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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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팥을 주 원료로 만든 죽. [[쌀]]이나 쌀가루를 넣어서 좀 더 걸쭉하고 포만감을 주기도 하지만 어차피 [[팥]]에 [[녹말]] 성분이 많기 때문에 그냥 팥만 가지고도 죽을 쑬 수 있다.
말 그대로 팥을 주 원료로 만든 죽. [[쌀]]이나 쌀가루를 넣어서 좀 더 걸쭉하고 포만감을 주기도 하지만 어차피 [[팥]]에 [[녹말]] 성분이 많기 때문에 그냥 팥만 가지고도 죽을 쑬 수 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예로부터 주술적인 의미가 강한 음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지]]에 먹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아주는 액막이 구실을 한다는 믿음 때문.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처용]] 설화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기 부인과 같이 자는 역신<ref>역병, 그러니까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ref>의 모습을 발견한 처용이 노래를 지어 부르니 역신이 물러갔다는 설화가 유래로, 처용의 얼굴이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는 팥을 이용해서 귀신을 쫓아냈다는 것. 하지만 중국에도 오랜 옛날부터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귀신을 쫓기 위해 팥을 이용했다고 하니, 중국에서 건너온 문화일 수도 있다. 일본에서도 축하할 일이 있으면 액을 막고 복을 부르는 의미로 팥밥을 해먹었다고 하니 팥이 액막이를 한다는 믿음은 한중일이 공유하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ref>[http://www.joongdo.co.kr/main/view.php?key=20191224010010177 "중도시평 : 동지 팥죽과 붉은 색"], &lt;중도일보&gt;, 2019년 12월 24일.</ref>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예로부터 주술적인 의미가 강한 음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지]]에 먹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아주는 액막이 구실을 한다는 믿음 때문.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처용]] 설화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기 부인과 같이 자는 역신<ref>역병, 그러니까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ref>의 모습을 발견한 처용이 노래를 지어 부르니 역신이 물러갔다는 설화가 유래로, 처용의 얼굴이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는 팥을 이용해서 귀신을 쫓아냈다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정리한 문헌인 <동국세시기>에는 동짓달 팥죽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중국인 공공씨(共工氏)에게는 바보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동짓날에 목숨을 잃어 사람들에게 병을 퍼뜨리는 귀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들이 생전에 팥을 싫어했기 때문에 팥죽을 쑤어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게 중국 유래설이다.<ref name="enclopedia_of_folk">[http://folkency.nfm.go.kr/kr/topic/detail/5492 "동지팥죽 유래"],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f> 일본에서도 축하할 일이 있으면 액을 막고 복을 부르는 의미로 팥밥을 해먹었다고 하니 팥이 액막이를 한다는 믿음은 한중일이 공유하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ref>[http://www.joongdo.co.kr/main/view.php?key=20191224010010177 "중도시평 : 동지 팥죽과 붉은 색"], &lt;중도일보&gt;, 2019년 12월 24일.</ref>


동지에 먹는 팥죽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동글동글하게 빚은 새알을 함께 넣고 각자 나이와 같은 개수의 새알을 먹는 게 풍습이었다. 단 동지가 11월 초순에 들어 있으면 애동지라고 했는데<ref>11월 중순에 들어 있으면 중동지, 11월 하순에 들어 있으면 노동지라고 했다. 애-중-노가 되는 건데, 즉 젊은이-중년-노인을 뜻하는 셈이다.</ref>, 이 때에는 팥죽을 하지 않고 대신 팥으로 [[시루떡]]을 해 먹었다. 애동지 때 팥죽을 해 먹으면 아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젊은층은 [[설탕]]을 넣어서 달달하게 만든 단팥죽을 [[디저트]]로 즐기지만 이건 일본 쪽이 주로 그렇고 우리나라의 팥죽은 원래 달게 만들지 않았다. <del>옛날에 [[설탕]]이 쌌을 리도 없고.</del>
동짓날에 팥죽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려시대 때부터 나온다. &lt;익재집(益齋集)&gt;에 따르면 동짓날은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적소두(赤小豆), 즉 팥으로 쑨 두죽(豆粥)을 끓이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부모님께 장수를 기원하면서 술을 올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ref name="enclopedia_of_folk" /> 동지에 먹는 팥죽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동글동글하게 빚은 새알을 함께 넣고 각자 나이와 같은 개수의 새알을 먹는 게 풍습이었다. 단 동지가 11월 초순에 들어 있으면 애동지라고 했는데<ref>11월 중순에 들어 있으면 중동지, 11월 하순에 들어 있으면 노동지라고 했다. 애-중-노가 되는 건데, 즉 젊은이-중년-노인을 뜻하는 셈이다.</ref>, 이 때에는 팥죽을 하지 않고 대신 팥으로 [[시루떡]]을 해 먹었다. 애동지 때 팥죽을 해 먹으면 아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짓달 팥죽의 유래가 병을 퍼뜨리는 어린아이 귀신을 물리치는 건데 이 때문에 오히려 아이에게는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믿음 때문. 젊은층은 [[설탕]]을 넣어서 달달하게 만든 단팥죽을 [[디저트]]로 즐기지만 이건 [[일본]] 쪽이 주로 그렇고 우리나라의 팥죽은 원래 달게 만들지 않았다. <del>옛날에 [[설탕]]이 쌌을 리도 없고.</del>


새알 대신에 [[칼국수]]를 넣은 [[팥칼국수]]도 있으며, 특히 [[전라도]] 쪽에서는 [[팥칼국수]]를 많이 먹었다.
새알 대신에 [[칼국수]]를 넣은 [[팥칼국수]]도 있으며, 특히 [[전라도]] 쪽에서는 [[팥칼국수]]를 많이 먹었다.

