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 페일 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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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19년 2월 18일 (월) 03:05 판

India Pale Ale.

줄여서 IPA라고 많이 부른다. 18세기부터 등장한 영국 에일의 일종이다. 보통의 페일 에일보다 많은 양의 을 때려넣어서 강렬한 향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인디아, 즉 인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인도에서 만들어서가 아니라 인도 수출용이었기 때문이다. 대영제국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인도 역시 영국의 주요한 식민지 중 하나였고 인도에도 그 동네를 착취하기 위한 장사치들, 선원들, 군인들을 비롯해서 영국인들이 꽤나 들어가 있었다. 이들은 물론 에일을 마시고 싶어 했다. 인도에서 에일을 만들 수 있으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인도의 기후가 너무 더워서 맥주 양조를 망치기가 일쑤였던 게 문제였다. 18세기에 냉장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영국에서 맥주를 만들어서 실어날라야 했다. 그러나 이것도 여의치 않았는데, 배를 타고 오랫 동안 가야 하는 데다가 아프리카를 빙 돌아가는 과정에서 적도를 두 번 건너야 했기 때문에 맥주가 상하기 쉬웠다. 그때야 냉장 컨테이너 같은 게 있었을 리도 만무하고, 그래서 알코올 도수를 좀 더 높이는 것과 병행해서 방부제 구실을 하는 을 왕창 때려넣어서 맥주가 맛가는 걸 막았던 것에서 유래한 게 IPA다.

원래 '방부제' 기능을 위해 만들어졌던 에일이지만 강렬한 향미에 매료된 사람들이 영국에서도 늘어나기 시작했고 주류 에일 중 하나가 된다. 하지만 20세기 초중반에 걸쳐서 영국에서 라거의 점유율이 빠르게 늘면서 IPA는 물론 에일 전체가 위축되는 현상이 일어났고 영국에서도 묻히는 분위기였다. IPA 붐을 다시 일으킨 것은 영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미국에서 7, 80년에 불기 시작한 크래프트 비어 열풍 속에서 많은 브루어리가 향이 강렬한 IPA에 주목하고 갖가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편 영국에서는 라거에 치이고 대형 맥주회사에 치여 크게 위축된 캐스크 에일을 되살리기 위한 캠페인 포 리얼 에일 운동이 벌어지고, 캐스크 에일이 다시 부활하면서 미국과 영국, 양쪽의 버프를 받으면서 IPA가 에일 맥주의 주류로 다시 발돋움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양이 엄청 많이 들어가므로 안 그래도 강한 에일의 향미가 더더더욱 강해지는지라, 한국식 말오줌에 익숙한 분들께는 거의 충격적이라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트비어 열풍이 몰고 온 에일 열풍의 와중에 IPA가 왕창 뜨는 바람에 '크래프트비어 = IPA'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IPA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그게 인디아 페일 에일인지는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다. 즉 그게 에일 맥주인지 뭔지도 모르고 그냥 IPA라고만 알고 있는 것. 맥주맛은 알기나 하고 드시는 건지. 사실 한국에서 종종 뭐가 떴다 하면 우우 몰려갔다가 금방 유행이 식고 하는 일이 많으므로 요즈음의 IPA 열풍도 그리 될 가능성이 꽤 있다.

영국에서 발달하고, 인도 이름이 붙어있는 맥주인데 캐나다미국에서 흥하고 있다. 이 동네의 크래프트비어라면 IPA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될 정도. 우리나라에도 인디카, 밸러스트포인트, 앨리캣과 같은 맥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영국식 IPA와는 다르다, 영국식 IPA와는! 미국 을 쓰기 때문에 영국의 IPA와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고, 그래서 아메리칸 IPA라는 말을 따로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 인도 페일 에일 우리나라에도 크래프트비어를 만드는 곳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국산 IPA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산 IPA도 미국 쪽 영향을 받아서 아메리칸 IPA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