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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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8년 10월 6일 (토) 14:09 판
파일:Chonggak calguksu.jpg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총각네손칼국수>의 칼국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칼국수다. 칼도 모자라서 손까지 넣었다.

국수에 칼을 꽂아서 먹는 조폭 요리의 일종. 곁들여먹는 음식으로는 홍대 조폭떡볶이.

국수 요리의 한 종류. 넓은 면발을 특징으로 한다. 옛날에는 밀가루를 반죽한 다음 밀대로 밀어서 아주 크고 아름답게 펴고, 이를 달걀말이처럼 말아 칼로 채썰듯 잘라 칼국수를 만들었다. 사실 집에서 소면 같은 가는 국수를 만들려면 국수를 뽑는 기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국수를 사다가 해먹는 게 아니라 집에서 집에서 만들 거라면 칼국수만한 게 없었다. 칼국수라는 이름도 칼로 썰어서 만들었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 칼로 썰어서 만든다면 넓적한 국수만 생각하기 쉽지만 촘촘하게 썰면 굵기만 좀 있는 보통 모양의 국수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요즈음은 이렇게 공들여서 칼국수를 만드는 곳은 흔치 않고 대부분은 그냥 제면기로 도톰하게 만든다. 소면보다 면발이 굵으며, 넓적한 것들이 많다. 특히 직접 밀대로 밀고 칼로 썰어서 만드는 칼국수는 얇고 넓적하며 길이가 짧은 국수가 보통이다.

집에서 칼국수를 만들기 위해서 반죽하고 밀어서 펴고 썰어내는 게 여간 중노동이 아니라서 시장에서는 말리지 않은 생면 형태로 된 굵은 국수를 파는데 이것을 물국수라고도 불렀다. 요즘은 이 말을 잘 안 쓰고 그냥 칼국수로 퉁쳐서 부른다. 어원을 생각해 보면 칼로 썰어서 만드는 국수가 아니긴 한데, 이미 대세가 된지라 시비를 걸기는 어렵게 됐다.

칼국수에 관한 제일 오래된 기록은 조선시대에 제일 오래된 한글판 요리책인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인데, 여기서는 절면(切麵), 즉 자른 국수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즉 칼로 잘라서 만들었다는 의미를 띠고 있으니 오늘날 칼국수의 어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1] 그런데 이 때는 주 재료가 메밀가루였고 밀가루국수가 잘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용도로 약간만 쓰였다. 또다른 조선시대 요리책 <주방문>에서는 찹쌀 끓인 물에 메밀가루를 반죽했다는데, 사실 이 때야 밀가루가 쌀보다도 귀했으니 메밀이나 녹말국수의 재료로 종종 쓰였다. 찰기가 부족한 메밀냉면처럼 눌러 뽑으면 끊어지기 쉬웠기 때문에 칼로 잘라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재료인 밀가루가 귀했기 때문에 조선시대까지는 칼국수는 물론이고 국수 자체가 귀한 음식이었다.

잔치 때나 먹을 수 있었던 칼국수가 서민 음식으로 내려온 것은 역시 한국전쟁 전후,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대량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서민들이 원조 밀가루로 주로 해먹었던 음식은 수제비 아니면 국수였고, 그 중 그나마 가정에서 제일 만들기 쉬웠던 게 칼국수였다. 칼국수가 널리 퍼진게 한국전쟁 전후 미국의 원조 덕이라서 그런지 좀 황당하지만 칼국수의 '칼'이 써는 칼을 뜻하는 게 아니라 미국인 이름 '칼(Karl)'을 뜻하는 거라는 주장도 있다. 즉 전쟁 전후에 널리 퍼진 칼국수를 우연히 한국에 주둔해 있던 미국 군인이 맛을 보고 반해서 틈만 나면 동료 군인들에게도 권한 나머지 여러 외국 군인들에게까지 퍼졌는데, 그 군인의 이름이 칼이었다는 것. 즉 칼국수의 어원은 Karl's Noodles라는 것이다. 좀 황당하지만 꽤 그럴싸하게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다. 심지어 칼 상병의 사진까지 걸어놓은 글도 있을 정도. 물론 그 사진이 정말 칼 상병인지도 알 수가 없을 뿐더러 일단 전혀 인정 받지 못하는 설이다. 밥은 밥(Bob) 상병이 좋아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할 기세다.

