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브렉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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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2년 12월 20일 (화) 12:29 판 (→‎바깥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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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노팅힐에 있는 <Mike's Cafe>의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꼭대기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운 토마토, 해시 브라운, 블랙 푸딩, 볶은 양송이 버섯, 버블 앤드 스퀴크, 베이컨, 소시지, 그리고 가운데에는 베이크드 빈달걀 프라이.

English breakfast.

영국에 기원을 둔 모둠 정크푸드 아침식사로, 어떤 한 가지 요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스타일'에 가까운 개념이다. 대부분 기름에 굽고, 튀기고, 볶는 음식들이고, , 베이컨, 감자, 달걀이 단골 재료로 등장한다. 온갖 기름진 것들을 푸짐하게 모아놔서 제대로 먹으면 하루 권장 칼로리 대부분 혹은 그 이상을 먹게 된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보다는 풀 브렉퍼스트라는 말을 많이 쓴다.

역사

대략 18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이야 지금도 알게 모르고 계급 사회긴 하지만 그 시대에는 지금보다 더했고, 상류층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푸짐하게 먹고 마시는 것을 즐겼다. 아침부터 기름이 좔좔 흐르는 배부른 식사를 하는 것도 그 중 하나.

그러다가 산업혁명이 닥쳐 오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계급 구조가 바뀌면서 기름진 아침식사가 널리 퍼졌다. 과거의 귀족들은 힘을 잃어갔고, 중간계급들이 신분 상승을 하면서 이들도 푸짐한 아침식사로 부를 과시했다. 반면 노동자 계급은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해야 했고, 노동 조건이라는 게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을 테니 삼시세끼 잘 챙겨먹기는 힘들었을 것이고,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었다. 값싸게 열량 채우기 좋은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기름에 튀기는 음식들, 그리고 싸구려 잡육들이었다.[1] 그래서 싸구려 정크푸드라도 이것저것 모아서 기름지고 배부른 아침식사를 하는 문화가 노동자 계급으로까지 퍼졌다. 물론 같은 기름진 음식이라고 해도 재료나 요리법에서 상류층의 식사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이러한 문화가 현대에까지 이어져서 정점에 이른 1950년대 초반에는 영국인 절반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로 아침 식사를 할 정도였다.

그 뒤부터는 식문화도 좀 다양해지고 쉽게 말해서 영국요리가 얼마나 맛이 없는지 사람들이 알아버린 것. 시리얼을 비롯해서 바쁜 아침을 더 간편하게 때울 수 있는 방법도 생기고, 비만을 비롯한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늘어나면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의 인기는 좀 식은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국의 보편화된 아침 식사로 영국요리로는 참 드물게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편으로는 푸짐한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나름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나름 적당한 현지화를 거쳐 인기를 끌기도 했다. 어떤 특정한 한 가지 요리를 뜻하기보다는 이런 저런 음식을 모아놓은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형태의 아침식사는 확실히 영국에서 나온 문화이긴 하다.

구성

영국 런던에 있는 <프라이드 오브 패딩턴>의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토스트, 블랙 푸딩, 해시 브라운, 구운 베이컨, 베이크드 빈, 볶은 버섯, 소시지, 가운데에 있는 것은 달걀 프라이.

다음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

아래의 것은 영국에서 파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기본으로는 특별한 소스 없이 입맛에 따라 소금이나 후추를 뿌려 먹는다. 잘해야 해시 브라운토마토 케첩을 뿌리는 정도.

여기에 보통 우유를 넣은 홍차커피, 쥬스우유 같은 음료를 곁들인다. 호텔에서는 먼저 시리얼을 약간 먹은 다음에 풀 브렉퍼스트를 먹고, 마지막에 요구르트과일로 마무리하는, 나름대로 코스로 아침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메뉴에 따라서, 음식점에 따라서 그 구성은 정말 다양하지만 보통은 위의 음식 가운데 대부분이 들어간다. 대체로 조리해서 뜨거운 상태로 내므로 쿡드 브렉퍼스트(cooked breakfast)라고도 한다. 위 메뉴 가운데 최소한 베이컨, 소시지, 달걀, 이나 토스트, 해시 브라운, 베이크드빈 정도가 들어가면 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full English breakfast), 또는 그냥 풀 브렉퍼스트가 된다.

어디서 먹지?

사실 집에서 이렇게까지 아침부터 기름에 튀기고 굽고 하면서 열심히 조리하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베이컨이나 소시지, 굽고 달걀 프라이스크램블드 에그 만드는 건 집에서도 충분히 하겠지만, 제대로 먹으려면 역시 호텔이나 카페, 으로 가야 한다. 영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상당수 호텔뷔페식으로 위와 같은 아이템들을 제공한다. 영국에 가면 일부 에서도 아침부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파는데, 커피는 물론이고 일부 펍에서는 맥주와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사실 알고 보면 푸짐하고 좋은 맥주 인주다. 이나 카페에서 아침 시간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이걸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올데이 브렉퍼스트(all-day breakfast)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있는데, 사실 보시다시피 점심이나 저녁에 먹어도 배부를 만큼 칼로리가 장난이 아닌 데다가 조리법도 간단한 편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팔아도 별 문제가 없긴 하다.