2020년 2월 25일 (화) 00:27 기준 최신판

말 그대로 팥을 주 원료로 만든 죽. 이나 쌀가루를 넣어서 좀 더 걸쭉하고 포만감을 주기도 하지만 어차피 녹말 성분이 많기 때문에 그냥 팥만 가지고도 죽을 쑬 수 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예로부터 주술적인 의미가 강한 음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지에 먹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쫓아주는 액막이 구실을 한다는 믿음 때문.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의 처용 설화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자기 부인과 같이 자는 역신[1]의 모습을 발견한 처용이 노래를 지어 부르니 역신이 물러갔다는 설화가 유래로, 처용의 얼굴이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이를 상징하는 팥을 이용해서 귀신을 쫓아냈다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정리한 문헌인 <동국세시기>에는 동짓달 팥죽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중국인 공공씨(共工氏)에게는 바보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동짓날에 목숨을 잃어 사람들에게 병을 퍼뜨리는 귀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들이 생전에 팥을 싫어했기 때문에 팥죽을 쑤어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게 중국 유래설이다.[2] 일본에서도 축하할 일이 있으면 액을 막고 복을 부르는 의미로 팥밥을 해먹었다고 하니 팥이 액막이를 한다는 믿음은 한중일이 공유하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3]

동짓날에 팥죽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려시대 때부터 나온다. <익재집(益齋集)>에 따르면 동짓날은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적소두(赤小豆), 즉 팥으로 쑨 두죽(豆粥)을 끓이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부모님께 장수를 기원하면서 술을 올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2] 동지에 먹는 팥죽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동글동글하게 빚은 새알을 함께 넣고 각자 나이와 같은 개수의 새알을 먹는 게 풍습이었다. 단 동지가 11월 초순에 들어 있으면 애동지라고 했는데[4], 이 때에는 팥죽을 하지 않고 대신 팥으로 시루떡을 해 먹었다. 애동지 때 팥죽을 해 먹으면 아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짓달 팥죽의 유래가 병을 퍼뜨리는 어린아이 귀신을 물리치는 건데 이 때문에 오히려 아이에게는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믿음 때문. 젊은층은 설탕을 넣어서 달달하게 만든 단팥죽을 디저트로 즐기지만 이건 일본 쪽이 주로 그렇고 우리나라의 팥죽은 원래 달게 만들지 않았다. 옛날에 설탕이 쌌을 리도 없고.

새알 대신에 칼국수를 넣은 팥칼국수도 있으며, 특히 전라도 쪽에서는 팥칼국수를 많이 먹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일본중국에서도 자기들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널리 먹는 음식이고, 베트남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을 정도.

일본 후쿠오카시 <카와바타젠자이히로바(川端ぜんざい広場)>의 일본식 단팥죽 젠자이와 다쿠앙. 엥?

일본에는 시루코(汁粉, しるこ)라는 단팥죽을 많이 먹고, 간사이큐슈 쪽으로 가면 이보다 좀 더 물기가 적은 젠자이(ぜんざい, 善哉)도 많이 먹는다. 어느 쪽이든 끈적한 일본식 을 넣는 것이 공통점이다. 젠자이의 특징은 우메보시다쿠앙 같은 짭짤한 반찬이 딸려나온다는 것. 단팥죽에 웬 다쿠앙? 하고 처음 보면 좀 황당할 수도 있는데, 젠자이가 워낙에 달다 보니 중간중간에 짠 반찬으로 한 번 죽이고 들어가 줘야 한다는 게 이유다. 그냥 물로 헹구는 게 낫지 않나. 우리나라는 팥죽을 먹을 때 보통 숟가락만 쓰고 새알도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데, 일본은 반대로 숟가락을 안주고 젓가락만 주는 곳도 많다. 젓가락을 사용해서 을 건져 먹고, 팥죽은 그릇을 들고 음료 마시듯 마시는 식이다.[5]

각주

  1. 역병, 그러니까 전염병을 퍼뜨리는 귀신.
  2. 2.0 2.1 "동지팥죽 유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3. "중도시평 : 동지 팥죽과 붉은 색", <중도일보>, 2019년 12월 24일.
  4. 11월 중순에 들어 있으면 중동지, 11월 하순에 들어 있으면 노동지라고 했다. 애-중-노가 되는 건데, 즉 젊은이-중년-노인을 뜻하는 셈이다.
  5. 원래 일본은 숟가락을 잘 안 쓰는 문화다. 국물 요리도 보통은 그릇을 들고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