종류

간간이 비빔면도 있긴 한데 대부분은 국물이 있는 탕면 형태의 요리가 된다. 국물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가장 흔한 스타일은 멸치국물이고 소고기국물이나 사골국물도 널리 쓰인다. 육수호박감자, 양파를 넣어서 국물을 내는 게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의 칼국수. 육수를 사용한 닭갈국수도 이름난 음식점들이 많이 있고, 전라도 쪽을 중심으로 달지 않은 팥죽을 쑤어 칼국수를 넣어 먹는 팥칼국수도 널리 퍼져 있다. 한때는 바지락칼국수도 붐이 굉장히 일어서 전국 방방곡곡에 즐비했다. 보통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는데 세수대야만한 그릇에 와아~ 소리 날만큼 푸짐하게 나오는 게 꽤나 보는 효과가 좋았다. 문제는 조개 요리가 다 그렇듯이 껍질 까고 나면 양이 확 줄어든다. 요즘은 인기가 많이 사그라든 듯, 바지락칼국수집이 많이 줄었다. 하여간 각 지방마다 그 동네에서 많이 먹는 국물 재료에다가 칼국수만 넣으면 되는 거니, 전국에 이래저래 다양한 칼국수 요리들이 있다. 더 발전해서 일본 라멘처럼 지역별로 지도를 그려도 될 정도가 됐으면 싶은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 한국스러운 국수 요리다. 일본라멘스타디움처럼 칼국수스타디움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샤브샤브 전문점에 가면 건더기를 다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끓여주는 집이 많다. 하긴 건더기를 익히는 과정에서 건더기의 성분들이 국물에 우러나니까, 다 건져먹을 때쯤 되면 국물도 장난 아니게 진한 육수가 된다. 여기다가 칼국수를 끓여먹으면 맛이 꽤 좋다. 보통은 끓는 면의 녹말이 일부 빠져나가서 국물이 걸쭉해지기도 하고, 칼국수 끓인 국물에 밥과 날달걀, 참기름을 넣어서 까지 만들어주는 육수 재활용의 절정을 달리는 알뜰한 집도 많다. 샤브샤브 → 칼국수 → 으로 이어지는 과식의 3단 콤보. 샤브샤브만이 아니라 전골 종류의 음식이라면 건더기를 건져먹고 나서 칼국수를 넣어 주는 곳이 많다. 감자탕 같이 저렴한 거라면 라면사리가 주종이고, 좀 고급스럽다 싶으면 칼국수사리.

육개장 전문점이나 만두 전문점에서도 칼국수를 파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육개장에 밥 대신 칼국수를 넣어 먹는 육개장 칼국수는 꽤 유명해서 아예 '육칼'이라고 줄여 부르는 사람들도 많고 풀무원에서 육칼 라면을 내놓기도 했다.[2] 만둣국에 칼국수를 넣은 음식을 파는 만두 전문점도 있는데 '칼만두'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횟집에서 매운탕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서 파는 '얼큰이 칼국수'라는 것도 있다. 요즈음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꽤 인기 있던 음식이다. 반면 매운탕에 칼국수 사리 혹은 수제비를 제공하는 횟집은 지금도 꽤 있다.

인스턴트 라면으로도 나와 있다. 멸치국물을 쓴 제품이 주종으로 좀 마이너하긴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편이다. 대체로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유탕면이 아닌 호화건면을 쓴다. 2018년 기준으로는 농심의 멸치칼국수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칼국수 라면이다.

비슷한 외국의 국수

넓적한 국수는 외국에도 많이 있다. 파스타링귀니가 넓적한 모양을 하고 있고, 일본 나고야 일대에서 많이 먹는 얇고 넓적한 키시멘은 그냥 칼국수라고 보면 된다. 사실 우동이나 소바도 전통 방식 중에는 칼로 썰어서 만드는 방법이 널리 쓰였다. 가끔 일본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일본 유명 우동집이나 소바집에서 일정한 굵기로 국수를 딱딱 썰어내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동남아시아쌀국수도 얇고 넓적한 면을 종종 쓴다.

그밖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칼국수를 엄청나게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대통령 전에 야당 정치인 시절부터 칼국수 애호가였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칼국수를 종종 즐겨서 청와대에 오는 외부 손님, 심지어는 외국 손님과 식사를 할 때조차도 칼국수를 대접한 것으로 유명하다. 소박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너무 쇼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3] 어쨌거나 김 전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칼국수를 무척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김영삼의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칼국수도 함께...

다른 뜻으로 쓰일 때

진짜 국수가 아니더라도 단면이 원형이 아니라 칼국수 모양으로 생긴 것을 칼국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어폰이나 스마트폰 케이블 같은 것들 중에는 넓적한 모양의 케이블을 쓰는 제품도 있는데, 이걸 흔히 칼국수 케이블이라고 부른다. 넓적한 모양이 줄 꼬임이 덜한다나. 별로 그런 것 같지 않은데.

각주

  1. "칼국수", 한식 아카이브.
  2. 정식 상품명은 '육개장칼국수'지만 포장지에 '육'과 '칼'만 크게 써서 '육칼'로 보인다.
  3. 그런데 김 전 대통령이 즐겼던 칼국수는 사골 국물에 국수를 말은 것이라 시중에서도 절대 가격이 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