미 일본에는 로지텍이라는 브랜드가 있기 때문. 실제로 일본의 컴퓨터 주변기기 제품을 보면 로지텍도 있고 로지쿨도 있는데, 우리가 아는 그 로지텍은 일본에서는 로지쿨이고 로지텍은 그와 무관한 일본 회사다.
  8. 이것도 줄여서 그냥 'Morning'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