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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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bread.[1]

의 일종이자, 가장 널리 먹는 가운데 하나. 밀가루, 소금, 물, 그리고 효모라는 아주 간단한 재료로 만든다. 빵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여기다 이것저것 재료를 더하지만 서양에서는 기본 재료로 땡.

빵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생각되어 역사가 오래되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빵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식빵에 쓰이는 하얀 밀가루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일단 밀이라는 작물이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며 하얀 밀가루로 도정하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은지라 19세기 중엽에 이르기 전까지는 널리 쓰이지 못했고 부자들이나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먹었다. 중산층이나 서민 계층은 옥수수, 호밀 같은 것들이 빵의 주 재료였다. 이후 산업화와 기계화로 밀 재배에 필요한 노동력이 줄어들고 값이 싸지면서 중산층 서민들도 밀가루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식빵도 대중화 되었다. 1920년에는 식빵을 슬라이스하는 기계가 등장하고 슬라이스한 빵을 포장해서 팔면서 편의성이 엄청나게 좋아졌기 때문에[2] 더더욱 인기를 끌었다.

서양에서는 아주 널리 사랑 받는 일용할 양식이다. 우리나라도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대량생산 식빵을 팔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과점에서 사는 반면, 서양권에서는 식빵은 그냥 슈퍼마켓에서 사는 게 기본이다.

서양의 식빵과 우리나라 혹은 일본의 식빵은 차이가 아주 크다. 서양의 식빵은 밀가루, 소금, 효모, 물, 이 정도가 전부다. 굳이 추가하자면 효모 발효를 왕성하게 하기 위한 약간의 설탕과 틀에 눋지 않도록 바르는 식용유 정도. 반면 우리나라나 일본우유, 크림, 버터, 마가린 같은 재료들을 넣어서 식감을 부들부들하게 만든다. 이러한 차이는 서양과 동북아시아가 을 보는 관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서양의 은 우리의 밥과 비슷하다. 밥 그 자체가 요리가 아니라 반찬과 같이 먹는 주식인 것처럼 서양 문화에서 빵은 여러 가지 음식과 함께 하는 존재다. 식빵은 주로 샌드위치 재료로 사용하며, 가난하거나 시간이 영 없을 때 토스트를 해서 이나 버터, 스프레드 같은 것을 발라서 간단히 때우기도 한다. 영어권에서는 식빵을 샌드위치 브레드(sandwich bread)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식빵도 그냥 하나의 간식처럼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밤식빵 같은 건 서양에서는 생각도 못 한다. 식빵에 밤을 넣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밤을 넣어서 다른 것 없이 식빵만 죽죽 뜯어먹는 게 서양 사람들 관점에서는 신기한 것이다. 입장 바꿔 놓고, 서양 사람들이 쌀에다가 우유설탕, 밤을 넣어 밥을 지은 다음, 아무런 반찬도 없이 맨밥을 우걱우걱 신나게 먹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문화든 다른 문화권으로 건너가면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면서 원래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변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며, 이라고 다를 게 없다. 엄연히 밥이 주식인 문화권에서 이 밥과 똑같은 지위를 차지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면 원래는 꽤 다른 모습, 예를 들어 주식이었던 식빵이 여러 변화를 거쳐 간식으로 변모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반찬과 함께 먹는 탄수화물 덩어리인 밥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 나라 식문화와 결합해서 전혀 다른 요리가 될 수도 있다.

각주

  1. 우리나라의 영한사전에는 'loaf bread'라고 되어 있는데 당장 구글에서 검색해 봐도 loaf bread보다는 white bread인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호밀과 같은 재료를 썼을 때는 색깔이 white가 아니므로 얘기가 달라지는데, 그렇다고 rye loaf bread라고 하지는 않고 그냥 rye bread라고 한다.
  2. 이게 얼마나 센세이션이었냐 하면, 영어에 뛰어난 발명 혹은 개발을 뜻하는 표현으로 "the greatest thing since sliced bread"(슬라이스 빵 이후 최고의 것)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