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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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서서 마시는 술집을 뜻한다. 술청, 즉 바(bar)에 서서 술을 마시는 집. 작정하고 앉아서 떡이 되도록 마시는 집이라기 보다는 잠깐 간단히 한잔 하고 가는 술집이라고 보면 적절하다. 목로주점[1]이라고도 한다. 술만 마시거나 간단한 스낵 안주 정도를 앞에 놓고 마시는 게 보통.

도 사실 원래는 선술집이다. 지금이야 앉아서 마시는 술집이지만 예전에는 의자가 없는 선술집이 많았고, 지금도 에서 그냥 서서 술마시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나 바의 카운터가 높고 그래서 의자의 높이가 앉기 좀 불편할 정도로 높은 것도, 원래는 서서 마시던 문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곁들여서 한 곳에서 오래 앉아서 먹고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서양에서는 안주 없이 술만 한두잔 걸치고 가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서서 마시는 게 별로 불편하지 않다.

신윤복의 그림 <주사거배>. 간송미술관 소장.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의자 없이 간단히 술과 안주를 즐기는 선술집이 있었다. 신윤복의 <주사거배>는 이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주사거배(酒肆擧盃)'란 '술집에서 술잔을 들다'는 뜻으로, 솥이 있는 아궁이를 바 삼아서 술잔을 놓고 서 있는 손님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술 한 잔을 팔면 안주가 딸려나오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2]

이른바 대폿집이라고 부르는 곳들 중에 선술집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꽤 있었던 듯하지만 요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원래 술집은 아니지만 신촌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서서 먹는 집'라고 부르는 고깃집이 있었는데, 시외버스 기사들이 잠깐 쉬는 시간에 요기를 하고 가는 곳이라서 굳이 앉을 것도 없이 서서 먹었다고 한다. 운전사들이 주 고객이니 술집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과거에서는 서서 고기를 먹었는데 그런데 7, 80년대에는 왠지 버스 기사들도 음주운전들 꽤 했을 것 같은데?[3] 지금은 정말로 서서 먹는 집은 원조 가게 말고는 없고 그저 이름만 '서서갈비'라고들 할 뿐이다.

일본의 타치노미.

일본에서는, 특히 간사이 지방에서는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다. 타치노미(たちのみ, 立ち飲み 또는 立ち呑む) 또는 카쿠우치(角打ち)라고 부르며 정말로 서서 마신다.[4] 번화가에는 꽤 큰 곳이 있는데 정말로 수십 명이 줄줄이 서서 마시고 있다. 심지어는 테이블에도 의자가 없고 서서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 높이가 높은 타치노미들도 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는 점심 전부터 문을 여는 가게들도 꽤 있는데 오전참부터 술마시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타치노미는 뭔가 나이든 사람들의 취향이라고 여기는 편으로, 타치노미에서 술 마셨다고 그러면 옷상(おっさん)[5]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각주

  1. 여기서 '목로'는 길다란 널빤지를 뜻한다. 즉 목로를 놓은 주점이라는 뜻인데, 생각해 보면 서양의 바와 비슷하다.
  2. 강문석, "마신 술잔 값으로 안주도 먹는 선술집", 근대문화 역사유산, 지역N문화 테마.
  3. 실제로 그때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해서 사람들이 별 생각이 없었고, 버스나 택시 기사들조차도 밥과 함께 반주로 한잔씩 하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4. 그냥 서서 먹는 스시집이나 간단한 음식점들도 꽤 있다. 타치구이(立ち食い)라고 한다. 구이집 아니다.
  5. 중년 남자를 뜻하는 말로 '아저씨', '아재'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