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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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살 때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고, 좌석에 앉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비어 있는 좌석에 원하는 대로 앉을 수 있는 좌석 제도를 뜻한다. 자리를 미리 선택할 수 있는 지정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비지정석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지정석은 reserved seat, 자유석은 non-reserved seat라고 한다. 지정석의 개념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분야에 쓰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식당은 예약을 제외하면 지정석 개념 자체가 없으므로 자유석이라는 개념도 없다.

입석과 다른 점

그렇다면 자유석과 입석이 뭐가 다른가 궁금할 수도 있는데, 입석도 원칙적으로는 빈 자리가 있으면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자유석에 한해, 또는 일반실에 한해 입석 손님도 빈 자리에 앉을 수 있고 특실은 불가능. 물론 지정석 주인이 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코레일 측에서는 입석 승객도 자유석에 빈 자리가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1] 입석과 자유석의 가장 큰 차이는 '선택'의 문제다. 자유석은 지정석이 다 팔렸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살 수 있다. 반면 입석은 지정석과 자유석이 모두 팔린 경우에만 발매되므로, 지정석과 자유석에 자리가 남아 있으면[2] 내가 사고 싶다고 해서 살 수 없다. 다만 일본은 좀 다른데, 우리나라는 일단 지정석과 자유석을 판 다음 매진되면 입석표를 팔지만, 일본은 운임권만 사면[3] 일단 열차에는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석이 있으면 자유석으로 가서 앉을 수 있고, 없으면 입석으로 간다.

입석은 좌석에 앉을 권한이 있는 사람이 오면 무조건 비켜줘야 하는 반면, 자유석은 일단 좌석을 점유하면 비켜줄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입석 승차권을 가지고 자유석에 앉았는데 자유석 승차권을 가진 손님이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하면 비워줘야 한다. 문제는 누가 자유석 손님이고 누가 입석 손님인지 알 수가 없고,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표 좀 보여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4]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승무원이 자유석 자리에 앉은 손님들의 표를 체크하기 때문에 승무원한테 문의하면 입석 손님한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만약 화장실을 가거나 해서 좌석을 비워야 한다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옷이나 가방을 자리에 두고 잠깐 다녀오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물건을 선반 위로 치워버린다거나 하고 그 자리에 앉으면 상황이 애매해지는데, 물건을 두고 갔다고 해서 그 좌석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입증하기도 애매하고 다툼만 벌어지기 때문이다. 앉아 있는 사람이 안 비켜주면 강제로 끌어낼 수도 없고... 단,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두고 간 물건을 파손했다거나 숨겼다거나, 버렸다면 이는 재물손괴죄나 점유이탈물횡령죄와 같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

철도

자유석은 주로 철도에서 많이 쓰인다. 그런데 같은 편성의 열차 전체가 자유석이라면 자유석이라는 이름은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 도시철도는 일부 특급열차나 공항철도를 제외하면 보통 지정석 제도가 없다. 즉, 지정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자유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KTX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이 개념이 생겼다. 물론 도시철도나 지금은 사라진 비둘기호는 열차 전체가 자유석이지만, 아예 좌석지정제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자유석'이라는 이름이 없었고 새마을호무궁화호와 같이 자유석 없이 전체 객차가 지정좌석제였던 열차는 입석만 있었다. 지금은 KTX 말고도 ITX-새마을호, ITX-청춘, 통근열차에 자유석이 있다. 단, 평일에만 운영하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자유석을 운영하지 않는다.

자유석은 지정석보다 요금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주로 정기권이나 패스 승객을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30일 정기권을 끊었다고 가정하면, 30일을 다 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게다가 타는 열차의 시각도 항상 일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정기권을 아예 좌석이 지정된 형태로 발행하면 그 중 며칠은 승객이 타지 않아 승차권이 매진인데도 멀쩡한 좌석이 비어 있는 일이 잦을 것이다. 따라서 철도 운영사 쪽에서나 이용하는 사람 쪽에서나 정기권을 살 때 미리 열차의 시각과 좌석을 지정하는 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열차를 탈 때마다 좌석을 지정 받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면 날마다 좌석 지정을 위해 창구를 찾거나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혹시 차를 놓치면 난감해진다. 그보다는 마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처럼 그때 그때 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빨리 탈 수 있는 열차를 타는 게 가장 편하다.[5] 일본신칸센으로 출퇴근 사람들도 많아서 정기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6] 우리나라의 KTX에 비해 신칸센의 지정석 대비 자유석의 비율이 높다. 패스 역시 이를 가진 사람이 언제 어떤 열차를 탈지 모르기 때문에 자유석만 앉을 수 있게 하거나, 지정석에 앉으려면 역에서 별도로 좌석 지정을 받거나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7]

한국과 일본의 철도 자유석 개념은 좀 다른데 이는 요금 체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정석 요금을 기본으로 하고, 자유석이나 입석은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인데 반해,[8] 일본은 같은 구간에 대한 운임은 모든 열차가 같고, 여기에 특급으로 분류되는 열차는 특급권이 추가되며, 지정석에 앉고 싶으면 지정석권을 추가로 사는 방식이다. 즉, 일본 철도는 자유석이나 입석이 기본 요금이고 여기에 지정석은 추가요금을 받는 식이다.