정말로 이런 게 가능하다. 런던 유스턴역에 있는 <The Signal Box>는 오전 8시부터 문을 여는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도 팔고 맥주도 판다. 철도역 안에 있다 보니 가능한 일인 듯.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대비해서 열로 조리하지 않은 차가운 음식 위주로 된 것은 컨티넨탈 브렉퍼스트(continental breakfast)라고 부른다. 그 대륙의 아침식사와는 다르다! 주로 유럽 대륙(continental)의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브런치 카페라고 하는 데는 많은데, 막상 먹어보면 값만 더럽게 비싸고 그 영국 특유의 후진 맛이 안 나서 돈만 가까운 곳이 태반이다. 이는 식재료의 한계에도 이유가 있다. 당장 베이컨만 해도 유럽에서 먹는 등심 베이컨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의 아침식사. 뭔가 아침부터 레드 와인을 신나게 까는 것 같은데 넘어가자.
타이항공 이코노미 클래스의 아침식사.

기내식으로도 나온다. 아침식사로 나오는데 음식점에서 먹는 것만큼 풍성하지는 않고 대략 과 함께 오믈렛, 소시지, 구운 토마토, 해시 브라운, 베이컨, 더운 채소 정도로 기본 정도는 한다.

외국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이게 외국으로 번져나가서 브런치로 발전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서 해시브라운이나 베이크드빈 같은 싸구려티 심하게 나는 건 빼고 콘플레이크, 팬케이크 같은 것들이 들어가면 아메리칸 브렉퍼스트가 된다. 근데 콘플레이크팬케이크는 고급 음식이냐?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이 나라 저 나라 식문화가 뒤얽히면서는 둘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져가고 있는 추세.

호주에서는 빅 브렉퍼스트 (big breakfast) 또는 줄여서 빅 브레키(big brekkie)라고 한다.[3] 까놓고 말해서, 호주에 가서 먹으면 영국보다 뭔가 고급지고 맛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 동네도 싸구려는 영국요리가 생각날 정도로 싸구려 티가 팍 나고, 좋은 걸 먹으려면 커피 포함 20 달러 이상 쓸 각오는 해야 한다. 블랙푸딩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영국에서 먹어보면 전반적으로 기름기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드는데 호주 쪽은 기름지긴 해도 뭔가 깔끔하다는 느낌이 온다. 부담이 되더라도 한 번쯤은 제대로 된 것을 먹어 보자. 비싸도 괜찮아. 그 칼로리면 하루 종일 안 먹어도 배에 기름 끼니까. 피시 앤드 칩스도 그렇고. 그런데 대차게 스테이크까지 들어간 빅 브레키를 파는 카페도 있다.

맥도날드에서는 이것을 패스트푸드화 해서 아침 메뉴에 빅 브렉퍼스트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구성을 보면 많이 다른 게, 잉글리시 머핀, 스크램블드 에그, 해시 브라운, 소시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인이나 호주인들이 봤다면 전혀 '빅'스럽지 않은 구성. 여기에 핫케익까지 추가한 디럭스 브렉퍼스트까지 내놓았다.

비록 영국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꽤 시니컬하게 썼지만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제대로 먹으려면 역시 영국에 가야 한다. 옛날에야 노동자들이 칼로리 채우는 게 목적이었으니 저질 재료에 기름범벅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충분히 맛있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또한 블랙푸딩이나 버블 앤드 스퀴크 같은 음식은 영국 바깥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다. 영국 안에서도 아주 흔하지는 않다는 게 함정.[4]

바깥고리

각주

  1. 우리나라는 주로 밥을 잔뜩 먹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탄수화물을 잔뜩 먹는 식이었지만 이쪽은 일찌감치 목축업도 발달했고 해서 고기가 상대적으로 쌌다. 물론 맛난 살코기라면 비쌌지만 잡육이라면 서민들도 충분히 먹을 만했다. 다만 맛이 없으니 그럭저럭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하는 다양한 방법이 생겨났다.
  2. 과도한 물량공세를 퍼붓는 광고를 뜻하는 '스팸'이란 용어가 실제로 여기서 나왔다. 2차 세계대전으로 쑥대밭이 된 영국에 미국이 공급한 스팸이 그나마 구하기 쉬운 재료로 엄청 많이 쓰였고 이를 빗댄 몬티 파이썬의 에피소드가 굉고 방식을 뜻하는 스팸의 유래가 되었다.
  3. 호주는 예전부터 영어권 중에서도 특히 줄이는 걸 좋아한다. 맥도날드(McDonald's)를 마카(Macca's)라고 한다든지.
  4. 그나마 블랙푸딩은 내는 데가 좀 있지만 버블 앤드 스퀴크는 드문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