JR니시니혼특급 하루카 열차의 승차권 거치대.

요즈음은 승무원들이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지정석의 경우 현재 어느 자리가 차 있고 어느 자리가 비어 있어야 하는지를 체크할 수 있으므로 비어 있어야 할 자리에 누가 앉아 있을 때에만 표를 검사하지만, 자유석은 그런 걸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역에서 출발하고 나면 새로 열차에 탄 손님들의 표를 검사해야 한다. 보통은 표를 검사하고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보고 기록해 뒀다가 그 역에 다다르기까지는 그 손님의 표는 다시 검사하지 않는다. 표를 검사하는 주기는 열차의 종류나 운영사마다 달라서 어떤 열차는 매번 역에서 출발할 때마다 표를 체크하는 데 어떤 열차는 어쩌다 띄엄띄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열차들을 보면 위 사진과 같이 앞좌석 뒷면에 승차권을 꽂아놓을 수 있는 주머니나 거치대 같은 것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자유석을 탔을 때 여기에 승차권을 꽂아놓으면 승무원이 보고 간다. 굳이 깨우거나 귀찮게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내릴 때 승차권을 잊지 말고 가져가야 한다. 역 개찰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든, 환승을 하든 승차권을 깜빡 하면 큰 낭패다.

보통 자유석 객차는 일반실 지정석 객차와 시설이 같다. 자유석은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주중에만 자유석을 운영하고 주말에는 자유석이 없다. 다만 일본의 니시큐슈 신칸센은 지정석은 1열의 좌석 배열이 2-2인데 반해 자유석은 2-3으로 차이가 난다. 니시큐슈 신칸센이 현재는 영업거리가 짧아서 운행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철도의 특실에 해당하는 그린샤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지정석과 자유석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른 교통수단

버스 역시 지정석과 자유석 개념이 있지만 보통은 잘 사용하지 않는데, 대체로 버스는 전체가 지정석이거나 전체가 자유석이기 때문. 고속버스나 중장거리 시외버스는 지정석이고 시내버스, 광역버스, 단거리 시외버스는 비지정석인 경우가 보통이다. 다만 경기도의 광역버스인 경기 프리미엄버스는 예약제이며 전석 지정석이다.

비행기는 자유석은 없지만 일부 저가항공사는 선착순으로 좌석을 앉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는 있다. 우리나라의 진에어도 구획만 나눠서 그 안에서는 선착순으로 앉도록 했지만 폐지하고 다른 항공사와 비슷하게 체크인 때 좌석이 배정된다. 일부 항공사는 돈을 추가로 내야만 사전에 좌석 지정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체크인 때 항공사 시스템이 알아서 좌석 배정을 한다. 자유석 개념과는 다르다.

그밖에

주로 교통수단에 쓰이는 개념이지만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석 역시 지정석이 아닌, 입장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자유석 개념도 있다. 예를 들어 야구 관람석은 위치가 좋은 곳은 지정석으로, 그밖에는 비지정석 혹은 일반석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정하지 않고 입장 순서 대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한다. 공연도 좌석이 지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줄 선 순서대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도록 하는 공연도 있다.

각주

  1. "카드뉴스 : “KTX 빈 좌석 예매, 민폐인가요?”", 이데일리 스냅타임, 2019년 6월 18일.
  2. 자유석은 실제 좌석 수만큼 발권해도 정기승차권이라든지, 다른 열차의 자유석 승차권을 가진 사람들이 탈 수 있어서 자유석 승차권을 가지고도 좌석에 앉아 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코레일은 KTX의 경우 승차권의 산 열차의 전후 1시간 사이 다른 열차에 타는 것을 허용한다. 입석은 지정 열차에만 탈 수 있다.
  3. 일부 특급열차로 지정된 열차의 경우에는 특급권까지 사야 한다.
  4. 지정석이면 내가 앉을 자리가 정해져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앉아 있으면 자신의 표를 보여준 다음 표를 보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자유석은 그렇게 하기 힘들다.
  5. 가장 빨리 온 열차의 자유석이 꽉 차 있을 수도 있는데, 이 때는 입석으로 가거나 다음 열차를 기다리거나 해야 한다. 물론 출퇴근 시간 같은 경우에는 다음 열차에도 빈 자리가 있다는 보장이 없겠지만. 그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선택할 일이다.
  6. 일본의 기업 문화는 급여와는 별도로 교통비를 제공한다. 다만 신칸센 같이 비용이 많이 나오는 경우에는 회사 쪽에서 어느 정도를 부담해 줄 지 노동자와 합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7. 창구에서 순서를 기다리려면 시간도 걸리고, 역무원과 말이 안 통하면 그것도 고역이라 지정석을 탈 수 있는 패스를 가지고도 그냥 자유석 타는 외국인들도 많다. 최근에는 JR이 자동발매기에 패스를 넣고 지정석권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8. KTX는 자유석에 5%, 입석에 15% 할인을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